[뉴스핌=이은지 기자] 제일모직, LG패션에 이어 국내 패션업계 3위인 이랜드.
대다수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의 일환으로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은 일반적인 과정이다. 이랜드의 경우 잇딴 M&A와 부채비율 증가 등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있다. 그럼에도 이랜드는 상장과는 담을 쌓고 있다. 이랜드가 유독 비상장사로서의 지위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의 경우 상장요건에는 이미 충분히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정한 상장요건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진입을 원하는 기업은 최소 '3년 이상 경과하고 계속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을 것', '자기자본 100억원 이상', '최근 3사업연도 평균 매출액 200억원 이상'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랜드는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가 1181억원, 최근 3년간 매출액 평균이 2596억원으로 상장 요건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이래 약 25년간 이어온 장수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의류부문 매출액 1.4조원을 기록한 제일모직을 비롯해 1.1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LG패션과 비교해볼때도 이랜드의 매출액 1.2조는 결코 뒤지지 않는 수치다.
영업이익률 면에서 봤을 때도 제일모직 5.36%, LG패션 10.8%, 이랜드 7.7% 수준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면에서 3사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수준이다.
특히 이랜드의 경우 잇따른 M&A로 유동성이 부족하고, 부채비율, 장단기차입금 등을 고려해 보면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필수라는 점이 시장의 중론이다.
이랜드는 지난 4월 200억원을 들여 엘칸토를 인수한데 이어 5월에는 200억원에 광주밀리오레를, 중국과의 합작사 설립에 100억원을 투입했다. 최근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만다리나 덕을 인수하는데 쓴 돈은 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총 6개의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며 쓴 돈만 수 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차입금 규모도 2009년말기준 1063억원 이던 것이 지난달 기준 1600억원까지 늘어났다. 오는 9월 말로 예정된 이랜드월드와의 합병까지 완료될 경우 총 차입금은 726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랜드는 차입금 증가와 관련, "이랜드레저비스의 C&우방 구조조정 주식 인수에 따른 대여금 증가, 보증금 증가 등에 기인해 차입금이 증가했다"며 차입금 증가의 주요인이 잇따른 M&A를 꼽고있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 7월 기준 185%를 기록, 지난해 말 166%에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랜드 그룹이 상장한다면 자금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상장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를 봐도 상장은 괜찮은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의 경우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대비 2배 이상 치솟아 신세계인터의 지분 21.68%(시가 1006억 3500만원)를 보유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을 비롯,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0.11%), 정유경 부사장(0.43%)등 오너 일가의 상장 차익만 수 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랜드의 지분은 이랜드월드가 53.81%, 박성수 회장이 33.95%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부인과 이랜드 복지재단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시키면 이 비율은 99.6%까지 올라간다. 상장차익이 클 수도 있는 반면 거의 100%에 가까운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을 하는 데에는 상장 요건이나 필요성 보다는 경영인 개인의 의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상장차익, 자금 확보 등에서 상장이 좋은 해답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지분율이 떨어지고 경영상 외부 간섭을 받게 되는 등 번거로운 면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특별히 상장 관련해 논의 되고 있는 것이 없다"며 "향후 상장을 할지 안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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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