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꿈꿨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6번째 아들 정몽준 의원이 선친(先親)의 뜻을 받들었다. 정 의원과 범현대가가 5000억원을 출연,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재단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정 의원은 개인 보유 현금 300억원과 현대중공업 주식 17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2380억원을 낼 계획이다.
KCC·현대해상화재·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현대종합금속 등 범현대가도 사재 240억원과 법인 출연금 380억원을 기부한다. 정 의원의 형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동생인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과 삼촌 정상영 KCC 명예회장, 사촌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정몽진 KCC 회장·정몽익 KCC 사장, 조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개인 재산을 낸다.
재계에서는 이번 아산나눔재단 설립이 의미 깊은 이유로 자발적이고, 사재들 냈다는 점을 꼽고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도 앞서 사재를 출연해 각각 삼성꿈장학재단,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그렇지만 이는 불법 경영권 승계 문제가 불거지자, 비자금 사건에 대한 사죄 차원에서 '타의 반, 자의 반' 진행된 것이었다.
또 대기업들이 복지재단을 다수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사 돈을 출연해서 만들었다. 이에 소수 지분만을 갖고 있는 오너일가가 기업을 이용해 생색을 낸다, 부의 세습을 위해 복지재단을 활용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정 의원이 재단이사회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산나눔재단 출연을 정 의원의 대권 행보과 연관지어 보는 시선도 있다. 그렇다해도 이번 정 의원과 범현대가의 결정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활동에 새로운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따뜻한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 등 시장경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과 같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나눔문화 확산에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 2위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는 세 자녀에게 1000만 달러만 물려주고 재산의 99%를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해 내놓았다. 세계 3위 갑부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전 재산의 85%인 32조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게이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로, 버핏은 부자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라는 캠페인으로 공생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반(反)기업 정서 확산이다. 결국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주영 회장이 그랬던 것 처럼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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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