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나날이 더해지는 외국인의 원화채 사랑에 당국자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채권자금의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원화강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 자국통화가치가 올라간다고 하면 '국격'이 향상되는 좋은 소식 같지만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생각하면 수출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에, 외국인의 채권자금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미 그들의 '판'이 된지 오래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외국인의 채권에 대해 제도적인 것들을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채권투자규제의 수순을 밟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당장 많이 들어와서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것도 걱정이지만 갑자기 빠져나가 시장이 출렁이게 되는 게 더 문제라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꾸준히 유입되는 중국자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6일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국내채권투자가 상당히 많은 규모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면서 "거시경제안정성 측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규제 움직임은 빠르게 유입되는 중국 자금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재정부 내에서 나오는 얘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7월말 기준으로 중국은 국내 원화채를 8조 9494억원 보유하고 있다. 전체 보유량 84조 2242억원의 10.6% 규모.
국가별 비중을 보면 20%(16조 8032억원)의 미국, 16.5%(13조 8643억원)의 룩셈부르크, 14.1%(11조 8983억원)의 태국에 이은 네번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시아국가 보다는 특정개별펀드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경우 넘치는 외환보유고의 다변화를 위한 투자처로 우리나라를 택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자금의 성격상 장기보유를 목적으로 대부분 만기까지 가져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개별펀드 유입의 경우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국고 10-2호, 10-6호 등을 끌어 모으며 시장의 초강세를 이끈 주체가 '템플턴 글로벌펀드'라는 사실은 시상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 펀드가 소유한 원화채 규모가 8조~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10-2호와 10-6호의 경우 발행량의 25%를 독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체 외국인 소유 물량의 9.5~11.9% 가량을 한 펀드에서 소유하고 있는 것. 이는 중국이 가진 원화채 물량과 유사한 규모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만일 해당 펀드에 문제가 생겨서 투자자들이 환매를 시작한다고 하면, 혹은 더 이상 한국에 먹을 게 없다고 하면 순식간에 털고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이들이 원화강세에 대한 기대로 들어왔다면, 원화강세가 상당부분 진행된 현재 이들이 빠르게 빠져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의 원화채 투자에 대한 규제얘기가 나오는데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등은 대체로 장기적인 자금이고 비지표물에 투자하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한 펀드에서 10조원 이상의 물건을 들고 있는 상황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의 펀드가 너무 많은 물량을 들고 가지 않도록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는 상당히 위험하고 취약한 구조"라며 "하나의 펀드에서 더 이상 비중을 늘리지 못하게 하고 나갈 때도 스무스(smooth)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한 펀드의 원화채 소유규모가 중국과 비등비등한 상황이라 부담된다"며 "더욱이 매번 2~3년만 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종목별제한을 두는 등의 규제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효성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개별펀드의 유입비중 규제 등을 꼭 집어서 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외화자금과 관계자는 개별펀드규제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 있는 나라들이 많지 않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여러가지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