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서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으로부터 모바일 사업 현황 및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1993년에 시작된 이 전시회는 선진국의 제품과 삼성전자의 제품을 비교하고, 이를 통해 품질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회장은 전시회 첫 회부터 대부분 빠지지 않고 참석, 삼성의 현주소를 꼼꼼히 챙겨왔다.
이 회장은 세계 1등 제품을 살펴보며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시하거나 이들 제품을 뛰어넘을 복안이 무엇인지 묻곤 했다. '신경영'의 출발이 된 것도 이 전시회였다.
4년만에 이 전시회에 참석한 이 회장이 어떤 화두를 던질가에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의 키워드는 '소프트기술'이었다.
이 회장은 "5년, 1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소프트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보강해야할 분야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기술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 이 회장, 애플에 자극받았나?
애플은 지난 2008년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을 주도하며, 글로벌 IT 지도를 바꿔 놓고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동력을 '소프트파워'에서 찾는다.
아이폰·아이패드·아이맥·맥북 등 하드웨어와 iOS소프트웨어, 그리고 앱스토어라는 마켓 플레이스, 그곳에 담긴 콘텐츠 등 '애플 생태계' 가 애플의 힘이다. 소비자들은 '애플 생태계' 안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기기를 통해 다운받아 활용한다.
애플은 새 프로그램을 출시할 때 과거 애플 제품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기존에 출시된 아이팟도 새로 나온 아이튠스를 쓰게끔 했다. 또한 애플의 제품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을 뿐더러 사용자를 고려해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같은 애플의 소프트파워는 '애플빠(애플 제품을 추종하는 소비자)'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강해졌다.
◆ "애플의 시각은 다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 다르다며 애플의 강점을 설명했다.
애플 아이폰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컴퓨터) 기능이 우선이고, 전화 기능은 부차적이다. 앱이나 앱스토어라는 콘텐츠와 마켓 플레이스를 구상한 뒤 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손 안의 컴퓨터로 아이폰을 개발했다. 그리고 여기에 전화 기능을 추가했다.
반면 삼성이나 노키아 등의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을 우선으로 개발한 뒤 여기에 컴퓨터 기능을 부가했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체로서 우수한 단말기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그렇지만 지금 스마트혁명의 시대는 그 안에 무엇을 담을 수 있는가, 스마트폰으로 내게 어떤 즐거움과 도움을 줄 수 있는가가 경쟁력이다. 콘텐츠로 대표되는 소프트기술이 중요해진 것이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잡스는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하드웨어가 뇌라면 소프트웨어는 영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3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인 크리스 뱅글과 디자인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크리스 뱅글은 지난 1992년부터 2009년까지 17년간 BMW의 디자인 총괄책임을 지내면서 보수적인 BMW 디자인을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변신시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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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