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장도선 특파원]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의 부채한도 인상 협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미칠 영향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아니면 미국의 디폴트.
먼저 신용등급 강등을 보자.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재정상 불확실성에 처함으로써 이미 취약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더욱 위협을 받겠지만 금융시장은 고통속에서 비틀거리면서도 대형 사고 없이 버텨낼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신용등급 강등은 민간 기관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9조달러 넘는 미국채 시장의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이는 우호적인 시나리오다.
이에 비해 직접 디폴트는 그 결과가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며 그로 인해 초래될 변화의 폭과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는 미국채의 디폴트라는 역사적 사건은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를 폭포수처럼 휩쓸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에 장기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현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조지 개그넌은 "미 국채의 디폴트는 재앙이 될 것이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보다 10배는 충격이 클 것이다"라며 "금융시장은 멈춰설 것이다. 앞으로 무엇이 안전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의회가 8월 2일까지 현재 14조 3000억달러인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는 운영자금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미국 정부가 공무원 봉급과 연금 지급을 미루고 의회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기다리면서 디폴트를 피하는 방법이다.
이 시나리오가 시행되더라도 미국의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경제는 다시 침체국면에 빠질 위험이 높다. 하지만 직접 디폴트와 비교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릴랜드대학 경제학 교수 카를로스 베그는 "정치인들은 지금 불장난을 하고 있다. 그들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지금처럼 아주 다치기 쉬운 상황에서 부채한도 협상 실패는 우리를 미지의, 위험한 세계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디폴트에 처하게 되면 글로벌 투자의 목적지로서 미국이 누렸던 신뢰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대 미국채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은 달러자산으로부터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양하게 변화시켜나갈 것이다.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 될 경우 미국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정치가 건전한 경제를 망치는 국가 리스트에서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러시아보다 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베그 교수는 "미국 의회는 서글픈 장면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퇴보하고 있으며 점차 신흥국과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는 디폴트의 망령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위험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26일 공개된 로이터 폴에 따르면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 없이 지금과 같은 부채협상을 둘러싼 정치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은 이미 경제가 부채협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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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장도선 기자 (jds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