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비교적 조용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초 만해도 M&A 관련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열기가 식어버린 모습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된 요인은 유럽의 채무 위기와 글로벌 각국의 재정환경 악화,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격화로 인해 투자자들이 선뜻 인수합병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최근 4년간 시장 환경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M&A 거래는 지난 2/4분기에 직전분기 대비 17.5 % 감소했다. 특히 미국내 M&A 거래물량이 같은 기간 36% 가까이 하락한 것이 시장 부진의 주된 요인이 됐다.
올해 상반기 M&A 거래 활동 자체는 전년 동기 대비 27.7 % 증가해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나 기업들의 전략적 결정이 더뎌지고 있는 모습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스티븐 바로노프 글로벌 M&A 부문 대표는 "M&A 활동이 중단됐다기 보다는 최근 몇주 동안 추세가 둔화된 상황"이라며 "재정적자, 부채, 주택시장 부진, 소비자 신뢰도 저하 등의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늘어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들은 M&A 거래의 기본적 고려사항으로는 적절한 밸류에이션과 낮은 금리의 자금조달 환경, 강력한 기업 실적전망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클레이스캐피탈의 폴 파커 글로벌 M&A 부문 대표는 "이는 방향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타이밍의 문제"라며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듯이 M&A 시장의 구조적 요인들은 계속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도 최근 역풍이 불고 있다.
최근 그리스 위기 및 미국의 국채한도 확대 합의 불발 등으로 인해 미국의 고금리 채권펀드에서 투자자들이 환매를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에버코어파트너스의 에두아르도 메스트러 부회장은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약간 어려워졌다"며 "이는 레버리지 면에서나 금리 면에서 불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금 조달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부 M&A 거래가 무산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부진을 제외하면 그동안 유럽의 M&A 시장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져 왔다.
유럽 M&A 물량은 올해 3834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상반기 M&A 거래물량 대비 54%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1/4분기에 미국 시장에서 대형 거래가 이뤄진 이후 조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내 가장 큰 거래시장인 영국에서의 M&A 활동의 점유율도 14.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된 요인은 영국의 경제 회복 추세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비교적 대형 M&A 거래가 성사됐다. 존슨앤존슨이 스위스의 신테스를 21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 일본 다케다 제약이 스위스의 나이코메드를 137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바클레이스의 파커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업계 변동 상황이 발생할 때 일정 점유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며 "따라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 전략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예로 올해 초 미국의 전력회사인 듀크에너지가 260억 달러에 프로그레스에너지를 인수한 것과 AT&T가 390억 달러에 T모바일 USA를 인수한 것도 시장 지위를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한 증시에서 M&A 딜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렌트카 업체인 에비스의 경우도 10억 달러에 에비스 유럽 사업부문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으로 주가가 이달들어 7.6% 상승했다.
JP모간의 헤르난 크리스테르나 유럽 M&A 부문 대표는 "시장의 반응은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모습"이라며 "M&A 기대감으로 상승한 주가는 발표 직후에는 약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M&A를 통한 성장 전략에 대해 우호적으로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기업들의 결정을 쉽지 않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바로노프 대표는 "경제 환경이나 성장 전망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관측하는 경우에도 현재의 낮은 자금조달 비용을 감안하면 M&A 전략을 검토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지적했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