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산업부] 다음달 1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재계가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업종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중국에 이은 또 하나의 큰 시장이 본격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우리의 강점인 자동차와 조선업계 등은 이번 FTA발효를 계기로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는 품목들이 많아 당장의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 적으로 시장이 커짐에 따라 수출이 증가하는 등 파생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FTA 혜택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활용 의지를 갖고 준비하는 기업만이 누릴 수 있다"며 "거대시장 미국과의 FTA도 발 효될 예정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FTA 활용전략을 잘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 했다.
◆ 완성차·부품 '유럽 공략'..철강·조선 '간접 수혜'
자동차업계는 FTA 발효에 맞춰 관세 인하로 얻어지는 이익을 마케팅으로 돌리 고 신차 발표 등을 통해 유럽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기본적으로 FTA 내용이 한국과 유럽에 균형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고, 양국간 관세철폐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동차 부품 수출 관세는 내달 1일부로 철폐됨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27%를 담당하는 유럽 완성차 업체로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유럽 수출 시 현 10%인 수출 관세가 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며, 1500㏄ 초과 승용차의 경우 당장 7% 인하된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는 현지 마케팅 강화와 점유율 확대를 적극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까지 현대차의 유럽 시장 판매대수를 50만 대로 늘리고 기아차도 45만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차는 내달 1일부터 판매하는 뉴 QM5의 유럽 수출을 강화한다. QM5 유럽 수출 비중은 33%로 중국(38%)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QM5 수출 대수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2만 899대에 달해 내수 대비 강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쌍용차도 코란도C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산 자동차 부품 가격도 내려간다. 자동차 부품은 FTA 발효 즉시 8%에 달하는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에 완성차에 비해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더 크다.
타이어 업계도 상당한 수혜를 점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시장이 해외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특히 큰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넥센타이어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68%, 이중 20%가 유럽 시장에서 나온다. 게다가 내년 3월 창녕 공장이 가동되면 유럽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현지 공장에서 유럽에 직접 공급하기 때문에 특별한 수혜는 없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차와 일본차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EU FTA 발효가 독일차 등 유럽차 브랜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여러 악재가 겹쳐 있는 일본차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철강과 조선산업은 간접 수혜가 예상된다. 이미 우리 기업들이 세계 선두권이고, 철강제품과 선박의 대부분이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철강제품의 경우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한-EU FTA 발효 영향은 미미하다"면서 "다만 자동차와 가전 등의 수출 증가에 따른 수요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주류·삼겹살 등 '가격 인하'..명품 브랜드 '그대로'
우리 식탁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와인이다. 국내 수입되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 등 유럽산 와인에 대한 15%의 관세는 FTA가 발효되는 1일부터 사라진다.
이에 따라 국내 와인 수입 1위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유럽산 와인 가격을 5~15% 인하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미켈레 키아를로 바르베라 다스티 라 쿠르트'(이탈리아)는 13% 인하된 13만원에, '마스카롱 메도크'(프랑스)는 10% 내린 4만 5000원에 판매한다.
그 외에 와인업체가 15% 전후의 가격 인하를 예정하고 있다. 보드카와 브랜드 등 다른 술도 20% 관세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 '금겹살'이라는 별명이 붙은 돼지고기 삼겹살 등도 가격이 대폭 내릴 전망이다.
삼겹살은 프랑스나 벨기에, 네덜란드 등으로부터 국내 가격보다 최대 50% 가량 저렴한 가격대에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25%인 관세율이 10년에 걸쳐 폐지되기 때문이다.
현재 무관세로 수입되는 프랑스산 삼겹살의 대형마트 판매가는 최저 100g당 900원 선으로 국내산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와 함께, 유럽산 치즈도 36%의 관세가 15년 내에 연간 2~3% 수준으로 줄어들고 네덜란드산 체다치즈는 10년 이내 관세가 철폐된다.
국내 수입치즈의 대부분이 유럽에서 수입한 것임을 감안하면 가격인하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격을 내리지 않는 품목도 있다.
1일부터 수입 직물제 의류에 대한 8~13%의 기존 관세는 즉시 철폐되지만 국내 진출한 유렵 명품 브랜드는 현재까지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
오히려 루이비통은 이달 국내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5% 정도 인상했으며, 샤넬도 지난 4월 제품가격을 평균 25%나 인상한 바 있다.
이번 한-EU FTA는 도자기, 화장품 등 고급 생활용품 분야에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관측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EU산 화장품의 국내 수입관세 6.5%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국내 점유율을 뺐기리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증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자기업체도 12%에 달하는 수출 관세가 1일부터 3%, 내년 7월 1일부터 완전 철폐되면서 단계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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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