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세계 LCD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 LCD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해외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일본 샤프와 대만 CMI가 LCD패널 사업 통합을 추진하는 데 이어, 도시바와 소니가 중소형 LCD 사업을 통합하기로 한 것.
7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도시바와 소니는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로부터 투자를 받아 중소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통합회사를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중소형 LCD 패널은 통상 9인치 미만 제품을 칭하며,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PMP, 내비게이션 등에 사용된다.
이 시장에서 도시바는 지난해 매출 기준 9.2%, 소니는 6.1%를 점유하고 있으며, 통합할 경우 15.3%의 점유율로 샤프(14.8%)와 삼성전자(11.9%), CMI(11.7%)를 제치고 1위가 된다.
TV와 모니터,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대형 패널에서는 한국에 밀렸지만 중소형 패널에서는 일본 기업이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 하에 이번 합병이 추진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앞서 샤프와 CMI 모기업인 홍하이도 LCD 패널 사업 합병을 추진키로 했으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전망이다.
중소형과 대형을 포함한 전체 LCD 시장에서 CMI의 점유율은 올 1분기 매출 기준 15.7%, 샤프는 7.6%로, 통합 이후 점유율은 23.3%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대형)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중소형)의 합산 점유율인 26%와, LG디스플레이의 23.8%에 육박하는 규모다.
샤프와 CMI의 합병을 통해 시장 점유율이 커질 경우 조달 규모도 확대돼 부품 제조사들에 대한 가격 협상력이 높아져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와의 경쟁에서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 하에 이번 합병이 추진됐다는 게 현지 업계 분석이다.
이같은 해외 경쟁사들의 합종연횡은 LCD 시장 지배자인 국내 기업들을 겨냥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당장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 제품군으로 중심이동을 진행 중으로, 해외 경쟁사들과는 단지 규모뿐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격차가 크다"면서, "현 시점에서 해외 기업들의 통합 작업 추진이 발표됐다고 해도 통합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시차가 있는 만큼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패널의 경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범용을 벗어나 3D 등 고부가가치 패널 비중을 높여가고 있고, 해외 기업들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시장 수요 측면에서도 3D 패널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와 CMI의 통합 회사가 뒤늦게 3D 패널 시장에 뛰어든다 해도 그 시점에서는 이미 삼성 및 LG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소형 패널의 경우 삼성 계열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쪽으로 중심이동을 진행 중이고, LG디스플레이는 LCD 중에서도 고부가 제품인 AH-IPS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도시바-소니 연합의 범용 LCD 제품과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도시바와 소니의 통합 회사의 경우 중소형 LCD뿐 아니라 향후 AMOLED 개발에 집중할 방침인 만큼, 현재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게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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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