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보다는 '공포'를 경계하는 자산族
국내 개인자산관리(PB)시장이 확산일로다. 증권사 PB 경쟁력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뉴스핌은 창간 8주년을 맞아 '한국 자산가들이 찾는 증권사 명품 PB지점과 상품'을 주제로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의 금융 자산가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증권사와 상품을 선택하는지등 증권사 VVIP 자산가과 증권사 PB활동상의 면모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뉴스핌 = 명재곤 증권부장] 나여유씨(남,59세). 아침 6시 대형침대에서 기지개를 펴면서 시작한 하루는 저녁 10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나름 엄격하면서도 여유로운 자기관리속에서 마무리된다. 하루 24시간중 16시간동안은 활동의 생태 리듬을 즐기고, 8시간은 숙면의 리듬을 탄다.
지난해 한 증권사가 선물한 'VVIP 크루즈여행'을 다녀온 뒤 '숙면'이 그의 건강보약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매일 거의 6시20분께 건강음료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대형 2개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전일 미국 증시상황 및 여타 간밤의 국내외 주요 뉴스 브리프를 들쳐본다. 하루의 시작이다. 자료를 훑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지만 요즘 이런 날은 드물다. 지난해 말 개인 자산관리자의 분석과 자문에 따라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더욱 방어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일본 방사능이나 황사 소식이 있는 날은 외출이 꺼려지기도 하지만 그는 '오늘의 일과'도 '어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규칙적 생활이 자산관리의 중요한 비법인것을 경험법칙으로 잘 알고 있어서다.
기회포착과 위기탈출은 한 순간이다.
20여분간의 아침운동후, 오전에는 회사 집무실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밖 개인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후에는 한 호텔내 자리잡은 증권사 PB센터로 간다. 자산 매니저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유가증권시장이 마감된 이후에는 골프 원 포인트레슨을 받는등 주말을 대비한다.
그리고나서 무겁지 않은 저녁과 지인과의 만남, 혹 특별한 맞춤 세미나가 있으면 네트워크 형성차원에서 가능한 참석하는 게 그의 습성이다. '절세 세미나'가 근래에는 귀를 확 당긴다. 최근 상속세등 정부 세정(稅政)에 변화기류가 있어서다.
'나 회장님', '나 박사님', '나 프로님'등 만나는 사람에 따라 부러움반 시샘반의 호칭을 만끽하는 그는 이른바 우리사회의 'VVIP( very very important person)'의 전형이다. 그는 국내 유수 증권사 WM(자산관리 Wealth Management)본부의 최대 고객이고 구애대상이다.
온라인 종합경제매체인 뉴스핌은 창간 8주년 특별기획 '한국 자산가들이 찾는 증권사 명품지점'을 통해 나여유씨의 2011년4월의 모습을 그려봤다. 나여유씨는 뉴스핌의 기획물에서 만난 VVIP의 평균인물이다. 조사대상 증권사의 130명 개인자산 관리자(Private Banker)가 자신들이 '모시는'VVIP에 대한 조심스런 설문답변을 통해 기자는 나여유씨를 찾았고 그의 가상 일상사속에서 'VVIP의 스팩'을 가늠했다.
대한민국의 VVIP 영역은 다양하다. 금융권만 하더라도 은행 보험 카드 증권등 '모시기'경쟁이 뜨겁다. 그래서 그들이 갑(甲)의 입장에서 받는 대우도 많은 얘기거리를 낳는다. 얼마전 한 대형유통업체는 자사 VVIP중 1명에게 비용 2억2000만원 상당의 우주여행선물을 증정한다고 밝혀 화제였다. 물건을 얼마나 구매하면 VVIP이고 우주여행이란 기발한 아이템으로 '울트라 슈퍼 귀빈'을 잡으려하는 걸까.
미국 자산관리업체인 아메리칸 이코노믹 플래닝 그룹에 따르면 뉴욕처럼 물가가 비싼 지역에서 나이 35세에 화려하게 조기에 은퇴한 VVIP급 부자는 1년에 최소 30만달러(3억원정도)가 생활비가 든다고 한다. 어떻게 얼마를 벌기에 생활비가 연 3억원들까.
자산 10억달러이상의 슈퍼 리치(Super Rich)의 경우는 그 소비성향을 짐작하기도 힘들다. 이들은 혹 많이 쓰면 쓸수록 많이 번다는 '리플렉시버티 법칙'의 신봉자들일까.
한국의 자산가도, 특히 증권가에서 VVIP로 우대받는 이들도 일반인 상상이상으로 정치한 생산과 소비활동을 한다. 우리의 평균 VVIP, 나여유씨는 금융상품에만 20억원을 투자한다. 총 투자자산의 20%정도다. 나머지는 부동산이 76%이고 기타 투자처가 4% 언저리다.
이를 역산하면 나여유씨의 총 자산은 100억원정도. 대부분 자산가들이 그렇듯이 상품의 포트폴리오못지않게 운용처의 포트폴리오도 중요시여긴다. 운용 상품의 큰 차이가 없다면 자신을 특별대우해주는 곳으로 발길이 옮겨지기 때문이다. 나여유씨의 거래 증권사 PB센터는 현재 2곳. 경쟁 증권사측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미팅'을 신청하지만 매혹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서비스의 특별함, 차별성이 없어서다.
게다가 나여유씨의 경우는 돈 많은 지인을 자신의 PB센터에 소개해주면서 '주가'가 올라가 더더욱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한 사람의 투자자산 100억원.
"숫자는 금액에 불과하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우리 현실과 비춰볼때 분명 큰 덩치다. 며칠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59달러( 2100만여원), 또 1인당평균 빚이 2039만원인 걸 감안하면 나여유씨는 최소 '국내 0.1% 계층'인물인 셈.
이번 조사에서 개인자산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VVIP의 자산규모를 부동산을 포함해 얼마로 보느냐는 질문에 37%(응답비율 1위)가100억원이상항목에 체크했다. 자산관리가들이 보는 VVIP는 바로 나여유씨 수준인 것. 그는 PB센터를 찾을때도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동선'을 이용한다. 당연한 증권사의 세심한 서비스다.
그럼 나여유씨는 어떤 신상명세서를 가지고 있을까. 그는 서울 강남의 50대 후반의 남성이다. 연건평 80여평의 개인주택, 자가용 2대, 골프회원권등 물적토대는 절대 남부럽지 않다. 유명 화가 전시회 관람, 뮤지컬 보기등 문화적 소양도 넉넉하다. 증권사 대형 PB센터 입구에 국내외 유명화가의 작품이 '탁~'걸려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나여유씨의 명함은 세개다. 명함에 새긴 직책은 CEO(대표이사), 체어맨(회장 Chair Man), 또 프레지던트(회장 President)등 비슷하지만 다른 게 각각 케이스에 담겨져 있다. 필요에 따라 활용한다. 자신보다 더 거액의 자산가를 만날때는 의식적으로 '프레지던트'를 꺼낸다.그가 운영하는 회사도 크게 업황 사이클을 타지 않은 보수적 제조기업이다. 연매출 400억원에 당기순익 20억~30억원정도 낸다. 회사는 반은 물려받았고 반은 자신이 키웠다.
이번 설문을 보면 VVIP 직업은 나여유씨처럼 '기업가'가 제일 많다. 다음은 '무직'으로 명함을 내미는 이들이 뒤를 잇는다. '기업가'가 66%였고 '무직'이 24%로 집계됐다. 그런데 '무직'의 정체가 더욱 '포스'를 느끼게 한다는 게 또 다른 풍경인 것 같다. 지난 70~80년대 치열한 경쟁의 정글에서 선발주자로 뛴 다음, 일찍 부의 축적을 마무리하고서 나이 60세 전후에 보다 여유롭게 창의적으로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일들이 그들이다.
' 회장, 박사, 프로'등의 경칭을 받으며 표면적으로는 '무직'이라며 타인의 눈길을 피하는 것. 자산관리 스킬측면에서는 '무직VVIP'가 더 고수라고 한다. '무직 VVIP'는 대체로 국내 유수 그룹에서 퇴임한 전 전문경영인이 많다고 한 응답자는 넌지시 전했다.
나여유씨의 자산운용 목표는 어느 수준일까.
"엉덩이에 깔고 있더라도 부동산 비중이 높아야 하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더라도 시장수익률에 플러스 알파면 된다" " 차별적인 맞춤 서비스와 문화 향유, 우리만의 네트워크 형성를 바란다"
나여유씨로 대표되는 증권가의 VVIP는 '크게 무리하지 않는다'는 공통인자를 품고 있다는 게 이번 기획설문 분석의 한 시사점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별 우대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때문에 증권사들의 VVIP모시기 경쟁도 이들 성향을 분석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한 대형 PB센터측은 귀띔했다.
다음 두 종류의 상품 수익 레코드(기록)를 보면서 나여유씨의 어떤 걸 선택할까.
첫해 15% 실질수익률, 다음해에 10% 손실, 세째해엔 16%의 수익을 낸 펀드(혹 자산 운용자)와 같은 기간중 매년 7%의 수익을 기록한 펀드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나여유씨같은 자산가들은 두번째 펀드(매년 7%수익 창출상품)를 고른다. 연간 40%의 '탐욕'속에 리스크를 안기보다는 연간 시장수익률 플러스 알파의 수준에서 자신의 '공포'를 다스리는 게 나여유씨 모습이다. 평균적인 자산가들은 수익률 기복이 심한 상품(자산운용자)에는 손을 쉽게 내밀지 않는다.
물론 자산운용(상품 선택)의 기준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근래 국내 강남 자산가들 중심으로 헤지펀드에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나여유씨도 며칠전부터 헤지펀드사람들의 영광과 좌절을 담은 책, '투자전쟁'을 읽고있다.
보수적인 나여유씨도 한국형 헤지펀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후년에는 그의 포트폴리오를 다소 변화시켜야할 지도 모르겠다. 움직이는 시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라는 걸 자산가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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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명재곤 기자 (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