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협의회 먼저 소집해, 의견 조율 및 안건 확정
- 본실사∙가격협상 거쳐 본계약 체결은 다소 시일 걸릴 듯
[뉴스핌=한기진 기자] 혼탁한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누르고 승기를 잡았다.
4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을 상대로 양해각서(MOU)를 해지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채권단은 MOU 해지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현대건설 매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에 협상자격을 주기 위한 절차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현대건설 주주들과 협의해 매각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주주협의회 소집해, 현대차에 협상자격 부여 등 논의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건 등을 주주협의회를 먼저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7일까지 각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을 받을 전망이다. 채권단의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 75% 이상이 찬성하면 현대차와 매각협상이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5일 “일단 주주협의회를 개최해 후속 절차와 안건을 협의해야 한다”며 “7일까지 주주협의회에 각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이 모일지는 지켜보자”고 말했다. 곧 주주협의회가 열리면,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주고 뒤이어 MOU 체결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할 전망이다. 또 현대그룹이 강한 반발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인수가로 5조 1000억원을 제시했고 이 자금도 외부차입금 없이 조달한 것이어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금증빙에 의혹은 야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 본실사를 4~5주 정도 진행하고 곧바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실사 과정에서 현대건설에 대한 가치평가와 채권단과 가격조율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7일까지 주주협의회가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결의하게 된다면, 5영업일인 오는 14일까지 MOU를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본실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본계약 체결은 이르면 2월말경, 늦어도 3월이면 이뤄질 전망이다.
◆ 현대그룹과 협상 의사, 중재안 효력 여전
변수는 현대그룹이 소송전을 벌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본안소송 대신 법원의 판단에 대한 항고할 계획이다. 본안소송에서는 현대건설 매각 절차의 정당성을 따지는데, 판결이 나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려 항고 제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현대그룹의 몸통인 현대상선 지분을 45% 선까지 확보, 경영권 방어의 부담을 덜어,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이행보증금(2755억원) 반환과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의 제3자 매각 등의 중재안을 다시 제시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원만한 협상을 할 여지가 있다”면서 “중재안에 대한 수용여부가 지난달로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