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인 두고 내홍의 늪으로 빠져들어
[뉴스핌=배규민 기자] 신한은행이 차기 행장 선임을 놓고 또 다시 내홍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어 정상화 앞날과 관련 중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한은행 노동조합을 비롯해 여러 직원들은 차기 은행장으로 특정인은 절대 안된다고 선을 긋고 반대활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은 신한지주 모 부사장의 경우 라응찬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신한사태에 깊숙히 관여했기 때문에 차기 행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편다.
일부 지점장들도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세하고 있다.
이같은 반대 움직임은 앞서 모 부사장이 적임자라며 지지하는 흐름이 형성된 데 따른 반작용이다.
신한금융그룹내 일부 고위관계자와 적지 않은 간부들은 모 부사장이 차기 행장으로 발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갈 것이 있다.
이백순 행장이 사퇴한 것도 아니고 거취 결정에 직결될 검찰수사 결론이 공표되지도 않았는데 차기 행장 논란이 불붙은 이유는 뭘까.
이 행장은 최근에도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변함없이 행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이 행장에 대해 구속 방침을 내릴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검찰은 아직 어떤 공식적인 발표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검찰 결과 발표와 상관없이 이미 신한은행 직원 대다수가 이 행장을 떠날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주사 신상훈 전 사장과 극적인 화해를 연출할 때만 해도 이 행장 본인만은 남아서 조직을 추스르는 구도가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조직 구성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이 등을 돌렸다는 진단이 불가피 해 보인다.
은행 한 사외이사는 "현직 은행장이 있는데 차기 은행장 문제로 시끄러운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조직이 하루빨리 봉합되기를 바라는데 지금은 그게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신 전 사장이 직무정지를 당한 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신한의 정신을 지키고, 은행에 인생을 걸고 있는 직원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고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훗날 돌이켜 보면 이번 사건이 오히려 신한정신을 바로 세우고 더욱 깨끗하고 건실한 은행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전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백순 행장이 사태수습과 조직대통합에 몰두할 기회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9월 2일 신한사태가 발발한 후 이 행장은 누누이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대내외에 알려왔다.
그럼에도 그가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랑했던 신한은행 조직 내부에선 아직 검찰 발표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차기 행장 논란이 불붙어 있다.
이 행장 개인의 판단 이전에 조직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