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의 일부로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해외 사업도 철수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아일랜드 은행권은 해외로부터 자금을 들여와 주택 등 부동산 시장에 대출을 확대했으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영국 체신청과 함께 진출한 리투아니아 모기지 대출사업 지분도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게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했고, 이 자금을 받게 되면 자국 금융권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U와 IMF 대표단은 아일랜드 정부에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로 인해 아일랜드의 개인과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일랜드 금융권에 대한 자금 지원은 유럽 중앙은행의 대출금으로 운영돼 온 NAMA(국가자산관리국)을 통해 730억달러의 자금이 공급됐다.
은행업계 관계자들과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EU와 IMF 대표단이 아일랜드 정부와 함께 은행권의 부실 자산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를 통해 부실 자산을 구조조정하는 금융권 '배드 뱅크' 설립과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지급보증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랜드 정부가 이미 국유화한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을 비롯, 얼라이드 아이리시 은행과 뱅크오브 아일랜드 등도 부실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은 주택 부문 대출의 디폴트 급증 가능성으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으로 얼라이드 아이리시 은행의 주식 거의 전부와 뱅크오브 아일랜드 주식의 3분의 1 가량은 현재 아일랜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은 올해 내 비주력 사업부문을 매각해 몸집을 축소할 방침이나, 과연 얼마나 많은 인수자가 나타날 것인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투자은행들이 이미 아일랜드에 속속 들어와 구조조정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과 물밑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얼라이드 아이리시 은행의 경우 영국 금융권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수자를 찾지 못해 절차가 일단 미뤄진 상황이다.
이 은행의 해외 사업부문인 불가리아 대출은행과 리투아니아 모기지 대출업체 등도 매각한다는 방침이나 이 역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뱅크오브 아일랜드의 경우도 다양한 사업부문을 매각해야 할 처지다.
전문가들은 곧 아일랜드 정부가 나서 은행권의 대출 자산을 매각토록 하고 사업 영역도 축소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CB스탁브로커스의 시아란 캘리건 애널리스트는 부실 자산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헐값에 매각하고 추가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주택 모기지 관련 자산도 매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