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산리스크 커진 상황서 막연히 도와달라 안먹혀
- 은행들 리스크 감당 힘겹더라도 전향적 모습 절실
- 자산매각 정보공개 터놓고 대화나서야 윈윈 정착
[뉴스핌=한기진]지난 18일, 정부의 금융지원에 희망을 걸고 중소조선업체 관계자들이 은행연합회에 모여들었다.
은행연합회가 ‘키코(KIKO) 통화옵션 손실업체를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지원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은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중소조선업체에겐 선수급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이 절실한데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을 비껴간 상황이 계속될 경우 조선 및 해운업계의 불안은 걷잡기 힘든 정도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자기사정만 급해, 자금이 돌지 않고 위기가 더욱 악화되는 데는 금융기관과 기업간 ‘신뢰 위기’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도산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은행은 기업을 믿지 못해 돈을 주지 못하고, 외국자본도 국내 기업을 불신하고, 글로벌금융위기가 해소된다 해도 기업간 신뢰회복은 어려운, 총체적인 신뢰붕괴 사태로 치닫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선 신뢰회복의 한 방편으로 국내 조선 해운업계에 “정보제공을 제대로 해달라”며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을 주문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공시 등 기업공개는 외국에 비해 훨씬 잘 돼 있지만, 결국 외국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리스크의 ‘블랙홀’ 은행
최근 어려움에 빠진 C&중공업은 2006년 말부터 올해까지 선박 48척을 수주하면서 11척에 대해 RG를 받았다. 회사측은 “나머지도 발급되면 운영자금에 숨통이 트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C&중공업은 작년 한척의 배도 인도하지 못해, 자금회수를 못했다. 자연스레 유동성문제를 겪게 되고 이 같은 상황은 대부분의 중소형조선사도 마찬가지다.
결국 거래관계에 있던 은행에 리스크가 떠넘겨지고 있고, 과거 환헤지로 해논 게 많아 발주가 취소되면 환헤지도 취소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떠안게 될 위험에 두려워하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 팀장은 “외화수급에 문제는 없지만 매도헤지를 해서 물려있는 기업이 많다”고 했다.
결국 은행들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후순위채권 발행까지 하는 판에 부실조짐을 보이는 중소조선업체들의 RG를 추가로 인수하는 건 쉽지 않다.
RG 인수액은 전액 위험가중자산으로 잡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동해 산업은행 부부장은 “국내의 금융기관들은 물론, 이슬람펀드나 은행도 아직까지 (조선업체 및 해운업계)론에 대해 프라이싱을 답한 곳이 없고 은행의 펀딩 코스트도 높다”고 말했다.
◆ 신뢰회복…적극적인 설득 필요하다
“과거는 은행이 금융을 먼저 제공했지만 이젠 수요자가 은행을 설득하는 시기다.”
포티스은행 아시아 윤준형 대표는 “해외 금융기관들은 신뢰회복 ‘최우선 조건’으로 조선 및 해운업계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장 시장성 있는 자산 매각, 배당비용 삭감 등에 나선 뒤 은행과 관계개선에 나서달라는 요구다.
윤준형 대표는 “경험상 한국회사는 외국에 비해 IR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선박회사들은 대화와 투명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SMBC의 SPV 글로벌쉽핑파이낸스그룹 찰스 레인네크는 “앞으로는 충성 고객이 더 중시되고 국가와 고객들도 서로 아는 업체끼리만 하려 할 것”이라며 “선박회사들은 충분한 정보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HSH 노드은행 아시아 대표 폴 창은 “일단 은행 대출 축소로 자급자족해야 한다”면서 “주거래은행과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신뢰를 높여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나 해운업계는 금융기관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일방적인 행태”라며 불만이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 때문에 실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문제인데 은행에 투명성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따졌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일본기업만 보더라도 재무제표 구하기도 어렵지만 국내의 공시제도와 감독은 외국에 비해 훨씬 강하다”면서 “외국금융기관들의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씨티그룹과 GE캐피탈이 어려운데도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약소국의 비애 아니냐”면서 “외국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게 현 상황에선 맞다”고 주장했다.
- 은행들 리스크 감당 힘겹더라도 전향적 모습 절실
- 자산매각 정보공개 터놓고 대화나서야 윈윈 정착
[뉴스핌=한기진]지난 18일, 정부의 금융지원에 희망을 걸고 중소조선업체 관계자들이 은행연합회에 모여들었다.
은행연합회가 ‘키코(KIKO) 통화옵션 손실업체를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지원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은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중소조선업체에겐 선수급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이 절실한데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을 비껴간 상황이 계속될 경우 조선 및 해운업계의 불안은 걷잡기 힘든 정도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자기사정만 급해, 자금이 돌지 않고 위기가 더욱 악화되는 데는 금융기관과 기업간 ‘신뢰 위기’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도산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은행은 기업을 믿지 못해 돈을 주지 못하고, 외국자본도 국내 기업을 불신하고, 글로벌금융위기가 해소된다 해도 기업간 신뢰회복은 어려운, 총체적인 신뢰붕괴 사태로 치닫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선 신뢰회복의 한 방편으로 국내 조선 해운업계에 “정보제공을 제대로 해달라”며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을 주문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공시 등 기업공개는 외국에 비해 훨씬 잘 돼 있지만, 결국 외국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리스크의 ‘블랙홀’ 은행
최근 어려움에 빠진 C&중공업은 2006년 말부터 올해까지 선박 48척을 수주하면서 11척에 대해 RG를 받았다. 회사측은 “나머지도 발급되면 운영자금에 숨통이 트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C&중공업은 작년 한척의 배도 인도하지 못해, 자금회수를 못했다. 자연스레 유동성문제를 겪게 되고 이 같은 상황은 대부분의 중소형조선사도 마찬가지다.
결국 거래관계에 있던 은행에 리스크가 떠넘겨지고 있고, 과거 환헤지로 해논 게 많아 발주가 취소되면 환헤지도 취소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떠안게 될 위험에 두려워하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 팀장은 “외화수급에 문제는 없지만 매도헤지를 해서 물려있는 기업이 많다”고 했다.
결국 은행들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후순위채권 발행까지 하는 판에 부실조짐을 보이는 중소조선업체들의 RG를 추가로 인수하는 건 쉽지 않다.
RG 인수액은 전액 위험가중자산으로 잡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동해 산업은행 부부장은 “국내의 금융기관들은 물론, 이슬람펀드나 은행도 아직까지 (조선업체 및 해운업계)론에 대해 프라이싱을 답한 곳이 없고 은행의 펀딩 코스트도 높다”고 말했다.
◆ 신뢰회복…적극적인 설득 필요하다
“과거는 은행이 금융을 먼저 제공했지만 이젠 수요자가 은행을 설득하는 시기다.”
포티스은행 아시아 윤준형 대표는 “해외 금융기관들은 신뢰회복 ‘최우선 조건’으로 조선 및 해운업계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장 시장성 있는 자산 매각, 배당비용 삭감 등에 나선 뒤 은행과 관계개선에 나서달라는 요구다.
윤준형 대표는 “경험상 한국회사는 외국에 비해 IR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선박회사들은 대화와 투명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SMBC의 SPV 글로벌쉽핑파이낸스그룹 찰스 레인네크는 “앞으로는 충성 고객이 더 중시되고 국가와 고객들도 서로 아는 업체끼리만 하려 할 것”이라며 “선박회사들은 충분한 정보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HSH 노드은행 아시아 대표 폴 창은 “일단 은행 대출 축소로 자급자족해야 한다”면서 “주거래은행과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신뢰를 높여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나 해운업계는 금융기관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일방적인 행태”라며 불만이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 때문에 실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문제인데 은행에 투명성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따졌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일본기업만 보더라도 재무제표 구하기도 어렵지만 국내의 공시제도와 감독은 외국에 비해 훨씬 강하다”면서 “외국금융기관들의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씨티그룹과 GE캐피탈이 어려운데도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약소국의 비애 아니냐”면서 “외국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게 현 상황에선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