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금융시스템이 그 뿌리로부터 뒤흔들리는 세기의 위기 사태에 직면했다.
14일(현지시간) 원매자를 찾기 못한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보호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2의 리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단 이틀만의 협상 끝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인수되는데 합의했다. 사실상 민간이 구제합병에 나선 셈이다.
한편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빠진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는 40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연준에 요청해 우려를 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와 결제기관들은 만일의 리먼 청산에 대비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질서정연한 청산과정을 통해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나섰으며, 월가의 거래인들은 사태가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이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긴급자금공급시 허용하는 담보의 범위를 기존보다 더 포괄적이고 위험이 높은 증권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 등 미국 10대 대형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 혼란에 대비하여 공동으로 700억 달러의 유동성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 리먼, 파산보호신청에 나선다
베어스턴스를 긴급 구제하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공적관리 하에 두기로 결정한 미국 정부는 리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지난 12일 오후부터 연준과 재무부 등이 매각을 주선한 업체들인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즈 등과의 협상은 14일 오후에 결렬됐다. 이들 인수 관심업체들은 정부의 손실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결렬에 따라 리먼은 일요일밤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에는 증권자회사나 여타 자회사는 포함되지 않으며 정상영업한다. 이 때문에 자회사 누버거버만(Neubergrer Berman Holdings LLC)의 고객들은 계속 회사와 래할 수 있고 자기 계좌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
리먼의 이사회는 회사의 자산을 가능한 한 높은 가치로 보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 파산보호신청 결정을 승인했다.
일단 요일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리먼은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임금 및 급여 지급 및 임직원에 대한 여타 다양한 급부의 제공이 포함된다.
리먼은 이전에 밝힌대로 증권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투자관리사업부에 관심이 있는 주체들과의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안적인 방안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누버거버만과 리먼브러더스애셋매니지먼트는 평소처럼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해 나갈 것이며, 모회사의 파산보호신청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며, 또 포트폴리오관리, 리서치 및 영업 기능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누버거버만 고객의 증권은 모회사 채권단의 채권 청구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 94년 역사의 메릴린치, 단 이틀 협상 만에 매각되다
한편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메릴린치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금융기관끼리의 인수합병이지만, 사실상 주말 정부당국이 알선한 구제 합병으로 판단된다.
서브프라임 대출 문제로 출발한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결국 대형 증권사들의 판단과 더불어 사상 최대 금융업계 재편으로 발전하게 됐다.
94년의 역사를 가진 월가의 대표적 증권사인 메를린치는 단 이틀 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주당 29달러, 총 500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번 인수가격은 지난 주말 메릴린치 종가인 17.05달러에 70%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린치 1주당 자사 주식 0.8595주를 제공하게 되는 이번 인수합병 결정은 주주총회와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내년 1/4분기에 인수합병 작업을 종결할 것으로 예상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약 70억 달러의 세전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케네쓰 루이스(Kenneth Lewis)가 이끄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미 컨트리와이트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 Corp.) 인수를 포함해 십여건의 크고 작은 금융기관을 인수한 상황에서 미국 최대 증권사 겸 투자은행까지 거느리는 대형 금융기관이 됐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ABN-암로의 분할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라살은행(LaSalle Bank)을 인수한 바 있다.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주말 협상 과정에서 티모시 기트너(Timothy Geithner)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메릴린치가 '제2의 리먼'이 되는 것을 우려해 빨리 매각되는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한다.
사실 지난주 메릴린치의 주가가 폭락하자 그레고리 플레밍(Gregory Fleming) 메릴린치 사장은 존 테인(John Thain) 최고경영자에게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루이스 최고경영자를 만나 매수 의향이 있는지 물어볼 것을 요구했으며, 이전에도 양 업체는 매각 가능성을 논의해왔다고 한다.
이번 메릴린치의 매각은 전액 주식교환으로 이루어지는데, 500억 달러 인수 가격은 1년 전 가치의 2/3, 2007년 초 기록한 사상 최대 가치에 비해서는 1/2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릴린치는 월가 3대 독립 증권사들의 대손상각 위험에 노출된 '부실자산'의 비율이 가장 높은 업체다. 이미 7월 밝힌 것 외에도 3/4분기에 최소한 30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의 추가 대손상각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매각과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라 이제 월가의 5대 독립 증권사들 중에서 남은 것은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밖에 없다. 베어스턴스는 3월 구제 금융을 통해 JP모간체이스에 흡수됐다.
이제 남은 대형증권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상업은행들은 고객들의 예금 자산에 의존할 수 있지만, 투자은행들은 중단기 자금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생존에 있어 사활적이기 때문이다.
◆ 당국, 리먼 청산 대비책 마련.. 시장은 '아비규환'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 급락과 관련 모기지 대출 손실에 따라 발발한 서브프라임 위기 사태는, 당국의 막대한 자금 공급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대손상각 및 적자 사태로 확대됐다.
이 같은 사태는 금융자산 가치 하락과 함께 실물 경제로도 파급효과를 미치면서 다시 주택가격 하락세 심화를 통해 추가적인 손실 충격을 발생시켰다.
이에 따라 시간이 경과했어도 자금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금융기관들이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됐다.
이번 리먼의 파산보호신청 및 메릴린치의 매각 사태에 직면해 연준 및 규제당국은 일련의 대책을 마련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리먼의 전문가단위에서 거래하는 약 200개의 대형우량주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리먼이 강제 청산될 경우 거래소는 이들 주식을 마찬가지 기술과 인력으로 거래하는 한 곳 이상의 남은 전문 업체들로 이전할 계획이다.
리먼과 거래하는 월가 수십 개 거래업체들은 주말 인수협상 시도가 실패한 것이 알려지면서 기존 거래에서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전후로 전화를 걸어 거래시간을 연 뒤 이런 청산되는 계약을 다른 곳에서 받아주도록 했다.
만약 주초 리먼이 정상적으로 거래를 개시하면 이 같은 거래는 무효가 되도록 했다. 거래인들은 거의 혼돈상황에 노출된 상태로 보인다.
한편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을 매매하는 월가의 거래인들도 즉시 거래를 개시했다. 우려에 빠진 투자자들이 여타 증권 및 기업체에 연계된 CDS를 매수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등의 투자은행 등의 CDS 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 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는 일요일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 '상계처리를 위한 거래시간'을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업체들이 리먼과의 파생거래를 청산하려는 업체들이 리먼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다른 업체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이 역시 주초 리먼이 파산보호 신청에 나서지 않을 경우 거래가 취소되도록 장치했다고 ISDA측은 밝혔다.
딜러들은 새로운 거래상대방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었다. 서로 다른 조건과 만기의 파생 계약인데다 일요일 오후 거래에서도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성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한 딜러는 "서로 전화통을 부여잡고 대체 어떻게 되는거야라고 묻기에 바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다수 월가 전문가들은 리먼의 자산이 청산이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한꺼번에 시장에 청산되면서 혼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곧바로 리먼의 부동산 자산이나 증권 자산 그리고 투자자산을 인수하려는 주체가 빠르게 등장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주말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리먼의 포트폴리오 청산이 바클레이즈 등의 업체에게 인수되는 방식보다 나쁠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한 대책회의 참석자는 "질서정연한 청산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인수자가 나서지 않을 때 발생하는 '디폴트' 방식"이라고 말했다.
◆ 연준, 유동성 지원 확대.. 민간은행들 700억$ 기금 마련
이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유동성 지원시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용하는 담보의 범위를 기존보다 더 포괄적이고 위험도 높은 증권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 씨티그룹 등 미국 10대 대형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 혼란에 대비하여 공동으로 700억 달러의 유동성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같은 연준의 담보 범위 확대나 주요 금융사들의 유동성 기금 설립은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보호 신청 등 일련의 위기 사태로 인해 등장하게될 막대한 포지션 청산으로 월가가 입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에 연준이 담보 범위를 확대한 대상은 증권사에 대한 자금공급 방식인 '프라이머리딜러 대출제도(PDCF)'와 '기간국채대출제도(TSLF)' 등이며, 전자의 경우 담보를 주식까지로, 후자는 담보를 기존 국채, 기관채 및 'AAA' 등급 채권 뿐 아니라 모든 투자적격 채권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연준 또 2차 TSLF 입찰은 두 주에 한번에서 매주로 입찰 간격을 좁히고, 입찰시 공급액을 기존 125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등의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1차 TSLF 입찰 규모는 500억 달러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총 공급액은 175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증가하는 셈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재무부 및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시장참가자들과 주말을 거친 논의를 통해 주요 금융기관의 청산에 따른 잠재적인 시장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당국과 민간에 각각 필요한 대응책을 고려했다"며, "이번 조치는 민간의 대응과 더불어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과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가 10대 금융사들의 유동성 기금 설립은 각사당 70억 달러의 유동성을 제공하여 서로 필요할 경우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들 중 자금이 필요한 업체는 담보를 제공하고 최대 23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는 씨티그룹 외에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바클레이즈, 크레디트스위스그룹, 도이체방크 그리고 UBS 등이 참여했다.
14일(현지시간) 원매자를 찾기 못한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보호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2의 리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단 이틀만의 협상 끝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인수되는데 합의했다. 사실상 민간이 구제합병에 나선 셈이다.
한편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빠진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는 40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연준에 요청해 우려를 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와 결제기관들은 만일의 리먼 청산에 대비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질서정연한 청산과정을 통해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나섰으며, 월가의 거래인들은 사태가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이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긴급자금공급시 허용하는 담보의 범위를 기존보다 더 포괄적이고 위험이 높은 증권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 등 미국 10대 대형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 혼란에 대비하여 공동으로 700억 달러의 유동성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 리먼, 파산보호신청에 나선다
베어스턴스를 긴급 구제하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공적관리 하에 두기로 결정한 미국 정부는 리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지난 12일 오후부터 연준과 재무부 등이 매각을 주선한 업체들인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즈 등과의 협상은 14일 오후에 결렬됐다. 이들 인수 관심업체들은 정부의 손실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결렬에 따라 리먼은 일요일밤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에는 증권자회사나 여타 자회사는 포함되지 않으며 정상영업한다. 이 때문에 자회사 누버거버만(Neubergrer Berman Holdings LLC)의 고객들은 계속 회사와 래할 수 있고 자기 계좌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
리먼의 이사회는 회사의 자산을 가능한 한 높은 가치로 보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 파산보호신청 결정을 승인했다.
일단 요일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리먼은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임금 및 급여 지급 및 임직원에 대한 여타 다양한 급부의 제공이 포함된다.
리먼은 이전에 밝힌대로 증권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투자관리사업부에 관심이 있는 주체들과의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안적인 방안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누버거버만과 리먼브러더스애셋매니지먼트는 평소처럼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해 나갈 것이며, 모회사의 파산보호신청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며, 또 포트폴리오관리, 리서치 및 영업 기능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누버거버만 고객의 증권은 모회사 채권단의 채권 청구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 94년 역사의 메릴린치, 단 이틀 협상 만에 매각되다
한편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메릴린치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금융기관끼리의 인수합병이지만, 사실상 주말 정부당국이 알선한 구제 합병으로 판단된다.
서브프라임 대출 문제로 출발한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결국 대형 증권사들의 판단과 더불어 사상 최대 금융업계 재편으로 발전하게 됐다.
94년의 역사를 가진 월가의 대표적 증권사인 메를린치는 단 이틀 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주당 29달러, 총 500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번 인수가격은 지난 주말 메릴린치 종가인 17.05달러에 70%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린치 1주당 자사 주식 0.8595주를 제공하게 되는 이번 인수합병 결정은 주주총회와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내년 1/4분기에 인수합병 작업을 종결할 것으로 예상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약 70억 달러의 세전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케네쓰 루이스(Kenneth Lewis)가 이끄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미 컨트리와이트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 Corp.) 인수를 포함해 십여건의 크고 작은 금융기관을 인수한 상황에서 미국 최대 증권사 겸 투자은행까지 거느리는 대형 금융기관이 됐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ABN-암로의 분할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라살은행(LaSalle Bank)을 인수한 바 있다.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주말 협상 과정에서 티모시 기트너(Timothy Geithner)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메릴린치가 '제2의 리먼'이 되는 것을 우려해 빨리 매각되는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한다.
사실 지난주 메릴린치의 주가가 폭락하자 그레고리 플레밍(Gregory Fleming) 메릴린치 사장은 존 테인(John Thain) 최고경영자에게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루이스 최고경영자를 만나 매수 의향이 있는지 물어볼 것을 요구했으며, 이전에도 양 업체는 매각 가능성을 논의해왔다고 한다.
이번 메릴린치의 매각은 전액 주식교환으로 이루어지는데, 500억 달러 인수 가격은 1년 전 가치의 2/3, 2007년 초 기록한 사상 최대 가치에 비해서는 1/2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릴린치는 월가 3대 독립 증권사들의 대손상각 위험에 노출된 '부실자산'의 비율이 가장 높은 업체다. 이미 7월 밝힌 것 외에도 3/4분기에 최소한 30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의 추가 대손상각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매각과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라 이제 월가의 5대 독립 증권사들 중에서 남은 것은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밖에 없다. 베어스턴스는 3월 구제 금융을 통해 JP모간체이스에 흡수됐다.
이제 남은 대형증권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상업은행들은 고객들의 예금 자산에 의존할 수 있지만, 투자은행들은 중단기 자금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생존에 있어 사활적이기 때문이다.
◆ 당국, 리먼 청산 대비책 마련.. 시장은 '아비규환'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 급락과 관련 모기지 대출 손실에 따라 발발한 서브프라임 위기 사태는, 당국의 막대한 자금 공급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대손상각 및 적자 사태로 확대됐다.
이 같은 사태는 금융자산 가치 하락과 함께 실물 경제로도 파급효과를 미치면서 다시 주택가격 하락세 심화를 통해 추가적인 손실 충격을 발생시켰다.
이에 따라 시간이 경과했어도 자금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금융기관들이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됐다.
이번 리먼의 파산보호신청 및 메릴린치의 매각 사태에 직면해 연준 및 규제당국은 일련의 대책을 마련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리먼의 전문가단위에서 거래하는 약 200개의 대형우량주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리먼이 강제 청산될 경우 거래소는 이들 주식을 마찬가지 기술과 인력으로 거래하는 한 곳 이상의 남은 전문 업체들로 이전할 계획이다.
리먼과 거래하는 월가 수십 개 거래업체들은 주말 인수협상 시도가 실패한 것이 알려지면서 기존 거래에서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전후로 전화를 걸어 거래시간을 연 뒤 이런 청산되는 계약을 다른 곳에서 받아주도록 했다.
만약 주초 리먼이 정상적으로 거래를 개시하면 이 같은 거래는 무효가 되도록 했다. 거래인들은 거의 혼돈상황에 노출된 상태로 보인다.
한편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을 매매하는 월가의 거래인들도 즉시 거래를 개시했다. 우려에 빠진 투자자들이 여타 증권 및 기업체에 연계된 CDS를 매수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등의 투자은행 등의 CDS 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 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는 일요일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 '상계처리를 위한 거래시간'을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업체들이 리먼과의 파생거래를 청산하려는 업체들이 리먼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다른 업체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이 역시 주초 리먼이 파산보호 신청에 나서지 않을 경우 거래가 취소되도록 장치했다고 ISDA측은 밝혔다.
딜러들은 새로운 거래상대방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었다. 서로 다른 조건과 만기의 파생 계약인데다 일요일 오후 거래에서도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성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한 딜러는 "서로 전화통을 부여잡고 대체 어떻게 되는거야라고 묻기에 바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다수 월가 전문가들은 리먼의 자산이 청산이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한꺼번에 시장에 청산되면서 혼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곧바로 리먼의 부동산 자산이나 증권 자산 그리고 투자자산을 인수하려는 주체가 빠르게 등장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주말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리먼의 포트폴리오 청산이 바클레이즈 등의 업체에게 인수되는 방식보다 나쁠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한 대책회의 참석자는 "질서정연한 청산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인수자가 나서지 않을 때 발생하는 '디폴트' 방식"이라고 말했다.
◆ 연준, 유동성 지원 확대.. 민간은행들 700억$ 기금 마련
이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유동성 지원시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용하는 담보의 범위를 기존보다 더 포괄적이고 위험도 높은 증권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 씨티그룹 등 미국 10대 대형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 혼란에 대비하여 공동으로 700억 달러의 유동성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같은 연준의 담보 범위 확대나 주요 금융사들의 유동성 기금 설립은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보호 신청 등 일련의 위기 사태로 인해 등장하게될 막대한 포지션 청산으로 월가가 입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에 연준이 담보 범위를 확대한 대상은 증권사에 대한 자금공급 방식인 '프라이머리딜러 대출제도(PDCF)'와 '기간국채대출제도(TSLF)' 등이며, 전자의 경우 담보를 주식까지로, 후자는 담보를 기존 국채, 기관채 및 'AAA' 등급 채권 뿐 아니라 모든 투자적격 채권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연준 또 2차 TSLF 입찰은 두 주에 한번에서 매주로 입찰 간격을 좁히고, 입찰시 공급액을 기존 125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등의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1차 TSLF 입찰 규모는 500억 달러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총 공급액은 175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증가하는 셈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재무부 및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시장참가자들과 주말을 거친 논의를 통해 주요 금융기관의 청산에 따른 잠재적인 시장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당국과 민간에 각각 필요한 대응책을 고려했다"며, "이번 조치는 민간의 대응과 더불어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과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가 10대 금융사들의 유동성 기금 설립은 각사당 70억 달러의 유동성을 제공하여 서로 필요할 경우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들 중 자금이 필요한 업체는 담보를 제공하고 최대 23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는 씨티그룹 외에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바클레이즈, 크레디트스위스그룹, 도이체방크 그리고 UBS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