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선진 7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G-7회담을 폐막한 자리에서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의 난국이 지속될 것이라며 긴밀한 정책 협조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번 회담 이후 몇 차례 주요통화에 대한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고 이것이 경제 및 금융 안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우려한다고 밝혀 사실상 달러화 약세에 대해 견제 의지를 드러냈다.
국제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문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안정포럼(FSF)의 위기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분석과 대응방안에 대해 지지한다며 구체적인 단기 실행 권고안을 내놓았다.
◆ 급격한 환율 변동성 우려에 강조점, "달러 약세 좌시 않겠다"
선진국 G-7 대표들은 회담을 마친 후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지난 회담 이후 몇 차례 주요 통화들 사이에서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으며, 우리는 이것이 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해 지니는 함의를 우려하고 있다(at times sharp fluctuations in major currencies, and we are concerned about their possible implications for economic and financial stability)"고 밝혔다.
일견 보기에 온건해 보이는 이 문구는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당국자들이 이제는 달러화 약세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다.
미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들은 "2월 회담 이후 상황 변화를 반영했을 뿐이며, 특정 통화를 겨냥한 것은 아니고 급격한 환율 변동성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G-7 성명서 문구가 조금만 변해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만큼 이번 성명서는 사실상 '엄청난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세부적이지 않고 두리뭉실할 표현을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식의 변화를 담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약이 될수도 있고 독이 될수도 있다.
이번 성명서에서 달러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식의 표현은 나오지 않았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대응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달러화를 적절히 부양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투기세력이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고 역으로 대응할 위험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인하를 중단하거나 유로존이 금리인하에 돌입하는 것, 혹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 외환당국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끔 했다.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든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경제에서 달러 약세 덕분에 살아나고 있는 수출 산업은 효자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지만, 달러 약세가 유발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앙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금리인상과 경기 약화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자산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다.
이번 G-7 성명서의 환율 관련 문구가 날카롭지 못한 것은 또한 선진국 외환당국의 전략이 통째로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전 부시 대통령의 자문역을 담당했던 크리스틴 포브스(Kristin Forbes) MIT 경제학 교수는 "그 동안 전략이 핵심 교의는 시장이 환율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며, "지금와서 시장을 불신하며 당국이 환율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줄타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미국 달러화의 약세는 매우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는 1.58달러 초반에서 마감했다. 참고로 2000년 10월 25일 기록한 82.7센트가 유로화 도입 이래 최저점이다.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로 15% 평가절하되었으며, 올해 들어서 다시 7.8% 절하가 진행 중이다. 일본 엔화 대비로는 지난 해 15%에 이어 올해 9.5%나 각각 평가절하됐다. 17개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지수는 전년대비로 9.8%나 하락한 상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래 달러화 가치의 실질 약세 폭 25%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가장 급격한 평가절하 사례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번 G-7 성명서는 경상흑자 지속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중국 위앤화의 절상 속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으나, "중국이 자국 통화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먼저 삽입했다.
◆ "세계경제 전망 악화, 하방위험 지속"
정책 당국자들은 세계경제 전망이 크게 악화되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공동성명서는 "지난 2월 회의 이후 세계경제가 계속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비록 장기적인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믿지만, 단기적으로 경제 전망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나아가 "각국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미국 주택시장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세계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되었으며 높은 유가와 상품 가격의 국제적인 충격 그리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승 등을 감안할 때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흥시장 경제성과가 밝은 지점이지만 이들 역시 글로벌한 힘의 작동으로부터 절연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진국 수장들은 경고했다.
G-7 당국자들은 성명서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어렵고 또한 지속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경제전망의 약화 매락에서 금융시장은 서로 연관된 쟁점, 즉 위험의 재평가와 대규모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거래상대방 위험 관리, 재무 여건 조정, 자본 증강, 핵심시장의 유동성 및 기능작용 개선 등의 과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수 금융기관들이 구조화 상품에 대한 노출 정도와 그와 연관된 위험에 대한 공개 활동을 개선한 것과 상당한 규모의 새로운 자본을 증강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수장들은 지속 성장 추세로의 복귀, 물가안정 그리고 금융시스템의 원활하고 질서있는 작동 도모를 위해 계속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이 공조하여 자금조달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나 이 같은 공조를 통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의 해결 필요성을 인식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그간 새로운 대응방식에 대해서나 미국의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동원한 부양책에 대해서도 '환영'의사를 전달했다.
◆ "은행들 100일 안에 손실 털어놔!"
이번에 선진국 G-7은 주요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100일 안에 손실 위험과 대손상각 그리고 복잡하고도 비유동적인 투자상품에 대한 적정가치 평가 내역을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금융안정포럼(FSF)이 제출한 분석 보고서에 대해 노고를 치하하면서, 금융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출한 보고서의 제반 방도와 권고사항에 대해 승인하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동성명서에서는 "이번 FSF 보고서에서 제출한 중요한 권고사항들 중에서 앞으로 100일 안에 실행할 최우선 실행 권고 항목"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 업체들은 리스크 익스포저, 대손상각, 복잡하고 비유동적인 투자상품에 대한 적정 가치평가에 대해 완전하게 즉각 공개할 것. 특히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내놓을 실적 보고서에서 FSF가 제시하 공개방침을 따라 활발하게 위험요인에 대해 공개할 것을 권고.
◆ 국제회계표준위원회와 여타 표준 기관들은 회계관행을 개선하고 부외에 존재하는 실체에 대해 공개하는 기준을 강화하며 특히 금융시장이 곤란에 빠졌을 때 금융상품을 적정하게 평가하는 기준 등을 개선할 긴급 이니셔티브를 실행에 옮길 것.
◆ 기업들은 위험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당국의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감독활동을 적극 지원. 또한 필요한 만큼의 자본을 증강할 것.
◆ 2008년 7월까지 바젤위원회는 수정된 유도엉 위험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행하고 IOSCO는 신용평가 기관들에 대한 기초 행동강령을 수정할 것.
한편 성명서는 FSF가 2008년 말까지 실행하도록 한 제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 성실한 자본, 유동성 및 위험관리 감독 강화 ▲ 투명성과 가치평가의 개선 ▲ 신용등급의 역할과 활용에 대한 변경 ▲ 당국의 위기에 대한 대응력 강화 ▲ 금융시스템 스트레스에 대철할 수 있는 보다 왕성한 합의의 실행 등을 포함한다.
성명서는 "FSF와 그 작업부회가 권고사항이 제대로 실행되는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감시할 것을 요청한다"며, "산하 바젤위원회, IOSCO, IASB, 합동포럼 등 회원 기구들이 위와 같은 연말까지 실행할 제안에 대해 오나전하고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일정을 가속화해달라"고 강조했다.
◆ 선진국 수장들, 표정 어둡지만 신뢰 유지위해 노력
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선진국 당국의 수장들은 한결같이 심각하고 어두웠다. 특히 우려의 배경 항목을 설명하는 대목을 상당히 길고 부담스러웠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한 이번 성명서는 사실상 어려운 시점에 결연한 의지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늘 경기 전망을 낙관하던 헨리 폴슨(Henry Paulson) 미국 재무장관도 이번 기자회견장에서 올해 첫 두 분기 동안 경제 여건이 "힘들었다(tough)"고 시인했다.
그는 "첫 분기는 힘들었고 두 번째 분기도 상대적으로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갈 길에는 더 많은 장애물이 예상된다(more bump in the road)"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G7 지도자들은 "그 누구도 세계경제가 미국 경기둔화로부터 어느 정도 탈동조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폴슨 장관은 덧붙였다.
환율 문제와 관련된 성명서의 변화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하자 폴슨 장관은 "최근 상황의 변화를 단순히 반영한 것"이라면서, 다만 "상황이 변화되고 있는데 계속 변함없이 같은 문구를 사용하게 되면 대단히 쓸모없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G7 회담 참석자들에게 '강한 달러화'를 지지하는 입장임을 재확인했다"며, 기자들에게도 "매우 강력한 의미에서" 강한 달러" 정책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크리스탱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이번 성명서의 환율에 대한 입장은 2월 회담 이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변화가 어떤 통화를 타겟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이 같은 공통된 주장이 환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문장이 엔화, 유로 혹은 달러화 등 그 어떤 통화를 지칭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악셀 베버 이사는 "중국의 환율 유연성 강화 외에 급격한 환율 변동은 좋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당국의 우려가 좀 더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쟝-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자율적으로 되지 않을 때는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민간이 먼저 시도해보고 안되면 당국이 필요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는 공동 기자회견 장에서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이 그 형태를 바꾸면서 등장하고 있다"며, 신종 금융리스크에 대한 공동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달 폴슨 장관과 함께 금융시스템 감시 및 규제를 위한 실무그룹 형성에 합의했던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G7이 가능한 한 빨리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그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카가 후쿠시로우(額賀福志郎) 일본 재무상은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7 회담 때까지 FSF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이 각국에서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보고를 요구할 의향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보면서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제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 렉스 리에펠(Rex Riefell)은 "호재가 많을 때는 좋겠지만, 지금은 선진국 지도자들에게 상당히 불편한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거스텐 소장은 "연준의 급격한 단기금리 인하에 따라 G7 당국들은 달러화가 자유낙하 하지 않도록 대처할 긴급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버거스텐은 "이번 G-7회담의 주된 목표는 더이상 금융시장을 혼란시킬 논쟁이나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데 있었을 것"이라며, "대중들에게 신뢰와 협력관계를 견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번 회담 이후 몇 차례 주요통화에 대한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고 이것이 경제 및 금융 안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우려한다고 밝혀 사실상 달러화 약세에 대해 견제 의지를 드러냈다.
국제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문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안정포럼(FSF)의 위기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분석과 대응방안에 대해 지지한다며 구체적인 단기 실행 권고안을 내놓았다.
◆ 급격한 환율 변동성 우려에 강조점, "달러 약세 좌시 않겠다"
선진국 G-7 대표들은 회담을 마친 후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지난 회담 이후 몇 차례 주요 통화들 사이에서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으며, 우리는 이것이 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해 지니는 함의를 우려하고 있다(at times sharp fluctuations in major currencies, and we are concerned about their possible implications for economic and financial stability)"고 밝혔다.
일견 보기에 온건해 보이는 이 문구는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당국자들이 이제는 달러화 약세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다.
미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들은 "2월 회담 이후 상황 변화를 반영했을 뿐이며, 특정 통화를 겨냥한 것은 아니고 급격한 환율 변동성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G-7 성명서 문구가 조금만 변해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만큼 이번 성명서는 사실상 '엄청난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세부적이지 않고 두리뭉실할 표현을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식의 변화를 담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약이 될수도 있고 독이 될수도 있다.
이번 성명서에서 달러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식의 표현은 나오지 않았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대응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달러화를 적절히 부양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투기세력이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고 역으로 대응할 위험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인하를 중단하거나 유로존이 금리인하에 돌입하는 것, 혹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 외환당국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끔 했다.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든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경제에서 달러 약세 덕분에 살아나고 있는 수출 산업은 효자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지만, 달러 약세가 유발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앙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금리인상과 경기 약화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자산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다.
이번 G-7 성명서의 환율 관련 문구가 날카롭지 못한 것은 또한 선진국 외환당국의 전략이 통째로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전 부시 대통령의 자문역을 담당했던 크리스틴 포브스(Kristin Forbes) MIT 경제학 교수는 "그 동안 전략이 핵심 교의는 시장이 환율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며, "지금와서 시장을 불신하며 당국이 환율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줄타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미국 달러화의 약세는 매우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는 1.58달러 초반에서 마감했다. 참고로 2000년 10월 25일 기록한 82.7센트가 유로화 도입 이래 최저점이다.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로 15% 평가절하되었으며, 올해 들어서 다시 7.8% 절하가 진행 중이다. 일본 엔화 대비로는 지난 해 15%에 이어 올해 9.5%나 각각 평가절하됐다. 17개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지수는 전년대비로 9.8%나 하락한 상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래 달러화 가치의 실질 약세 폭 25%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가장 급격한 평가절하 사례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번 G-7 성명서는 경상흑자 지속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중국 위앤화의 절상 속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으나, "중국이 자국 통화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먼저 삽입했다.
◆ "세계경제 전망 악화, 하방위험 지속"
정책 당국자들은 세계경제 전망이 크게 악화되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공동성명서는 "지난 2월 회의 이후 세계경제가 계속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비록 장기적인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믿지만, 단기적으로 경제 전망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나아가 "각국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미국 주택시장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세계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되었으며 높은 유가와 상품 가격의 국제적인 충격 그리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승 등을 감안할 때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흥시장 경제성과가 밝은 지점이지만 이들 역시 글로벌한 힘의 작동으로부터 절연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진국 수장들은 경고했다.
G-7 당국자들은 성명서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어렵고 또한 지속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경제전망의 약화 매락에서 금융시장은 서로 연관된 쟁점, 즉 위험의 재평가와 대규모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거래상대방 위험 관리, 재무 여건 조정, 자본 증강, 핵심시장의 유동성 및 기능작용 개선 등의 과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수 금융기관들이 구조화 상품에 대한 노출 정도와 그와 연관된 위험에 대한 공개 활동을 개선한 것과 상당한 규모의 새로운 자본을 증강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수장들은 지속 성장 추세로의 복귀, 물가안정 그리고 금융시스템의 원활하고 질서있는 작동 도모를 위해 계속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이 공조하여 자금조달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나 이 같은 공조를 통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의 해결 필요성을 인식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그간 새로운 대응방식에 대해서나 미국의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동원한 부양책에 대해서도 '환영'의사를 전달했다.
◆ "은행들 100일 안에 손실 털어놔!"
이번에 선진국 G-7은 주요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100일 안에 손실 위험과 대손상각 그리고 복잡하고도 비유동적인 투자상품에 대한 적정가치 평가 내역을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금융안정포럼(FSF)이 제출한 분석 보고서에 대해 노고를 치하하면서, 금융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출한 보고서의 제반 방도와 권고사항에 대해 승인하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동성명서에서는 "이번 FSF 보고서에서 제출한 중요한 권고사항들 중에서 앞으로 100일 안에 실행할 최우선 실행 권고 항목"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 업체들은 리스크 익스포저, 대손상각, 복잡하고 비유동적인 투자상품에 대한 적정 가치평가에 대해 완전하게 즉각 공개할 것. 특히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내놓을 실적 보고서에서 FSF가 제시하 공개방침을 따라 활발하게 위험요인에 대해 공개할 것을 권고.
◆ 국제회계표준위원회와 여타 표준 기관들은 회계관행을 개선하고 부외에 존재하는 실체에 대해 공개하는 기준을 강화하며 특히 금융시장이 곤란에 빠졌을 때 금융상품을 적정하게 평가하는 기준 등을 개선할 긴급 이니셔티브를 실행에 옮길 것.
◆ 기업들은 위험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당국의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감독활동을 적극 지원. 또한 필요한 만큼의 자본을 증강할 것.
◆ 2008년 7월까지 바젤위원회는 수정된 유도엉 위험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행하고 IOSCO는 신용평가 기관들에 대한 기초 행동강령을 수정할 것.
한편 성명서는 FSF가 2008년 말까지 실행하도록 한 제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 성실한 자본, 유동성 및 위험관리 감독 강화 ▲ 투명성과 가치평가의 개선 ▲ 신용등급의 역할과 활용에 대한 변경 ▲ 당국의 위기에 대한 대응력 강화 ▲ 금융시스템 스트레스에 대철할 수 있는 보다 왕성한 합의의 실행 등을 포함한다.
성명서는 "FSF와 그 작업부회가 권고사항이 제대로 실행되는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감시할 것을 요청한다"며, "산하 바젤위원회, IOSCO, IASB, 합동포럼 등 회원 기구들이 위와 같은 연말까지 실행할 제안에 대해 오나전하고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일정을 가속화해달라"고 강조했다.
◆ 선진국 수장들, 표정 어둡지만 신뢰 유지위해 노력
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선진국 당국의 수장들은 한결같이 심각하고 어두웠다. 특히 우려의 배경 항목을 설명하는 대목을 상당히 길고 부담스러웠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한 이번 성명서는 사실상 어려운 시점에 결연한 의지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늘 경기 전망을 낙관하던 헨리 폴슨(Henry Paulson) 미국 재무장관도 이번 기자회견장에서 올해 첫 두 분기 동안 경제 여건이 "힘들었다(tough)"고 시인했다.
그는 "첫 분기는 힘들었고 두 번째 분기도 상대적으로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갈 길에는 더 많은 장애물이 예상된다(more bump in the road)"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G7 지도자들은 "그 누구도 세계경제가 미국 경기둔화로부터 어느 정도 탈동조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폴슨 장관은 덧붙였다.
환율 문제와 관련된 성명서의 변화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하자 폴슨 장관은 "최근 상황의 변화를 단순히 반영한 것"이라면서, 다만 "상황이 변화되고 있는데 계속 변함없이 같은 문구를 사용하게 되면 대단히 쓸모없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G7 회담 참석자들에게 '강한 달러화'를 지지하는 입장임을 재확인했다"며, 기자들에게도 "매우 강력한 의미에서" 강한 달러" 정책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크리스탱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이번 성명서의 환율에 대한 입장은 2월 회담 이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변화가 어떤 통화를 타겟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이 같은 공통된 주장이 환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문장이 엔화, 유로 혹은 달러화 등 그 어떤 통화를 지칭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악셀 베버 이사는 "중국의 환율 유연성 강화 외에 급격한 환율 변동은 좋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당국의 우려가 좀 더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쟝-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자율적으로 되지 않을 때는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민간이 먼저 시도해보고 안되면 당국이 필요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는 공동 기자회견 장에서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이 그 형태를 바꾸면서 등장하고 있다"며, 신종 금융리스크에 대한 공동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달 폴슨 장관과 함께 금융시스템 감시 및 규제를 위한 실무그룹 형성에 합의했던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G7이 가능한 한 빨리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그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카가 후쿠시로우(額賀福志郎) 일본 재무상은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7 회담 때까지 FSF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이 각국에서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보고를 요구할 의향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보면서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제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 렉스 리에펠(Rex Riefell)은 "호재가 많을 때는 좋겠지만, 지금은 선진국 지도자들에게 상당히 불편한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거스텐 소장은 "연준의 급격한 단기금리 인하에 따라 G7 당국들은 달러화가 자유낙하 하지 않도록 대처할 긴급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버거스텐은 "이번 G-7회담의 주된 목표는 더이상 금융시장을 혼란시킬 논쟁이나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데 있었을 것"이라며, "대중들에게 신뢰와 협력관계를 견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