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2008년) 재계의 경영 키워드가 불투명하다. 그나마 재계 경영화두로 손꼽히는 '글로벌'은 최근 몇년간 반복해서 거론된 신년화두라는 점에서 신선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그만큼 무자년 신년화두는 설정자체가 만만치 않다.재계에서 신년화두 기근(?)에 시달리는 이유는 바로 이건희 회장의 침묵(?)때문이다.
과묵하기로 소문난 이 회장이지만 그가 던진 말한마디는 곧 재계의 경영철학이자 경영키워드로 정해질 만큼 상당한 파급력을 행사한다 .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신년사는 물론이고 매년 1월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졌던 그룹 신년하례식도 이번엔 취소키로 방침을 굳혔다.
재계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이나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이 잇따라 신년하례식을 시작으로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자세를 가다듬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재계 선두그룹 총수답게 이 회장의 발언은 항상 주목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그가 말한 시점에 따라 신년화두로, 재계화두로 일 컬어졌다.
특히 삼성그룹이 위기때 마다 그가 내놓은 발언을 두고는 여러가지 해석을 낳기도 한다.
지난해 초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샌드위치 위기론'을 제기하며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0년 이상의 호황기를 맞고 있던 삼성그룹의 총수가 위기론을 제기했으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은 뒤로 하고 대부분 그의 선견지명에 무게감을 주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실제 삼성그룹은 얼마 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한 주력계열사의 성장동력 적신호가 울렸으며 내부적으로는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큰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지금까지 삼성그룹의 성장견인차 역할은 반도체와 휴대폰의 두 성장축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등 IT계열이 주류였다. 그렇지만 지난해 소외그룹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그렇게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그렇지만 삼성중공업마저 태 안기름유출사태로 오히려 그룹 이미지에 적잖은 흠집을 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회장이 지난해 내내 강조한 '창조경영'의 화두 역시 '샌드위치 위기론'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강조한 두 개의 화두는 현 삼성그 룹을 대변했던 것이다.
과거에도 이 회장이 현재 처한 심경을 대변한 이야기를 해 수년간 화제가 된 사례도 있다.
이 회장의 말한마디에 관심이 커졌던 시점도 고 이병철 타계이후 취임 6주년째인 지난 93년 신경영선언부터로 보인다.
당시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며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한마디는 재계 안팎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 다.
이 발언은 삼성그룹이 기존 굳게 닫혀 있던 틀을 과감히 깨고 재도약의 기반을 닦으며 성장가도에 들어서는 촉매제로 작용하게 된다.
지난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설립이후 최대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회장은 어떤 키워드를 던질지 재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현 삼성그룹이 맞고 있는 상황을 비춰볼 때 이 회장의 키워드를 당장 듣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