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920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하반기 성장률 상향 조정 및 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대감 등 펀더멘탈 강세와 주가 상승 등으로 한껏 하락세를 펴는가 싶더니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으로 일단 멈춰섰다.
가뜩이나 환율 수준이 낮아지면서 외환당국자들, 특히 정부 당국자들의 구두개입이 빈발하던 차에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규제 방안을 둘러싸고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금융감독당국에서 외은권 지점장들을 불러놓고 외화차입을 줄이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이래 한차례 시장이 충격을 겪은 바 있다.
그 때 정부가 생각할 만한 대책으로 거론됐던 얘기들이 2개월이 지난 지금 거론되면서 시장은 정부의규제 방안에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전날 권오규 부총리는 경제5단체장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를 통해 “오는 12일 단기 외화차입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그동안 외환과 관련해서는 중장기 해외투자활성화 대책 등 수급 대책을 위주로 대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아 좀더 적극적인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외은권의 외화차입에 대해 현재 자본금의 6배 수준까지 비과세를 했던 것을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규제 방안으로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점과 정부의 환율 하락에 대한 개입 우려감이 교차하면서 매도세가 주춤하면서 반등 시도가 일부 빚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상 또 현재의 외환시장 여건이 환율을 끌어올릴 만한 조건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급만 하더라도 산업자원부는 올해 수출을 3670억달러로 상향 전망하면서 무역수지 흑자도 15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 호조에 따라 공급우위 상황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권오규 부총리 역시 “시장에 직접개입을 해서 환율 하락을 방어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하면서 “국제 공조 노력을 통해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최고 수장이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시장 직접 개입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한 부분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 역시 “외환보유액보다는 환율이 고민”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런 부분하고 일맥상통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수급이나 경제 펀더멘탈, 국제금융시장의 금리인상 기대감, 그러면서도 미국 경제의 둔화 여지 및 일본의 금리인상 지연 등으로 시장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특히 주가가 1880선대를 훌쩍 넘어서는 가운데 외국인도 순매수로 돌아선 마당에 외환수급상 매수세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여전히 915~925원선의 박스권에서, 특히 920원을 둘러싸고 지그재그, 또는 시소 장세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피봇분석을 통해서 보면, 달러/원 환율은 920.50원을 중심으로 919.90~921.40원, 좀더 넓게는 918.90~922.00원 수준에서 맴돌이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는 10일 오전 8시 6분 유료회원들께 앞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뉴스핌 외환시장 컨센서스
다음은 국내외 금융권 소속 외환딜러 및 이코노미스트들의 외환시장 전망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회사별 가나다 ABC순).
▷ 신한은행 김장욱 과장
: 시장이 정책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910원대는 당국에 대한 경계감으로 거래가 제한되고 있고 920원 위에서는 시장이 여전히 무거운 편이다. 오늘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목요일 정부의 단기외채 규제안 발표 전까지 새로운 뉴스가 없으면 좁은 범위에서 920원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
: 전날과 비슷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내외 특별한 지표 발표가 없는 가운데 스왑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도 나타나는 등 상하방 재료가 상충하는 모습이다. 이에 920원 중심의 공방이 오늘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우리선물 신진호 연구원
: 금주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어 환율 하락 압력이 있다. 그러나 당국의 외화차입 규제 움직임에 따른 스왑시장 불안은 반등재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920원 위에서는 매물 압박이 심한 상황이어서 그 이상을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금리와 외채규제안이 발표되는 목요일 전까지는 920원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입규제의 경우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여 방향성은 아래쪽에 무게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