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몇 차례의 큰 파도가 지나갔다.
중국발 긴축 쇼크,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 등등.
일단 ‘타이타닉’ 침몰과 같은 비극은 없었다. 요동치던 배가 균형을 잡고 이제는 작은 파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달러/원이라는 배도 위험지역을 벗어나 940원을 향해 아래쪽으로 갈지, 950원을 향해 위쪽 방향으로 갈지 방향타를 만지작거리는 모습.
그 동안 달러/엔 해류에 역행해 왔지만 엔 캐리라는 암초를 어느 정도 피한 만큼 이제는 ‘편승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은 조심스럽다. 액셀레이터(RPM)를 한껏 밟아도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940원쪽도 950원쪽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 방향에서 가속도가 붙을지는 일주일 정도 더 항해를 해 봐야 감이 올 것 같다고 시장전문가들은 은 입을 모은다.
3월에도 950원 구경을 제대로 못하면 하락에 서서히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나오기도 한다.
현재로 볼 때 열쇠는 글로벌 달러가 쥐고 있는 것 같다. 달러/원 환율이 달러/엔 환율과 연동성을 어느 정도 회복할 지, 기술적으로 중요한 위치인 943원 수준의 방어가 지속될 지를 주시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우리는 미처 파악할 수 없는, 저 심해에서 어떤 새로운 조류가 꿈틀대고 있지는 않은지, 배 구석구석을 점검해 보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이 기사는 20일 오전 7시 55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글로벌 달러 반등, 일본 금리동결 및 주가 반등 주시
글로벌 달러는 하룻만에 반등했다.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현재 0.50%인 기준금리가 상당기간 동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서 엔화 약세가 빚어지며 달러/엔과 유로/엔이 올랐다.
그렇지만 여기에 더해 아시아권 증시가 반등한 가운데 미국의 증시가 ABN암로에 대한 M&A 재료 등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달러가 동반 반등세를 보였다.
전날(19일) 뉴욕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17.50선대로 급반등했고, 유로/엔은 156선대로 다시 올랐으며, 유로/달러는 1.33선에서 1.32선대로 하향했다.
글로벌 달러 반등과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국내 시장에도 달러/원 환율에 대한 하락 압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942원선까지 빠졌으나 여전히 저가 결제 및 매수세로 낙폭을 줄였고 이는 3월 외국인 배당금 관련 수요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전날도 1,800억원 이상 순매도를 하면서 나흘째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어 외환시장에 미치는 수요의 힘을 뒷받침하고도 있다.
◆ 정부, 대중 및 대일 무역수지 주목
전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 ‘시베리아’를 거쳐 제3지대의 권력을 창출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한국은 알게 모르게 ‘정치의 계절’로 들어서고 있다.
세상의 관심이 ‘정치’에 좀더 쏠려 갈 것이 당연하지만, 국내 경제의 관심은 수출 호조의 지속과 내수 회복 여부에 놓여 있으며, 외환시장의 화두는 ‘배당금’이라는 점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20일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무역협회 주최 조찬강연에서 "대중국 무역흑자 감소와 대일본 무역적자 확대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기조 정착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장관은 대외 불안요인으로 미국의 경기 둔화, 중국의 긴축 기조 전환 가능성, 환율의 변동성 등을 꼽았고, 대내 과제로는 수출과 내수간 괴리, 중소기업의 수출비중 감소 등을 적시했다.
김영주 장관은 "무역과 개방의 확대를 통해 대내외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 중장기 무역비전 수립' 등 무역 인프라의 확충 △ 문화, 서비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등 새로운 수출동력의 확충 △ 신흥 유망시장 발굴 등 수출시장 다변화 △ 전략물자 관리체계의 고도화를 구체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943.30원을 942.80~944.20원, 좀더 넓게는 941.90~944.70원 사이에서 수급간 공방이 예상되며, 해외쪽에서는 일본의 금리 결정에 따른 변동성, 그리고 미국의 주택관련 지표가 시장 변동폭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