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시에(Andy Xie) 모건스탠리 소속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말 제출한 보고서("Asia/Pacific: Yen vs. Yuan, Redux") 2006년 엔화의 언더슈팅(undershooting)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그는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무역흑자의 감소를 유발함으로써 엔화에 부정적인 배경이 되고 있으며, 또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량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日 정책당국이 사실상 엔화 약세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또 시에는 이러한 엔화의 과도한 약세는 신용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상승한 중국과 인도의 자산가치에 대한 기대를 역전시킬 수 있으며, 투기자본의 유출 및 자산가격 급락세를 유발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그는 만약 일본은행(BOJ)이 조기에, 그러나 완만한 방식으로 양적완화 정책에서 탈피할 경우 일본 및 아시아 금융시장의 연착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지만, 만약 정부 여당의 압력으로 인해 이런 통화긴축 시도가 지연된다면 엔화가 더욱 저평가되면서 아시아에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엔화 언더슈팅 가능성, 한국경제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타격 예상올해들어 엔화는 中 위앤화 대비 16%나 하락했지만, 이 수준이 당장 위협적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엔화가 만약에라도 오버슈팅 양상을 보일 경우 그 동안 급락했던 100엔/위앤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중국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시에는 日 경제가 회복되면서 내수가 증가하면 무역흑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해외투자자들이 경기회복을 노리고 주식을 매수할 때 금리가 저렴한 엔화 자금을 차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엔화 약세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더구나 일본은 디플레 탈피를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지만 유동성 함정 때문에 이러한 통화공급이 가치 약세를 유발하지는 않고 있는데, 만약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유동성 함정이 소멸된다면 과도한 통화공급은 곧 엔화의 급격한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일본이 디플레이션을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온통 리스크를 수반하는 셈이다. 특히 과도한 유동성 공급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가 문제다. 일본은행이 점진적인 방식으로 조기에 긴축정책을 단행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환율변화나 아시아 유동성의 급격한 감소를 유발하지 않을 수 있는 방식으로 보인다고 시에는 지적했다.그는 엔화 약세로 인한 교역조건의 변화는 중국보다는 한국 쪽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며, 특히 한국 원화(KRW)가 엔화 대비 올들어 13%나 급등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일본보다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당분간 원화의 엔화 대비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통화 강세가 과도할 경우 노동생산성의 이점을 뒤덮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달러/엔 환율 주기에서의 오버슈팅 추세, 이번에도 재연되나시에는 엔화 가치를 결정하는 세 가지 특징이 존재하며, 이 때문에 달러/엔 환율 주기에 상항 '오버슈팅' 추세가 곧잘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세 가지 특징은 ▲日 가계가 대단히 높은 모국 투자지향성을 가진다는 점 ▲ 日 경제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 일본의 단기금리가 제로 수준이라는 점 등이다.엔화 가치가 안정적인 때에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수익률 격차를 이용해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캐리 트레이드를 유지한다.하지만, 세계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경우 日 무역흑자가 증가하고 엔화 가치도 함께 상승하는데, 이러한 엔화 강세 속에서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엔화 부족사태를 유발해 엔화 강세 '오버슈팅'이 유발되곤 한다.반대로 세계경기가 둔화될 경우 日 무역흑지가 감소하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다시 캐리 트레이드가 등장해 엔화 약세의 '오버슈팅'이 발생하는 것이다.시에는 이 같은 분석 틀을 가지고, 지난 1995년부터 98년 사이 엔화 가치는 43% 급락했다가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29% 반등했으며, 또한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는 21% 재차 하락했다가 2000년부터 2004년으로 보면 21% 반등하는 등 등락장세가 이어졌으며, 2004년을 고점으로 현재까지 12% 하락세를 보인 상황이라고 최근 10년간 추세를 설명했다.여기서 그는 과거와 같은 오버슈팅 양상이 재연된다면 엔화 가치가 이번 하락 추세의 저점에 도달할 때까지 추가로 1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조정양상의 '속도'가 관건, 일본은행 긴축 통한 '연착륙' 기대시에는 이상과 같은 엔화의 등락 주기가 아시아 금융시장 여건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는데, 최악의 조합은 바로 엔화의 긴 강세 이후 급격한 가치하락 양상이 나타날 경우라고 경고했다.엔화가 강세를 장기간 유지할 때는 대량의 국제자본이 아시아로 흘러들지만, 급격한 가치하락의 경우 일종의 '자본도피' 양상과 함께 아시아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시에는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최근까지 엔화의 강세는 과거와 같이 급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정 역시 완만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고 내다봤다.특히 그는 이러한 완만한 조정과정에서 결정적인 것은 일본은행의 정책구사에 달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행의 긴축 정책이 10년전 엔화 강세와 마찬가지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며, 아시아 경제는 엔화 평가절하나 일본은행의 긴축 정책 모두에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시에는 엔/위앤 환율과 엔/원 환율의 하락추세에 주목하면서, 그러나 중국이 일본과의 교역 수준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이러한 변화에 취약하지 않은 반면 한국의 경우는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다만 그는 달러/엔이 130엔에 접근할 경우 시장은 위앤화 평가절상 보다는 평가절하 가능성을 운위할 가응성이 있으며, 이는 중국으로 유입된 투기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100엔/원 환율의 경우 2004년 1,060원 수준에서 최근 880원까지 급격히 하락했는데,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반발효과를 감안한다고 해도 과도한 것이라고 시에는 분석했다.이러한 환율 하락의 주된 원인은 한국의 노동생산성 향상률이 일본에 비해 빠르다는 것인데, 앞으로 원화가 엔화 대비 약 10% 정도 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양국간의 수출업종 사이의 투자수익률이 비슷하게 변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결론적으로 시에는 엔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을 억제하고 유동성의 탈출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이 조기에 완만한 방식의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이렇지 않을 경우 헤지펀드가 엔화 및 日 국채를 매도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