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 했던 '신흥시장 위기'가, 느린 속도로 머뭇거리면서 다시 부상하고 있는 듯 하다.이런 신호는 먼저 저 멀리 라틴아메리카의 브라질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아시아 금융위기의 대명사인 인도네시아 통화 가치가 다시 급락하는 등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최근 브라질은 정치 스캔들이 계속 불거지면서 통화가치와 자산가격이 급변동하는 변동장세를 경험했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 속에 급격한 매도공세에 시달리며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며 적극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스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전례없는 긴급 회의를 열어 현재 금융시장의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장담했으나 불안감이 가시질 않고 있다.물론 아직까지 이런 변동장세가 단지 해당국가나 주변 지역을 넘어 급격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이번 사태는 좀 더 우려할 만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美 금리인상+고유가로 신흥시장 유동성 프리미엄 소멸 중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우려는 바로 '고유가 사태'가 세계경제를 둔화시키고, 계속 상승하고 있는 미국 정책금리가 그 동안 신흥시장에 넘쳐나던 투자자본을 신속하게 고갈시킬 위험이 있다는 이중적인 악재에 놓여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자 기사에서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 최근 신흥시장에서 유동성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 등 변동성에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진 프리다(Jean Frieda) RBS(Royal Bank of Scotland) 런던 소속 신흥시장 분석 담당은 "유동성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소거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신흥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WSJ는 최근 시장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얼마나 빠른 속도의 파급 속도를 가지면서 확산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신흥시장이 그 동안 누려왔던 호황장세가 정점을 지나 하락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시각은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최근 브라질 자산시장의 동요가 신흥시장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경고신호"였다. 지난 주말 브라질 자산시장은 7월 이후 두 번째로 광범위한 매도공세에 시달렸다. 이는 브라질 정치권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시발점이 되었지만, 매도세는 브라질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변 국가들의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이번 주 들어 남미 채권시장과 통화가치는 다시 반등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긴장감이 남아있으며, 헤알화 가치는 지난 주말의 하락 상황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준에 놓였는 상태다.이런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급락사태는 더욱 주목을 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7일 예금금리를 25bp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일 루피아화는 달러화 대비 42주 최저치로 하락했다. 최근 외환당국이 대규모 개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루피아 매도공세가 이어지면서 주변 시장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을 정도다.루피아화 하락세는 지역 증시의 급락세를 동반했다. 지난 8월 초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던 인도네시아 증시는 전날까지 13%나 급락한 상태다. 분석가들은 국내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 모두 차익실현하고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투매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국제유가가 배럴당 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국영 페르타미나(Pertamina)는 석유수입 결제자금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달러화를 매수해야 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된 나라이면서도 석유를 순수입하는 유일한 나라다.이 때문에 유가상승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GDP의 3%에 육박할 정도로 오히려 전체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런 보조금을 줄이고 유동성을 억제하는 긴축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루피아화 급락세는 달러화 조달을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욱 큰 폭으로 인상하도록 강세할 뿐 아니라, 대외채무 상환부담도 더욱 커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금리상승세는 당연히 경제성장을 짓누르는 부담이 될 것이다.◆ 신흥시장 호황장세, 정점 지났을 것이란 불안감 확산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최근 신흥시장의 불안감은 지난 3년간 이들의 자산시장이 전반적인 호황장세를 이어온 이후 뒤따라 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지난 8월 10일 기준으로 JP모건의 신흥시장채권시장지수 플러스(EMBI+)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美 재무증권과의 스프레드가 2.74%포인트로 줄어들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이 스프레드는 2.97%까지 신속하게 확대된 상황이다.한편 멕시코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그리고 칠레 페소화 등은 8월 초까지만 해도 모두 수년래 최대 강세를 기록 중이었다.이런 신흥시장의 붐은 이들 나라 외에도 우크라이나와 에콰도르 등 좀 더 상태가 좋지 못한 시장으로까지 파급효과를 나타낸 바 있다.하지만 최근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의 통화가치 및 자산시장 가격의 급격한 동반 하락세를 통해 신흥시장의 자산시장이 다양한 약세요인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중이라고 WSJ는 강조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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