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에게 미국경제와 달러는 더이상 경제발전을 위한 기반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진전을 위해 중국은 미국경제와 달러화의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안정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5월16일자 美 포춘지(Fortune)에 기고한 글("China Viewpoint: Needs a New Anchor ")에서 중국 정책당국이 수출주도 경제발전에서 민간소비에 중요성을 두고 또한 달러페그제에서 복수통화 바스켓 환율제도로 이행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안정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스티븐 로치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中 '개혁'과 '안정'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미국과의 연계 조정은 필수중국에서는 안정성이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난 27년간 중국이 추진해 온 개혁이 예외적인 진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中 지도부는 이런 성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또한 경제적 사회적 혹은 정치적인 안정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은 어느 것도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그러나 중국이 개혁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려면 중대한 조정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국경제가 새로운 안정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해 보인다.사실 중국의 운명은 미국과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중 최소 1/3은 대미수출로 이루어진다. 더구나 중국의 런민삐(人民幣)는 지난 10년간 美 달러화 페그제를 유지해왔다. 이는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의 통화정책과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이 중요한 지점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그런데 이런 관계가 이제는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경제와 연계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경상수지 조정 문제가 돌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1분기에 GDP의 6.5%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의 부담이 되고 있다. 낮은 국내저축률(제로수준에 가까운 가계저축과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때문에 미국경제는 점차 위험하고도 유지불가능한 경로를 걷고 있는 중이다.그런데 이런 미국의 대외적자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시간 상의 문제일 뿐이다. 미국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중국경제를 이끌던 수출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의심할 여지 없이 美 달러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이는 페그제를 선택한 중국 통화의 평가절하로 이어지게 된다. 중국이 워낙 강력한 수출경쟁력을 지닌 나라이기 때문에 이러한 통화의 평가절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의 강력한 대중국 보호주의 압력의 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한편 미국은 외환리스크에 대한 해외채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외환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한 중국으로의 자금유입을 촉발하여 가뜩이나 유동성이 과도한 중국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美 경상수지 조정과정에 대비, 새 안정화 기반은 내수경제와 환율시스템 개혁중국은 앞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조정과정에 대비해야만 한다. 안정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은 가장 불안정한 선진국 경제와 긴밀하게 얽혀있고 또한 가장 불안정한 통화에 대한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따라서 중국은 이제까지 경제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했던 이들 기반을 벗어나 새로운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물론 이러한 새로운 기반의 마련은 매우 조심스럽게 기획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경제 내부의 안정성을 더욱 확고히하면서 동시에 세계 경제와 중국경제 간의 관계를 새롭게 재조정함으로써 대외 안정성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아마도 내부경제적 안정기반은 중국경제의 복합적인 상화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입장에 있다. 사실 중국은 미국경제의 거울이미지와 같은 존재다. 중국은 2004년 GDP 중 수출비중이 26%에 달하여 미국과 비교할 때 수출경제 비중이 약 3.5배 정도 크다. 더구나 고정자본 투자의 경우 올해 GDP의 5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국의 19%에 비해 2.5배 수준이다.중국의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인프라확충 필요성 등을 감안한다면 이런 막대한 고정자본 투자가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이런 불균형한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에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설비투자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GDP 대비 비중이 40%를 크게 초과한 적이 없다.결국 중국의 50% 대 비중은 과도한 공급에 이은 디플레이션 전망을 열어두는 수치다. 중국은 따라서 민간소비에 기초한 내수경제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2004년 기준으로 중국의 내수는 GDP 내 42%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따라서 중국의 새로운 안정화 기반은 무엇보다 투자와 수출의 비중을 줄이고 민간소비를 진작하는 방향으로의 경제적인 재조정 과정에 기초해야 한다.동시에 중국은 대외적인 안정화 기반 역시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새로운 환율 메커니즘의 도입을 요구한다. 지난 10년간 달러 페그제는 중국경제의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그 유용성은 이제 시한이 지났다고 판단된다. 이제 달러 페그제는 미국의 대중국 보호주의 압력을 증가시키는 쟁점이 되고 있고 금융시스템으로의 과도한 유동성의 유입으로 인한 경제 불안정화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상하이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경고신호라고 할 수 있다.중국의 열악한 금융시스템 역시 안정화 기반을 요구한다. 은행과 자본시장은 자립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기반은 더이상 美 달러화에만 기초할 필요는없어졌다. 위앤화를 달러 외에 유로화, 엔화 및 여타 주요 아시아통화들의 복수통화 바스켓으로 연동시키는 것이 좀 더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복수통화 바스케 환율을 채택하면 중국은 빈번한 외환시장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바스켓 내의 통화구성과 비중 같은 쟁점은 달러페그제를 벗어난다는 사실 자체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 동안 중국은 국가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을 훌륭하게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잘 살려내려면 미국중심의 성장모델과 달러중심의 외환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 조정국면에 진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야 말로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갈수록 불균형에 빠지고 있는 중국경제 자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다.사회경제적 안정 추구할 때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목표가 딱히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데 있다. 따라서 중국도 자체적인 안정화의 요구를 항상 다시 사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당연히 경제정책의 다양한 내적인 혼합 뿐 아니라 새로운 환율메커니즘이 형성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안정화 기반의 마련은 중대한 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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