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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아키히토’...평화를 사랑했던 일본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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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과오와 마주섰던 평화주의자
재위 기간 동안 침략지 돌며 과거 반성
‘살아있는 일본의 양심’으로 평가받기도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제125대 덴노(天皇)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4월 30일 퇴위한다. 일왕이 생전 퇴위하는 것은 에도(江戸)시대 후기였던 1817년 고카쿠(光格) 덴노 이후 202년 만에 처음이다. 일왕퇴위특례법에 따라 왕위는 장남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세습되고, 자신은 상황(上皇)이 된다.

일본에 대해 반감이 큰 한국인들은 일왕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그는 ‘침략 전쟁’이라는 일본의 과오와 정면으로 맞서며 평생을 평화주의자로 살았던 인물이다.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살아있는 일본의 양심’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2월 24일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열린 마지막 재위 기념행사인 ‘재위 30주년 기념식’에서도 “평화를 희구하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로 근현대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않는 시대를 가졌다”고 자신의 재위 기간을 회고했다.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 [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살 때 신년 목표로 ‘평화국가 건설’ 적어

아키히토는 1933년 12월 23일 쇼와(昭和) 덴노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2남 5녀 중 다섯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패전 이후 서양의 사상과 생활 방식을 배우게 하려는 부친의 의향에 따라 퀘이커(개신교의 한 교파) 교도인 미국인 가정교사 엘리자베스 바이닝에게 서구식 교육을 받았다.

이를 통해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반성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1945년 12살 때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쿄(東京)를 보면서 “평화를 다짐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새해 첫 날 신년 목표를 붓글씨로 쓰는 ‘가키하지메(書き始め)’라는 풍습이 있는데, 패전 다음해인 1946년 아키히토가 쓴 문구는 ‘평화국가 건설’이었다.

지난 2월 24일 일본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열린 '재위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는 결혼도 남달랐다. 왕족 내지는 화족(근현대 시대 일본의 귀족 계급)과 결혼했던 일본 왕실의 전통을 깨고 평민 신분의 쇼다 미치코(正田美智子)와 1959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실 미치코 왕비도 신분이 평민일 뿐이지 친가는 아시아 최대의 제분회사인 닛신(日淸)제분을 갖고 있는 재벌이며, 외가는 백작 지위를 받은 화족이었다.

또한 미치코는 젊은 시절 뛰어난 미모는 물론이고 공부, 운동, 음악, 미술 등 못 하는 것이 없는 최고의 재원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것도 테니스가 계기였다고 알려져 있다.

평민 출신 왕비에 대한 왕실의 냉대와 무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지만, 두 사람의 금슬은 매우 좋았으며 나루히토, 후미히토(文仁), 사야코(清子)의 2남 1녀를 두었다.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녀들도 모두 평민과 결혼했다.

지난 1958년 연애 시절 테니스 클럽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침략지 돌며 일본의 과오 ‘반성’

1989년 1월 히로히토 일왕이 사망하면서 일왕에 즉위한다. 그는 일본 역사상 두 번째로 고령인 56세의 나이에 일왕에 올랐지만, 30년 재위 기간 동안 ‘전쟁’이라는 일본의 과오를 수습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일본이 공격했던 아시아 지역을 하나하나 방문했으며, 특히 현지에 있는 일본인 병사 위령비뿐만 아니라 상대국 위령비에도 참배하며 큰 울림을 전해줬다. 일본의 잘못을 사과하고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긴 행위라는 평가들이 제기됐다.

1992년 아키히토는 근대 일본 왕실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일본 내 우파 세력은 방중에 반발했지만, 그는 중국에서 “양국 관계의 오랜 세월에 걸친 역사에 있어 우리나라가 중국 국민에게 크나큰 고난을 준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 이것은 제가 깊은 슬픔을 느끼는 부분이다”라며 “우리 국민은 다시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깊은 반성과 평화국가가 되겠다는 굳은 결의를 했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태평양전쟁 침략 지역 중 하나인 사이판을 방문했다. 그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령하고 싶다는 것을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하케타 신고(羽毛田信吾) 전 궁내청 장관은 “외국 방문은 기본적으로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폐하의 매우 강한 희망이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례적인 외국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6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침략했던 사이판을 찾아 묵념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韓 국민께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

장남 나루히토와 함께 한국에도 방문하고자 했으나 일본 보수층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1990년 일본을 찾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통석의 염’이란 표현을 쓰며 과거사 문제를 사과했다.

노 대통령과의 만찬회에서 아키히토는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그 불행한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느꼈던 고통을 생각하며 나는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통석의 염은 사전적 의미를 찾기는 어렵지만 당시 우리는 ‘유감’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또 1998년 방일한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한때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다”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2001년에는 “일본 고대서 ‘속일본기(續日本紀)’에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 후손이라고 기록돼 있다. 한국과의 연을 느낀다”며, 일왕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왕실에 백제의 피가 흐른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990년 5월 일본 왕실 연회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오른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야스쿠니 신사에 한 번도 참배 안 해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우익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한 번도 참배하지 않았다. 또 일본 군(軍) 원수 직을 마다한 유일한 일왕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도한 ‘주권 회복의 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평화헌법을 유지하려는 아키히토는 행사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8월 15일 종전 70주년 전몰자 추모식에서의 발언을 보면 두 사람의 과거사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짐작할 수 있다. 아키히토는 “과거사를 깊이 반성한다”고 했고, 아베는 “전쟁과 관계없는 우리들의 자녀와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게 사죄를 계속하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일왕은 신임 총리가 취임하면 황궁에 초대해 만찬을 베푸는 전통이 있는데, 아베 총리는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 2월 24일 일본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열린 아키히토(明仁) 일왕 재위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만세를 외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아키히토는 2015년 82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해마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의 전쟁을 충분히 알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일본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15일 임기 마지막 전몰자 추모식에서는 “전쟁 후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평화로운 세월을 되돌아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범’의 아들로 태어나 재위 기간 내내 그 원죄를 씻기 위해 애썼던 아키히토의 퇴위가 새삼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퇴위 이후에도 그가 ‘평화의 수호자’로서 ‘살아있는 양심’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이어갈지 지켜 볼만하다.

퇴위를 20여 일 앞둔 지난 11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황궁에 마련된 간이 논에 볍씨를 뿌리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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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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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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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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