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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아키히토’...평화를 사랑했던 일본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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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과오와 마주섰던 평화주의자
재위 기간 동안 침략지 돌며 과거 반성
‘살아있는 일본의 양심’으로 평가받기도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제125대 덴노(天皇)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4월 30일 퇴위한다. 일왕이 생전 퇴위하는 것은 에도(江戸)시대 후기였던 1817년 고카쿠(光格) 덴노 이후 202년 만에 처음이다. 일왕퇴위특례법에 따라 왕위는 장남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세습되고, 자신은 상황(上皇)이 된다.

일본에 대해 반감이 큰 한국인들은 일왕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그는 ‘침략 전쟁’이라는 일본의 과오와 정면으로 맞서며 평생을 평화주의자로 살았던 인물이다.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살아있는 일본의 양심’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2월 24일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열린 마지막 재위 기념행사인 ‘재위 30주년 기념식’에서도 “평화를 희구하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로 근현대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않는 시대를 가졌다”고 자신의 재위 기간을 회고했다.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 [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살 때 신년 목표로 ‘평화국가 건설’ 적어

아키히토는 1933년 12월 23일 쇼와(昭和) 덴노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2남 5녀 중 다섯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패전 이후 서양의 사상과 생활 방식을 배우게 하려는 부친의 의향에 따라 퀘이커(개신교의 한 교파) 교도인 미국인 가정교사 엘리자베스 바이닝에게 서구식 교육을 받았다.

이를 통해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반성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1945년 12살 때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쿄(東京)를 보면서 “평화를 다짐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새해 첫 날 신년 목표를 붓글씨로 쓰는 ‘가키하지메(書き始め)’라는 풍습이 있는데, 패전 다음해인 1946년 아키히토가 쓴 문구는 ‘평화국가 건설’이었다.

지난 2월 24일 일본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열린 '재위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는 결혼도 남달랐다. 왕족 내지는 화족(근현대 시대 일본의 귀족 계급)과 결혼했던 일본 왕실의 전통을 깨고 평민 신분의 쇼다 미치코(正田美智子)와 1959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실 미치코 왕비도 신분이 평민일 뿐이지 친가는 아시아 최대의 제분회사인 닛신(日淸)제분을 갖고 있는 재벌이며, 외가는 백작 지위를 받은 화족이었다.

또한 미치코는 젊은 시절 뛰어난 미모는 물론이고 공부, 운동, 음악, 미술 등 못 하는 것이 없는 최고의 재원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것도 테니스가 계기였다고 알려져 있다.

평민 출신 왕비에 대한 왕실의 냉대와 무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지만, 두 사람의 금슬은 매우 좋았으며 나루히토, 후미히토(文仁), 사야코(清子)의 2남 1녀를 두었다.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녀들도 모두 평민과 결혼했다.

지난 1958년 연애 시절 테니스 클럽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침략지 돌며 일본의 과오 ‘반성’

1989년 1월 히로히토 일왕이 사망하면서 일왕에 즉위한다. 그는 일본 역사상 두 번째로 고령인 56세의 나이에 일왕에 올랐지만, 30년 재위 기간 동안 ‘전쟁’이라는 일본의 과오를 수습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일본이 공격했던 아시아 지역을 하나하나 방문했으며, 특히 현지에 있는 일본인 병사 위령비뿐만 아니라 상대국 위령비에도 참배하며 큰 울림을 전해줬다. 일본의 잘못을 사과하고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긴 행위라는 평가들이 제기됐다.

1992년 아키히토는 근대 일본 왕실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일본 내 우파 세력은 방중에 반발했지만, 그는 중국에서 “양국 관계의 오랜 세월에 걸친 역사에 있어 우리나라가 중국 국민에게 크나큰 고난을 준 불행한 시기가 있었다. 이것은 제가 깊은 슬픔을 느끼는 부분이다”라며 “우리 국민은 다시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깊은 반성과 평화국가가 되겠다는 굳은 결의를 했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태평양전쟁 침략 지역 중 하나인 사이판을 방문했다. 그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령하고 싶다는 것을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하케타 신고(羽毛田信吾) 전 궁내청 장관은 “외국 방문은 기본적으로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폐하의 매우 강한 희망이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례적인 외국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6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침략했던 사이판을 찾아 묵념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韓 국민께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

장남 나루히토와 함께 한국에도 방문하고자 했으나 일본 보수층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1990년 일본을 찾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통석의 염’이란 표현을 쓰며 과거사 문제를 사과했다.

노 대통령과의 만찬회에서 아키히토는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그 불행한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느꼈던 고통을 생각하며 나는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통석의 염은 사전적 의미를 찾기는 어렵지만 당시 우리는 ‘유감’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또 1998년 방일한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한때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다”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2001년에는 “일본 고대서 ‘속일본기(續日本紀)’에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 후손이라고 기록돼 있다. 한국과의 연을 느낀다”며, 일왕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왕실에 백제의 피가 흐른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990년 5월 일본 왕실 연회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오른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야스쿠니 신사에 한 번도 참배 안 해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우익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한 번도 참배하지 않았다. 또 일본 군(軍) 원수 직을 마다한 유일한 일왕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도한 ‘주권 회복의 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평화헌법을 유지하려는 아키히토는 행사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8월 15일 종전 70주년 전몰자 추모식에서의 발언을 보면 두 사람의 과거사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짐작할 수 있다. 아키히토는 “과거사를 깊이 반성한다”고 했고, 아베는 “전쟁과 관계없는 우리들의 자녀와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게 사죄를 계속하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일왕은 신임 총리가 취임하면 황궁에 초대해 만찬을 베푸는 전통이 있는데, 아베 총리는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 2월 24일 일본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열린 아키히토(明仁) 일왕 재위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만세를 외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아키히토는 2015년 82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해마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의 전쟁을 충분히 알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일본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15일 임기 마지막 전몰자 추모식에서는 “전쟁 후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평화로운 세월을 되돌아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범’의 아들로 태어나 재위 기간 내내 그 원죄를 씻기 위해 애썼던 아키히토의 퇴위가 새삼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퇴위 이후에도 그가 ‘평화의 수호자’로서 ‘살아있는 양심’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이어갈지 지켜 볼만하다.

퇴위를 20여 일 앞둔 지난 11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황궁에 마련된 간이 논에 볍씨를 뿌리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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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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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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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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