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125대 덴노(天皇)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30일 퇴위식을 치름으로써 31년간 이어왔던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린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연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왕의 재위 기간을 나타내는 연호는 일본인의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그만큼 일왕의 교대는 일본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선대 일왕의 서거 이후 새 일왕 즉위가 이루어졌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생전 양위로 새로운 일왕이 탄생하는 만큼, 일본 열도는 일왕의 퇴위와 즉위 행사를 국민적인 축제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월 24일 일본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열린 '재위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역사상 일왕이 생전에 퇴위하는 것은 에도(江戸)시대 후기였던 1817년 고카쿠(光格) 덴노(天皇) 이후 202년 만에 처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3월 12일 도쿄의 황거(皇居) 내 규추산덴(宮中三殿, 옛 일왕들을 제사 지내는 곳)에서 조상들에게 퇴위를 고하는 인사를 시작으로 퇴위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초대 일왕인 진무덴노(神武天皇) 황릉 방문, 일본 왕실의 종묘인 이세(伊勢)신궁 참배, 도쿄 하치오지(八王子)에 있는 부친 묘소 참배 등 퇴위 의식을 진행했다.
약 한 달 반에 걸친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절차는 30일 오전 10시부터 황거 내 규추산덴에서 치러지는 ‘타이이노 레이(退位の礼)’로 마무리 된다.
이어 오후 5시부터 황거 내 마쓰노마(松の間)에서 ‘타이이레이 세이덴노 기(退位礼正殿の儀)’가 국가행사로 이루어진다. 마쓰노마는 총리, 최고재판소장 등에게 임명장을 주고 새로 부임하는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이 열리는 곳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지난달 12일 황거 내 규추산덴(宮中三殿, 옛 일왕들을 제사 지내는 곳)에 배례를 하기 위해 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퇴위식에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부부를 비롯한 왕족들이 참석하며,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등 주요 각료들과 지방자치단체 대표 등 약 3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퇴위식에서 아베 총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를 발표하고, 일본 국민을 대표해 일왕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된다.
그 후 아키히토 일왕이 국민들에게 마지막 소감을 밝히는 것으로 퇴위식 일정은 마무리된다. 일본 내에서는 그가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도쿄 국립극장에서 열린 마지막 재위 기념행사인 ‘재위 30주년 기념식’에서는 “평화를 희구하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로 근현대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않는 시대를 가졌다”고 자신의 재위 기간을 회고한 바 있다.
퇴위를 20여 일 앞둔 지난 11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황궁에 마련된 간이 논에 볍씨를 뿌리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