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영화 ‘후광’이 11일 개봉해 27세 택배기사 삶을 그렸다
- 주인공 민준은 가족 책임과 영화감독 꿈 사이에서 버텼다
- 작품은 익숙한 청년 현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희망도 절망도 쉽게 단정하지 않는 시선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며 화재 진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밤사이 화물차와 승용차 3대가 잇따라 부딪쳐 6명이 다쳤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매일같이 크고 작은 사건·사고 소식을 접한다.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뉴스일 뿐이고,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한 줄의 문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짧은 문장 뒤에는 분명 한 사람의 삶이 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후광'은 바로 그 한 사람의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희망의 빛을 찾는 27세 택배기사 민준을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치면서도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청년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민준은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밤낮없이 택배를 나르고, 끼니는 편의점 음식으로 때운다. 고된 일상 속에서도 놓지 않는 꿈이 있다. 영화감독이다. 택배를 배달하다가도 글감이 될 만한 장면을 발견하면 사진으로 남긴다.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민준의 어깨에 놓인 무게는 가볍지 않다. 술을 마시면 문제를 일으키는 아버지와 돌봄이 필요한 가족까지 그의 삶에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 따라붙는다.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짊어진 채 자신의 꿈까지 붙들고 살아가지만 현실은 좀처럼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점성술사를 만나면서 민준은 자신의 삶과 미래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그는 작은 희망의 가능성을 놓지 않으려 한다.

'후광'은 그런 민준의 삶을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때로는 지독할 만큼 가까이 따라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영화가 낯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들어왔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생긴다.
뉴스에서 몇 초 만에 지나쳤던 청년의 죽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족, 반복되는 노동, 쉽게 닿지 않는 꿈. 한 줄의 기사나 짧은 뉴스로 소비했던 현실을 영화는 민준이라는 한 사람의 하루 안에 다시 펼쳐놓는다.
그렇다면 노영완 감독은 민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무엇을 바라보길 원했던 것일까.
노 감독은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로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뒤 품게 된 고민을 이야기한 바 있다.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던 중 사회 곳곳을 오가며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지만 정작 쉽게 주목받지 못하는 택배기사라는 인물에 눈길이 갔다. 사회에 산재해 있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한 택배기사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끝까지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그에게 희망이 있다고 단정하지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지도 않는 채 한 청년이 온몸으로 버텨온 시간을 오래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관객에게도 질문을 건넨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누군가의 고통을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게 한다.
이제 곧 겨울이 온다. 한 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거리에는 구세군 종소리가 들리고 곳곳에는 캐럴이 울려 퍼질 것이다.
누군가에게 겨울은 따뜻한 연말의 계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난히 시리고 긴 시간이 될 수 있다.
'후광'은 그 서로 다른 겨울의 온도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스쳐 지나간 한 사람의 삶을 한 번쯤 멈춰 바라보라고 말한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