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고레에다 감독이 8일 개봉하는 룩백을 연출했다다
- 두 소녀가 그림으로 서로의 세계가 됐다다
- 계절과 풍경으로 관계 변화를 섬세히 그렸다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사계절에 담아낸 두 소녀의 성장과 우정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미장센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인물의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계절과 공간, 사소한 행동과 풍경을 통해 천천히 쌓아 올린다. 여기에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단편 만화가 지닌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룩백'은 두 소녀가 서로의 세계가 되어가는 시간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오는 10월 8일 개봉하는 영화 '룩백'은 잊지 못할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세상이 되어준 후지노와 쿄모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후지노는 학교 학급신문에 만화를 연재하며 친구들에게 그림 실력을 인정받는 학생이다. 주변의 칭찬에 자신감도 적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나오지 않지만 그림을 좋아한다는 동급생 쿄모토의 작품을 접하게 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쿄모토의 뛰어난 그림 실력을 마주한 순간 후지노의 마음은 흔들린다. 자신보다 앞선 실력을 쉽게 인정할 수 없었던 그는 밤낮없이 그림에 매달린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차이에 결국 그림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서로 다른 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두 사람은 졸업을 계기로 처음 제대로 마주한다. 자신감을 잃어가던 후지노에게 쿄모토가 건넨 한마디는 다시 그림을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한 사람은 자신의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오랫동안 동경해온 사람과 가까워진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림은 두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가 된다.
영화는 이후 두 소녀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시간을 천천히 따라간다. 함께 작품을 만들고, 집 밖으로 나가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까지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력이 가장 빛난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졌다고 직접 설명하기보다 함께 걷고, 그림을 그리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함께 만든 만화로 첫 성과를 얻는 순간도 인상적이다. 겨울의 로손 편의점에서 자신들의 만화가 실린 책을 확인한 두 사람이 아무런 대사 없이 기뻐하는 장면은 고레에다 특유의 절제된 연출을 잘 보여준다. 환호나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두 사람에게 그 순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충분히 전해진다.
이처럼 계절은 두 사람의 시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치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달라지는 빛과 풍경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의 감정과 관계가 변화하는 순간마다 화면의 색과 온도도 함께 달라진다.
고레에다는 이러한 자연의 변화와 인물의 감정을 한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겹쳐 놓는다. 정적인 공간과 인물 사이에 남겨둔 여백 역시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채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때때로 화면 속 풍경에 오래 시선이 머무는 순간이 찾아온다.
말로 설명하지 않는 감정은 영화 곳곳에 놓인 작은 소재들을 통해서도 이어진다. 백로와 백조, 두 손을 비빈 뒤 귀에 가져다 대면 바다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처럼 사소해 보이는 소재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며 후지노와 쿄모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처음에는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도 시간이 쌓일수록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 된다. 거창한 사건보다 함께 보낸 순간과 사소한 대화가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는 것을 영화는 이러한 장치를 통해 보여준다.
데구치 나츠키와 마키타 아쥬의 연기도 이 섬세한 연출을 자연스럽게 받쳐준다. 두 배우는 성격이 다른 후지노와 쿄모토를 과장하지 않고 표현한다. 표정과 시선, 작은 몸짓으로 상대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에 설득력을 더한다.
특히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들이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감정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시간이 흐르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변해가는 과정도 두 배우가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룩백'은 단순히 그림을 좋아하는 두 소녀의 성장담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작품을 동경하는 마음과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경험이 한 사람을 얼마나 멀리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좋아했던 시간은 한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되는가.
'룩백'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기보다 두 소녀가 함께 지나온 계절과 그림, 그 안에 남은 작은 기억들을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오래 남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지나온 평범한 순간들이다.
영화 '룩백'은 오는 10월 8일 개봉한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