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29일 노영완 감독이 영화 ‘후광’ 기자간담회에서 제작 의도를 밝혔다.
- ‘후광’은 27세 택배기사 민준의 노동과 가족 책임을 그렸다.
- 영화는 11일 개봉하며 도쿄국제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최강현·김한이 그린 책임과 가족…11월 11일 개봉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사회 곳곳을 오가지만 쉽게 주목받지 못하는 택배기사의 삶을 통해 동시대 청년의 노동과 책임을 비춘 영화 '후광'이 관객들과 만난다.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후광'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노영완 감독과 배우 최강현, 김한이 참석해 작품의 기획 과정과 캐릭터,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후광'은 희망의 빛을 찾는 27세 택배기사 민준을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치지만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한 사람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제38회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미래'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국내외 영화제에서 잇달아 소개됐다.
노 감독은 첫 장편영화인 '후광'을 기획하게 된 출발점으로 아이의 탄생을 꼽았다. 그는 "'후광'을 기획할 때쯤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에게,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택배기사라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 산재한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택배기사 민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어가는 청년들을 살리고 싶었고, 그들이 문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거창한 사건이나 설명보다 민준의 노동과 반복되는 하루를 통해 보여준다. 노 감독은 "AI 영화가 많이 나오는 시대지만 몸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말과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노동과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위 자체의 디테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 택배기사들도 직접 취재했다. 택배기사들이 반복적으로 노크를 하면서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는 위치나 테이프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몸의 습관까지 관찰해 작품에 반영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인물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고민은 캐스팅 단계에서도 이어졌다. 노 감독에 따르면 오디션에는 총 787명이 지원했다. 그는 "우리가 찾던 인물은 우리 옆에 있을 법한 친근한 이미지의 사람이었다"며 최강현의 미소와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상을 중요하게 봤다고 말했다. 김한에 대해서는 오디션에서 보여준 손끝과 감정의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최강현은 민준을 단순히 고단한 삶에 짓눌린 청년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가려는 힘을 가진 인물로 바라봤다. 그는 "촬영 당시 저도 스물일곱 살이었고 민준도 스물일곱 살이었다"며 "처음에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컸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힘이 강한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택배기사의 생활을 몸에 익히기 위한 준비도 거쳤다. 최강현은 촬영 한 달 전부터 감독에게 택배 차량을 받아 최대한 많이 운전했고, 때로는 차 안에서 잠을 자며 차량에 익숙해졌다. 실제 택배기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리허설이 끝난 뒤에는 감독과 함께 민준이 다닐 법한 골목을 돌아다녔다.
이 같은 준비는 촬영에서도 이어졌다. 최강현은 "촬영할 때 그 인물로 하루를 살아가려고 했다"며 카메라가 가까이 들어오는 클로즈업에서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민준으로서 상황을 마주하려 했다고 밝혔다. 롱테이크 촬영에서는 장면의 끝을 알지 못한 채 계속 걸어가다 너무 멀어져 감독이 따로 촬영 종료를 알려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민준이 짊어진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최강현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었다. 1남 2녀 중 맏이인 그는 스무 살부터 대학에 다니면서도 일을 쉬지 않았고 여러 일을 병행하며 연기 생활을 이어왔다고 털어놨다.
최강현은 "가족이라 도와달라는 말을 더 쉽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민준 역시 가족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더라도 결국 손을 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민준의 가족 민하를 연기한 김한은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순수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계선 지능에 대해 공부했지만 "그 단어만으로 민하를 설명할 수는 없다"며 가족을 향한 민하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하가 관객들에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결국 민준을 더 힘들게 만드는 존재이지만 그 행동의 바탕에는 가족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서 계단 장면에서는 민하의 마음이 민준에게 전달됐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가족에 대한 책임과 함께 동시대 청년의 불안도 들여다본다. 이를 드러내는 장치 중 하나가 점성술이다. 노 감독은 힘든 순간 종교나 점술 등 무언가에 기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청년들이 가진 불안과 기댈 곳을 찾으려는 마음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민준의 삶을 담아내는 영화의 형식에서도 감정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노 감독은 처음부터 "뒷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를 찍겠다"고 생각했다며 한 인물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와 드라마, OTT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서 영화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민했고, 서사를 중심으로 끌고 가기보다 "조금 더 구조적이고 시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노 감독은 "보면서 불편하거나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시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한 인물을 깊이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출 방식은 사운드에도 이어졌다. '후광'은 일반적인 배경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차량과 거리, 라디오, 경찰서 등 민준을 둘러싼 생활 소리로 화면을 채운다.
노 감독은 "민준을 둘러싼 배경에 BGM이 들어간다는 것이 상상되지 않았다"며 실제 경찰서를 찾아 내부 소음을 녹음하고 차량 내부 소리와 라디오 방송까지 직접 제작하는 등 사운드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음악으로 이끌기보다 관객이 민준의 삶을 생각할 시간을 주면서도 영화적 리듬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후광'은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지난해 제38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뒤 '아시아의 미래'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의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노 감독은 "한국 청년의 이야기가 다른 나라 관객들에게 어떻게 가닿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도 "각 국가에도 비슷한 청년들이 있었고 가족의 문제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많은 공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거대한 전쟁이나 수많은 사건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작은 단위인 옆 사람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희망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노 감독은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 주변의 택배기사들과 현실을 살아가는 동시대 청년들, 청년뿐 아니라 노동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함께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후광'은 오는 11월 11일 개봉한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