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김진유 감독은 22일 두 번째 장편영화 ‘흐르는 여정’을 선보였다
- ‘흐르는 여정’은 상실 이후 이어지는 관계와 세대 간 소통을 그렸다
- 김 감독은 제작비 부담 속에서도 다음 영화와 100만 관객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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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관객은 기적 같은 숫자", 세 번째 영화 향한 희망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두 번째 영화인 '흐르는 여정'도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거죠. 다음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나는보리'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장편영화 '흐르는 여정'으로 돌아온 김진유 감독이 작품에 담은 각별한 마음을 털어놨다. 제작비 부담과 불확실한 제작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는 그에게 관객과의 만남은 또 다른 작품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다.

22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진유 감독은 "관객을 만난다는 건 굉장히 설레는 일이면서 긴장되는 일이기도 하다"며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기쁨과 함께 긴장도 크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흐르는 여정'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는 춘희(김혜옥)가 예상치 못한 인연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독일로 입양됐다가 친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온 지휘자 민준(저스틴 민),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성찬(박대호)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 만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에 오른 작품은 개봉에 앞서 관객들과의 만남도 이어갔다. 김 감독에게 특히 기억에 남은 순간은 지난 19일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였다.
김 감독은 "한 관객이 눈물을 참으며 질문을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좋게 봐주시고 이야기를 전해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처음 영화를 만들 때 생각했던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이번 작품은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지휘하는 손짓에서 출발했다.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보며 수어 통역사를 떠올렸고, 처음에는 수어 통역사와 농인 관객의 사랑 이야기를 구상했다. 이후 이야기는 서로 다른 세대와 삶의 방식을 지닌 인물들이 관계를 맺어가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그 변화에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경험한 세대교체가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전임 집행위원장님이 20년 동안 자신의 청춘을 쏟아 만든 영화제를 저에게 물려주셨다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세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흐르는 여정'에서도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적인 것이든 사물이든 어떤 것들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화는 누군가가 떠난 뒤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관계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 감독은 상실과 이별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춘희라는 인물의 삶과 감정에 집중하고자 했다.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라며 작품을 통해 특정한 선택에 대한 판단을 제시하기보다 춘희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모습에는 김 감독이 실제 삶에서 경험한 관계들이 녹아 있다.
김 감독은 "가족이라고 하면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를 떠올리지만, 저는 주변에서 가족처럼 대해주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며 "함께 지내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받았던 것과 제가 돌려줄 수 있었던 마음들이 영화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따라 가족 같은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다"며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작 '나는보리'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소통은 중요한 주제다. 김 감독이 이러한 이야기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데에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소통해 온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김 감독은 "부모님이 정식 수어를 배우신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수어를 배운다고 해도 세밀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깊이 있는 감상평을 듣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언어적 소통의 결핍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통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며 "부모님의 표정을 보면서 지금 어떤 감정인지 살피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상태나 감정을 유추하는 데 예민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다른 영화를 만들더라도 언어적 소통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작품에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물의 말과 표정, 관계를 섬세하게 바라보는 김 감독의 시선은 배우들과의 작업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춘희와 민준을 연기한 김혜옥과 저스틴 민은 감독이 구상했던 인물에 새로운 모습을 더했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니지만, 캐스팅 과정에서 두 사람을 만난 것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김혜옥 선생님은 국민 엄마라고 불릴 만큼 친숙한 배우다. 그런 분이 제 영화에 출연하신다고 했을 때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처음 만났을 때 이번 작품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저 역시 선생님을 스크린에서 더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스틴 민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민준이라는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의상 피팅 날 처음 만났는데 어떤 옷을 입어도 다 소화하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이 배우는 정말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 연기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민준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배우를 믿고 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특히 저스틴 민의 연기는 김 감독이 처음 구상했던 민준의 모습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치는 민준을 생각했다"며 "그런데 저스틴 민의 연기를 보면서 저 역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구나 싶었다. 자칫 실수할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스틴 민 덕분에 민준이 더 현실적이고 좋은 인물로 표현된 것 같다"며 "자연이나 이방인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 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배우다. 많은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멋있었다"고 전했다.
저스틴 민의 세심함은 촬영 준비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김 감독은 "촬영 전에 캐릭터를 위한 소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 실제 돌반지를 건넸다. 저스틴은 그 반지를 목에 걸고 촬영했다"며 배우의 디테일한 준비 과정을 전했다.
배우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전작 출연진과의 재회에서도 드러났다. '나는보리'에 출연한 정이랑 역시 이번 작품에 함께했다.
김 감독은 "가능하다면 한 번 함께했던 배우들과 계속 작업하고 싶다"며 "전작에서 바쁜 일정과 적은 출연료에도 함께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함께하다 보면 '김진유 사단'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꿈꾸는 것은 낭만에 가깝다"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고, 그 시간이 쌓여 서로의 역사가 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처럼 배우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은 현실적인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나는보리'와 '흐르는 여정'에서 제작과 연출을 함께 맡은 그는 제작비 부담도 직접 감당해야 했다.
김 감독은 "가장 어려웠던 건 제작비였다. 더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질수록 돈이 많이 든다"며 "촬영뿐 아니라 색보정, 사운드,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모두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비를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고 지금도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어렵다"며 "다음 작품이 있다면 좋은 제작자를 만나 연출에만 집중해 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제작 현실 속에서도 김 감독은 영화의 규모나 방식에 따라 작품을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는 각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가 바라보는 영화의 본질은 같다"며 "독립영화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영화를 고민하고 펼칠 수 있는 중요한 환경이지만, 창작자로서는 두 영역을 굳이 구분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영화의 규모만큼이나 김 감독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것은 자신만의 연출 방식과 관객의 이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었다.
김 감독은 2024년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 기념 대담에서 관객과의 접점을 고민하다 자신의 일부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면서 그 불안감이 조금은 줄었다고 했다.
"작가적인 연출 욕심을 내려놓고 관객들이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다"며 "당시에는 제 생각을 더 지켰어야 했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관객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그 방식도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작품이 있다면 작가적인 마음과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고민은 변화하는 영화 제작 환경 속에서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 감독은 영화 고유의 표현 방식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 감독은 "AI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무섭기도 하지만 저는 최대한 영화의 오리지널리티와 고전적인 제작 방식을 지키고 싶다"며 "다음 작품을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필름으로 촬영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의 감정이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에는 AI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촬영이나 연기 같은 표현 영역에서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싶다. 연기는 배우가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이 추구하는 영화의 방식을 지키고 싶어 하는 김 감독에게 또 하나의 바람은 작품이 더 많은 관객에게 닿는 것이다. 목표 관객 수를 묻자 그는 웃으며 100만 명이라는 숫자를 꺼냈다.

"이왕 잘되는 거라면 100만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물론 독립영화는 1만 명을 만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고 상영할 수 있는 극장도 한정적이죠. 그래서 100만 명은 정말 기적 같은 숫자라고 생각해요."
김 감독은 "독립영화라는 구분보다 '흐르는 여정'이라는 영화 자체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며 "이 작품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화가 잘된다면 함께한 사람들과 제대로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소박한 계획도 전했다. 특히 김혜옥을 향한 애정과 감사가 컸다.
김 감독은 "김혜옥 선생님이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 등 바쁜 일정을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저에게는 또 한 명의 어른이자 어머니가 생긴 것 같은 마음이다. 선생님이 이번 작품으로 배우상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에 대해서는 코미디와 사극, 해녀와 서퍼의 사랑 이야기 등을 떠올리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차기작 계획은 없다고 했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글을 쓰는 편"이라며 "즐거운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 막연하게 사극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작품을 향한 바람은 간절했다.
김 감독은 "'흐르는 여정'도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며 "세 번째 영화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다음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