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구간송미술관이 16일 겸재 정선 탄신 350주년전 개막했다
- 국보·보물 포함 216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 했다
- 한양·지역명승·금강산 등 4부로 삶과 예술을 조명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겸재 정선 - 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전 12월17일까지 개최
-간송 소장 '경교명승첩'(보물), '해악전신첩'(보물) 회화 전면 최초공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올해는 조선시대 '우리다운 회화'의 세계인 '진경산수'를 창안한 겸재 정선의 탄신 35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대구간송미술관(관장 전인건)이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전시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전을 개막했다.

지난 9월 16일 대구광역시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이 특별전은 여간해선 한데 모으기 어려운 겸재의 국보·보물을 포함해 216점의 주요작들이 망라됐다. 때문에 미술애호가라면 이 가을 대구를 꼭 찾아야 한다. 특히 작년 상반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렸던 '겸재 정선'전에서 감동을 느꼈다면 더욱 이번 전시도 직관해야 한다.
호암미술관 전시가 겸재 작품의 회화적 특성과 그가 조선회화사에 미친 영향에 촛점이 맞춰졌다면 대구간송미술관의 특별전은 겸재의 예술세계와 함께 작가적 면모, 교유관계 등이 입체적으로 조망된다. 작품수는 호암미술관 전시(총165점) 보다 51점이 늘었다.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했고, 도록도 양기관이 함께 펴냈다.
전시에는 두 재단의 소장품은 물론이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의 작품도 포함됐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허용 학예총괄을 비롯해 학예팀이 수년간 연구및 작품선별 등에 총력을 기울였고, 4개 전시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이에 2024년 9월의 개관전에 버금가는 규모와 구성을 갖췄다.

▶조선이 낳은 거장 겸재의 예술세계, 역대 최대 규모 전시로 조망
겸재 정선(1676-1759)은 우리 산수를 우리 고유의 화법으로 표현한 '진경산수'의 대가이다. 미술사학자 이동주(본명 이용희)선생은 겸재 작품('사공도시품첩')에 대해 '중국 그림의 구도는 방작했을지 몰라도 그 기법과 화풍은 완전히 달라졌다"라고 평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유산을 통해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은 일찍이 겸재 정선에 주목해 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간송미술관은 이후 지속적인 연구와 전시를 통해 겸재의 '진경산수'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밝혀왔다. 이로써 겸재 정선이 한국미술사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겸재 정선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기관이다. 또 간송에게 겸재는 매우 특별한 작가이기도 하다. 1971년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첫 전시의 주인공 역시 겸재 정선이었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대구간송미술관 허용 학예총괄은 "겸재의 작품만으로 총 84건 216점을 모아 소개하는 것은 국내 전시 역사상 최초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때문에 이번 특별전은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를 현시점에서 집대성하고, 완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이번 전시를 위해 소장한 겸재 작품 중 128점을 선별했다. 그중에서도 '경교명승첩'(보물), '해악전신첩'(보물), '소상팔경도첩', '관동팔경도'에 수록된 회화가 전면 공개되는 것은 최초다. 또 '풍악내산총람'(보물), '청풍계'(보물) 등 겸재의 최고 걸작도 포함됐다. 지난해 호암미술관 전시에선 소개되지 않았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공도시품첩', 왜관수도원의 '겸재정선화첩', '달성원조도' 등도 함께 소개돼 관심을 모은다.
▶작품의 명성에 가려진 겸재 정선의 일생과 교유관계 함께 조명
이번 전시는 작품의 명성에 비해 별반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겸재의 삶과 예술적 동지및 후원자들과의 교유관계를 보여주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전시실 첫머리에 '경교명승첩'(보물)을 배치한 것도 작가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이 화첩에 많이 수록돼 있기 때문이다.
겸재 정선은 조선 숙종2년(1676년) 한성부 순회방 유란동(현 종로구 청운동)의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원래 명문가였으나 증조부 때부터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열네살 때는 부친이 타계해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어릴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스승이었던 김창흡의 가문이 지속적으로 그가 화가로서 대성하기를 후원했다. 이로써 84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주로 한양 장동(효자동 청운동)에 살며 많은 명작을 남겼다.
'경교명승첩'에는 겸재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독서여가'와 작품활동의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시화환상간'이 수록돼 있다. 또 스승과 그의 집안(장동 김문)에 대한 존경이 묻어나는 그림과 관직 생활을 했던 곳을 담은 작품도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독서여가'는 겸재의 성품을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여름 독서를 하던 중 잠시 더위를 식히는 선비는 툇마루에 비스듬히 걸터 앉았다. 툇마루 아래 신발도 대충 벗어놓았는지 엇갈려 있다. 고루한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여유로운 심상이 읽혀진다. 하지만 손에 든 부채 속 산수화와 책장 옆 폭포도는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대충 그려넣어도 무방할 법한 작은 디테일까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대가의 완벽주의가 무릎을 치게 한다.

또한 1739년작인 '청풍계'(보물)는 청풍계를 그린 여러 그림 중에서 크기와 중후함, 완성도에서 단연 압도적인 작품이다. 인왕산 동쪽 기슭에 있는 청풍계는 겸재를 후원했던 장동 김씨 집안의 별장이었다가 대대로 거주하는 장소였다. 청풍계는 겸재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스승 김창흡과 그의 집안은 겸재가 사회적·예술적 기반을 잡고 훗날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로 우뚝 설 수 있게 했다. 이에 겸재는 '청풍계'를 그 어떤 그림 보다 뛰어나게 완성해 화답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풍계'는 별도 전시실에 단독으로 전시돼 있다.
이외에도 이번 특별전에는 겸재 정선의 인간적인 면모를 유추할 수 있는 그림들과 기록이 소개돼 반듯하면서도 자유로운 예술혼을 지닌 거장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전시는 겸재 정선의 작품을 지역과 주제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평생을 나고 자란 한양 △지방관 시절을 보낸 영남과 각 지역의 명승지 △36세 첫 방문 이래 지속적으로 그렸던 금강산 △고전과 일상을 넘나들었던 정선의 다채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고사인물화와 화조영모화가 그것으로 총 4부에 걸쳐 '인간 겸재'를 소개한다.
도입부인 1부 '진경산수Ⅰ 한양과 한강'에서는 겸재에게 한양이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사회적 교류와 예술적 동기를 제공했던 스승과 벗들의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겸재 정선의 대표작인 동시에 겸재의 친우와의 교류, 사회적 기반과 생활을 유추할 수 있는 작품들이 이 섹션에 모였다.

'경교명승첩'에 수록된 또다른 작품인 '촉재제시'는 평생의 예술적 동지였던 이병연과의 '밀당'을 표현한 그림이다. '촉재'는 시인이었던 이병연이 자신의 서재에 붙인 이름이다. 겸재는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하인을 통해 이병연에게 들려보내며 "시를 어서 보내달라"고 재촉한다. 이에 이병연은 "시가 그렇게 쉽게 나오질 않는다"며 대신 '좋은 종이를 구해 보내니 그림을 먼저 그려달라"고 답을 한다. 겸재와 이병연 두 사람 사이에서 시화가 오가던 순간을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싱그러운 나뭇잎을 빽빽하게 드리움으로써 웅어가 나던 초여름의 정취를 잘 담아냈다.
2부 '진경산수Ⅱ 지역명승' 파트에서는 겸재가 하양(河陽, 경북 경산)과 청하(淸河, 경북 포항) 지방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의 그림들이 다수 나왔다. 여행을 좋아하던 겸재는 관동팔경을 비롯해 충청의 단양팔경, 경기의 임진강, 개성의 박연폭포 등 여러 지역의 명승을 방문하고 그림으로 남겼다. '연강임술첩', '달성원조도', '도산서원', '박생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중 '박생연'은 개성 대흥산성 인근의 박연폭포를 그린 장대한 작품이다. 천혜의 요새로 꼽히던 거대한 절벽 아래로 폭포수가 낙하하는 가운데, 검은 암봉이 화면 전체에 긴장감을 더한다. 바위 옆 성벽으로 향하는 길이 산세의 가파름을 한층 부각시키는 가운데, 화면 곳곳 울긋불긋 물든 수목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전해준다. 거침없는 필세와 대담한 적묵법, '겸재' 인장으로 보아 화격이 절정기에 이른 60대 후반 그림으로 유추된다.
3부는 '고사인물화와 화조영모화' 섹터다. 겸재는 산수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화목의 그림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중국의 고사나 시를 소재로 한 고사인물화에서 겸재는 조선의 풍취를 담아내며 독창적 면모를 보였다. 화조영모화에서도 기존의 화조화 전통을 따르되 사생에 기반해 대상을 묘사함으로써 생동감을 살렸다.

겸재의 고사인물화 중 걸작으로 꼽히는 '여산초당'(보물)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여산 초당에서의 은거를 담은 작품이다. 비록 중국 고사에 기반한 작품이나 초당 주변의 풍광을 겸재 고유의 개성적인 화법으로 표현했다. 그로 인해 초당 주변은 조선의 실재하는 장소로 느껴진다. 선비와 동자의 복장도 조선의 모습으로 그렸다. 고사화나 시의도 등 관념적인 주제에서도 대가의 격조를 잘 보여준다.
화조영모화를 대표하는 겸재의 '화훼영모화첩'에는 위트있으면서도 빼어난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 중 고양이를 그린 '추일한묘'는 실제 보다 과장되게 표현된 상단의 탐스런 국화 꽃송이와 아래 쪽 고양이의 유연한 동세가 대비를 이루며 화면 전체에 긴장감이 감돈다.

마지막 4부는 '진경산수Ⅲ. 금강산과 관동'이다. 이 파트에서는 겸재 정선을 대표하는 금강산 그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특별전의 하이라이트이자 심장부인 셈이다. 겸재는 부감법을 사용해 한눈에 금강산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도(全圖) 혹은 총도(總圖) 형태의 작품을 그렸다. 전시에는 최고 걸작인 '금강전도'(국보)와 '풍악내산총람'(보물)이 별도전시실에 나란히 걸렸다. 이 두 작품을 동시에 직관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금강산 그림이지만 두 작품은 기법이라든가 구도, 색채에서 완연한 차이를 이뤄 비교 감상해보는 묘미가 각별하다.
4부에서는 '금강산 전도' 8점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신묘년풍악도첩'(1711년)(보물), '관동명승첩'(1738년), '해악전신첩'(1747년)(보물), '금강대' 등 시기별 작품을 통해 겸재의 진경산수가 변화하며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K-컬쳐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의 문화 전반이 주목받는 지금, 고유의 방식과 철학으로 우리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겸재 정선의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 문화를 바라보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며 "이번 겸재 정선 특별전이 한국 문화의 독자성과 보편성에 대해 다시한번 느끼고,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특별전 기간 중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펼친다. '간송예술강좌'에서는 다섯 차례의 전문가 특강을 통해 겸재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울 강의를 개최한다. 초·중학생 대상 '감상길잡이', '함프로젝트' 등 세대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밤의 미술관' '박석마당 영화제' 등 온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열리며, 매주 월요일과 추석당일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4000원, 어린이·청소년 7000원이며, 온라인 예매는 NOL티켓 단독으로 진행된다. 추석연휴 중 9월 25일, 9월 26일, 9월 27일은 관람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