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전북 현대가 21일 코리아컵서 탈락했다
- 정정용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흔들렸다
- 슈팅은 많지만 득점력과 수비가 불안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지난해 K리그1과 코리아컵을 모두 제패했던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1년 만에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정정용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한 전북은 어느덧 우승 경쟁보다 당장 분위기 반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북의 위기는 최근 더욱 선명해졌다. 리그 후반기 8경기에서 2승 2무 4패. 지난 8일 제주SK에 1-3으로 패한 데 이어 16일에는 11위 부천FC에 2-3으로 무너지며 시즌 첫 연패를 당했다.

23경기를 치른 현재 성적은 9승 7무 7패, 승점 34로 4위다. 선두 FC서울(승점 47)과는 이미 13점 차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19일 코리아컵 16강에서는 K3리그 당진시민축구단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지난해 '더블'을 달성했던 팀이 불과 1년 만에 3부리그 팀에 덜미를 잡혔다.
단순한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전북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축구를 잘하는 팀인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거스 포옛 감독의 전북은 복잡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했기 때문에 강했다. 후방에서 무리하게 공을 소유하기보다는 전방의 콤파뇨를 활용해 빠르게 전진했고, 공중볼과 세컨드볼 싸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콤파뇨가 상대 센터백과 싸우면 주변의 전진우와 공격형 미드필더인 김진규가 곧바로 공간으로 들어갔다. 전진우는 측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섀도 스트라이커처럼 중앙으로 침투했고, 이 변화 속에서 지난해 전반기 19경기 만에 12골을 터뜨렸다. 포옛 감독은 필요하면 콤파뇨와 티아고를 동시에 투입하는 '트윈타워'까지 사용했다.
결과도 확실했다. 지난해 전북은 22라운드까지 39득점 18실점으로 리그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동시에 기록했고, 18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다.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굳이 후방에서 짧은 패스를 반복하지 않았다. 상대가 전진하면 그 뒤 공간을 직접 때렸고, 콤파뇨가 버텨주면 2선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실리적인 축구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부임한 정정용 감독의 접근법은 다르다. 정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효율적인 빌드업'과 빠른 공격 전개를 강조했다. 포백을 기반으로 후방에서 공을 풀어내고, 풀백을 적극적으로 전진시켜 측면에서 숫자를 확보한 뒤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김천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활동량과 압박을 바탕으로 공을 되찾은 뒤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축구도 추구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전북에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방에서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상대 압박을 깨뜨리고 전진하는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가 공을 돌리는 동안 상대 수비가 자리를 잡고, 결국 측면으로 공을 보낸 뒤 크로스를 올리거나 개인 돌파에 의존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최근 부천전이 대표적이었다. 정 감독 스스로 경기 후 가장 풀리지 않는 부분으로 '후방 빌드업'을 꼽으면서 실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공격을 지속하다 득점하지 못하면 팀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정용 축구의 또 다른 문제와 연결된다. 공을 갖는 것과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 분리돼 있다.

수치만 보면 전북의 공격력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22라운드까지 전북은 284개의 슈팅을 기록해 경기당 12.91개로 K리그1 1위였다. 유효슈팅도 136개로 리그 2위였다. 22경기 28득점으로 팀 득점 역시 당시 서울과 울산에 이어 3위권이었다. 그런데 월드컵 휴식기 이후 7경기에서는 7골에 그쳤고 세 차례나 무득점이었다. 8일 제주전에서는 무려 33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이승우의 한 골밖에 넣지 못했다. '공격을 못 하는 팀'이 아니라 '공격을 끝내지 못하는 팀'에 가깝다.
최전방의 무게감이 사라진 것도 치명적이다. 포옛 체제에서 공격의 기준점이었던 콤파뇨가 지난해 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장기간 이탈했고, 대체자로 영입된 모따는 현재 2골 2도움에 그치고 있다. 티아고가 4골을 기록했지만 월드컵 휴식기 연습경기에서 턱뼈가 골절돼 이번 코리아컵에서 복귀했으며, 추가 영입한 기티스도 1골 1도움에 머물렀다. 결국 전북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한 선수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이승우(6골 2도움)와 이동준(3골 3도움)이다.
지난해 전진우(옥스포드)가 했던 역할의 공백도 크다. 포옛은 전진우에게 중앙 침투와 적극적인 슈팅을 주문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올 시즌 전진우와 송민규(FC서울), 홍정호(수원 삼성), 박진섭(저장) 등 지난해 우승의 핵심 자원들이 팀을 떠났다. 오베르단(오카야마)까지 시즌 도중 일본으로 이적했다. 김승섭과 조위제, 모따 등 새롭게 합류한 자원들이 그 공백을 완전히 채우지 못하면서 전북은 지난해와 다른 선수 구성으로 새로운 축구를 만들어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았다.

정 감독 역시 해답을 찾기 위해 계속 변화를 줬다. 4-4-2와 4-2-3-1, 4-5-1 등을 오가고 최전방 공격수를 바꾸면서 조합을 시험했다. 5월에는 직접 "상황에 따라 다이렉트하게 전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전방에 공격 숫자를 배치한 뒤 측면으로 상대를 끌어내 세컨드볼을 공략하는 방법도 준비했다. 포옛 시절의 장점을 일정 부분 가져오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시즌이 20경기를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확실한 공격 공식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버텨주던 수비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즌 초 전북은 4~8라운드 5경기에서 단 3실점만 허용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아도 수비로 승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제주와 부천을 상대로 연속 3실점했다. 공격 숫자를 늘린 상황에서 공을 잃으면 중원과 수비 사이 공간이 벌어지고,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면 수비가 정돈되기도 전에 상대 공격수를 마주한다. 공격의 비효율이 이제 수비 불안까지 끌어내리는 악순환이다.
물론 모든 책임을 정정용 감독에게만 돌리기도 어렵다. 전북은 올 시즌 감독이 훈련과 선수 기용에 집중하고 단장과 테크니컬 디렉터가 영입과 선수단 구성을 담당하는 분업 체제로 변화를 줬다.

문제는 그 시스템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승 주역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에서 새 얼굴들의 활약까지 미미하니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자체가 약해졌다.
그래도 결국 그 선수들로 답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감독이다. 지난해 포옛의 전북에는 명확한 공식이 있었다. 콤파뇨를 향한 직접적인 전진, 세컨드볼 장악, 전진우의 침투, 상황에 따른 투톱 전환까지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했다. 반면 현재 정정용의 전북은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다 막히면 측면으로 돌리고, 측면이 막히면 크로스를 선택하며,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공격 숫자를 늘리는 과정이 반복된다.
슈팅은 많은데 골은 적고, 공격을 많이 하는데 오히려 역습에 흔들린다. 이것이 지금 전북의 가장 큰 모순이다. 지난해 '더블'을 달성했던 선수단이 1년 만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승우와 이동준, 김진규, 송범근 등 여전히 K리그 정상급 자원은 존재한다. 이제 정정용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실험보다 이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전북이 원하는 것은 '괜찮은 경기력'이 아니라 승리다. 23경기 승점 34, 선두와 13점 차, 그리고 3부리그 팀에 당한 코리아컵 탈락. 정정용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시즌 초와 달리 넉넉하지 않다. 전북이라는 팀에서 결국 감독의 축구를 증명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결과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