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7일 K컬처 육성을 위해 역대 최대 7318억 콘텐츠 정책 펀드를 조성했다
- 넥슨과 손잡은 2500억 게임 IP 펀드 등으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지만 투자 소진율 급락과 AI 쏠림 속 콘텐츠 투자 위축이 지적됐다
- 대형·검증 IP 중심 쏠림으로 초기 창작 자본 공급이 막혀, 작은 펀드 다변화와 산업 기여도 중심 운용사 평가 등 구조 개편 요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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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컬처' 목표를 400조원으로, 수출 목표를 1100억 달러로 올려 잡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콘텐츠 산업의 매출 성장 속도는 더디고, 전체 투자 순위에서는 20위권 밖으로 밀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5년간 51조원, 2030년까지 10조원으로 불어나는 콘텐츠 정책금융은 과연 필요한 곳으로 흐르고 있는지 짚어봤다.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51조 '문화강국' 프로젝트...K콘텐츠 펀드·OTT·예술, 어떻게?
[K성장 ①] 400조 청사진 속 K컬처, 현장 체감 왜 다른가
[K성장 ②] K콘텐츠 펀드 7318억의 명암...역대 최대 콘텐츠 펀드의 역설
[K성장 ③] OTT 특화 399억으로 넷플릭스에 맞설 수 있나
[K성장 ④] 산업화 그늘의 순수예술, 창작의 시간을 묻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올해 콘텐츠 정책 펀드는 조성 목표 7318억 원으로, 모태펀드가 콘텐츠 분야 출자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정부 출자액만 4390억 원으로 전년보다 29.2% 늘었고, 조성 목표액은 22% 증가했다.
문화계정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6500억 원 규모로, 정부가 3900억 원을 출자해 자펀드 5종을 짠다. 이 가운데 원천 지식 재산(IP) 펀드와 글로벌 OTT·해외 판매용 콘텐츠에 투자하는 수출 펀드에 각각 2000억 원씩 배정됐다. 문화계정의 절반 이상이 'IP 확보'와 '해외 진출' 두 곳에 몰린 셈이다. 나머지는 신기술을 겨냥해 신설된 문화기술(CT) 펀드 1000억 원, 창업 초기와 게임·웹툰을 노리는 신성장 펀드 750억 원, 기업 인수합병과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로 만든 M&A·세컨더리 펀드 750억 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글로벌리그 펀드도 별도로 움직인다. 정부 출자 400억 원을 마중물로 2025년 1000억 원 규모로 처음 조성됐다가 올해 1500억 원으로 커졌다.
이 'IP 펀드'가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가 지난 6월 나왔다. 문체부는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통해 게임 IP 등에 투자하는 총 1200억 원 규모의 '코나 글로벌 IP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문체부가 600억 원, 넥슨이 588억 원, 운용사 코나벤처파트너스가 12억 원을 출자하는 구조로, 문화계정 자펀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게임 기업이 출자자로 참여한 문화계정 자펀드는 있었지만, 1200억 원대 대형 펀드가 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책자금과 넥슨이라는 민간 대형 자본이 거의 대등하게 맞물린 민관 공동 출자로, 정부 재원이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여 판을 키운다는 '레버리지' 발상을 게임 분야에서 구체화한 사례다. 여기에 넥슨은 별도로 설립한 넥슨 파트너스를 통해 약 13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해, 합산 투자 재원은 5년간 약 2500억 원에 이른다. 넥슨이 직접 퍼블리싱하지 않는 IP에도 투자하는 '오픈 생태계' 모델을 표방한 점도 눈에 띈다. 이정헌 넥슨 파트너스 대표는 "유망한 개발사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AI 전환기를 계기로 탄생할 차세대 글로벌 IP를 발굴하는 장기 생태계 투자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콘텐츠 산업의 '성장 사다리' 콘텐츠 정책 펀드
문체부는 이 펀드를 게임 산업의 '성장 사다리'로 설명한다. 결성액 일부를 초기 게임 개발사에 시드 투자하고,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는 시리즈 A 후속 투자를 이어가 단발성 투자에 그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대상은 게임을 중심으로 이야기(내러티브) IP, 융합 콘텐츠 IP 등 세계 확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정부는 자금을 대고, 넥슨은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와 시장 경험을 보태는 역할 분담이다.
김경화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관은 "'K-게임'의 성장 기반을 넓힌 사례"라며 "정책 금융으로 콘텐츠 IP 투자 마중물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콘텐츠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콘텐츠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넥슨이 출자자로 직접 참여하는 만큼 투자 심사 과정에서 이해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투자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면 실험적 프로젝트보다 상업성이 검증된 딜에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내건 '초기 개발사 시드 투자'가 실제로 얼마나 이뤄질지는 운용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몫이다.
위기에 몰린 영화에는 별도 처방이 붙었다. 영화 계정은 818억 원 규모로, 정부가 490억 원을 출자하며 출자 비율을 기존 50%에서 60%로 끌어올렸다. 한국 영화 메인투자 펀드가 전년 대비 43.2% 늘어난 567억 원으로 조성되고, 중저 예산 영화 펀드 134억 원과 애니메이션 전문 펀드 117억 원이 뒤를 받친다. 펀드 밖에서도 문체부는 추경을 통해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을 2025년 100억 원에서 올해 460억 원으로 확대했다.
민간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도 강화됐다. 손실이 나면 정부가 먼저 떠안는 우선 손실충당 비율을 15%에서 20%로, 초과 수익 이전·콜옵션 비율을 30%에서 40%로 확대했다. '지원에서 투자로'라는 기조가 펀드와 세제 양쪽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콘텐츠는 흥행을 예측하기 어렵고 자금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대표적 시장 실패 영역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손실을 먼저 떠안고 회수 시장까지 열어줘야 민간이 따라 들어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콘텐츠 산업 수출이 2025년 149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찍고 영화계가 반등한 데는 이런 마중물이 기여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커진 돈이 실제로 돌고 있느냐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투자 소진율(투자 결성 총액 대비 집행액)은 2022년 85.9%에서 2024년 23.8%, 2025년 5월 기준 10.0%까지 급락했다. 영화 계정도 같은 기간 99.1%에서 10.1%로 주저앉았다. 시장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예산 총량만 불린 결과라는 지적이 벤처 캐피털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곳간은 역대 최대인데 곳간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셈이다.
박형택 와프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애니메이션이나 IP 개발은 회수까지 7~8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안정성과 회수 속도를 요구하는 일반 금융의 잣대와 애초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는 또한 "금융 논리만 보면 콘텐츠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 운용사가 오히려 수익률이 좋아지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정책 재원을 받은 운용사조차 콘텐츠 투자를 줄일수록 성적표가 좋아진다면, 총량을 아무리 늘려도 돈은 콘텐츠를 비껴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콘텐츠 투자액 늘었지만 소수의 슈퍼 IP에 집중
더브이씨 최연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누적된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는 43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지만, 투자액은 약 4조 3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건수는 줄고 금액은 커졌다는 것은 적은 수의 큰 딜이 시장을 끌고 간다는 뜻이다. 초기 라운드에서도 100억 원 이상 대형 투자의 금액 비중이 지난해 50%에서 올해 75%까지 뛴 반면, 초기 투자 건수는 70% 이하로 내려앉았다.
이 쏠림에서 콘텐츠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2022년만 해도 콘텐츠는 바이오에 이어 투자 건수가 많은 업종이었지만, 지난해 콘텐츠 투자 금액 순위는 21위로 20위 권 밖으로 밀려났다.
최 애널리스트는 그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쏠림을 들었다. 로보틱스까지 더하면 초기 투자 시장에서 AI와 로보틱스 두 분야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아닌 기업은 수익성·성장성 측면에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돈이 아예 안 도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증된 소수의 IP로만 좁혀지고 있다. 웹툰의 영상화, 제작 역량을 갖춘 스튜디오, 팬덤 기반 엔터테크가 그 통로다. 정부가 IP 펀드와 수출 펀드에 4000억 원을 투입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치 않다. 넥슨 펀드가 겨냥한 게임 IP 역시 세계 확장 가능성이 검증된 분야에 무게가 실린다.
◆ 초기 창작 자본 어디서 구하느냐가 숙제
여기에서 초기 창작은 어디서 자본을 구하느냐는 물음이 남는다. 박형택 상무는 "300억~500억 원짜리 펀드 한두 개보다 100억~150억 원 규모 펀드 여러 개가 초기 자본 공급에는 더 용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운용사 선정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수익률 중심이 아니라 산업 기여도 중심으로 지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 이해도가 높은 운용사를 우대하는 것 자체가 정책 방향성이 된다고 강조했다.
디에스씨(DSC)인베스트먼트 신동원 상무도 "콘텐츠 투자는 고위험·장시간이라 '마중물' 역할을 하는 누군가 없다면 생태계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가 든 사례는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를 키운 블래스트였다. 사업 모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어려워 한 건의 심사에만 약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정부는 콘텐츠 정책 금융을 2030년까지 10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 뒀다. 400조 원 청사진의 재정적 토대다. 넥슨과 손잡은 2500억 원 규모의 판처럼 민간 대형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펀드의 단위가 현장과 어긋나 있고 운용사 평가 기준이 콘텐츠의 특수성을 담지 못한 채 투자 집행마저 늦어진다면, 역대 최대의 재원도 이미 검증된 IP 언저리만 맴돌 수 있다.
finevie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