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일본은 28일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하며 모리야스 감독과 2030년까지 동행을 검토했다.
- 일본은 유소년·대표팀 일관된 철학과 시스템 속에 스타 의존도 낮춘 팀 축구를 구축한 반면 한국은 감독 교체와 철학 변화로 혼선을 겪었다.
- 한국은 벤투·클린스만·홍명보로 이어진 단기 성과 중심 인사 대신 한 감독의 철학을 오래 믿고 지원할 시스템 구축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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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한·일 축구의 현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무대가 됐다.
일본은 다시 한번 토너먼트 무대를 밟았다. 반면 한국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돼 조별리그 통과 문턱이 낮아졌음에도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대회가 끝난 뒤 두 나라를 둘러싼 분위기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의 3기 체제, 즉 2030년 월드컵까지 동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홍명보 감독의 거취부터 논란이다. 계약은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남아 있지만, 자진 사퇴와 경질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월드컵 결과만 놓고 보면 두 나라의 차이는 승패 하나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차이는 감독 개인이 아니라 축구를 운영하는 철학과 시스템에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모리야스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초기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후 경기력 논란이 있었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직전에도 "공격이 답답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JFA는 흔들리지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차례로 꺾으며 16강에 오른 뒤에도 단순히 성적 때문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이유로 모리야스 감독과 재계약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일본은 네덜란드, 튀니지, 스웨덴을 상대로 1승 2무를 기록하며 조 2위로 32강에 올랐다.
더 주목할 점은 과정이다. 대회 전부터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주장 엔도 와타루(리버풀)가 차례로 이탈하는 악재를 맞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흔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빈자리를 메웠고, 전술적 완성도 역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특정 스타 플레이어보다 시스템이 팀을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언론들이 '모리야스 3기'를 당연한 수순처럼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독 한 명이 아니라 철학의 연속성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 동안 빌드업과 점유를 중심으로 대표팀 색깔을 만들었다. 월드컵 직후 벤투 감독은 "한국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했지만 대표팀 운영과 근무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 끝에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2024년 여름 다시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문제는 이 과정 자체가 논란이었다. 감독 선임 절차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고, 울산을 시즌 도중 떠난 점도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대표팀은 출범부터 불필요한 잡음을 안고 시작한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감독이 바뀔 때마다 대표팀의 축구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 시절 구축했던 빌드업과 점유 중심의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달라졌고,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는 다시 스리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대표팀 철학은 계속 바뀌는데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 한계가 드러났다. 체코전 승리에도 세트피스 수비가 흔들렸고, 멕시코전에서는 윙백 활용과 전방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중앙 장악력을 잃었고, 상대 역습에 시종일관 흔들렸다.

무엇보다 경기 중 상대가 변화를 가져왔을 때 이를 뒤집을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했다. 반면 일본은 경기마다 전술을 조금씩 수정하면서도, 팀의 기본 철학은 유지했다.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감독이 아니라 시스템이었다. 일본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장기적인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J리그는 단순한 프로리그를 넘어 유소년 아카데미와 지역 클럽 육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했고, 일본축구협회 역시 연령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이 비슷한 철학을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대표팀 축구에 적응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이유다.
유럽 진출 역시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이제 일본 선수들이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표팀 역시 특정 선수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선수가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들이 빠져도 경쟁력이 유지된 이유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손흥민(LA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같은 핵심 선수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들이 부진하거나 상대 집중 견제를 받으면 공격과 수비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 개인 능력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손흥민과 김민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개인 능력만으로 운영되는 팀이 아니다. 시스템이 흔들리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팀이 스타를 살렸고, 한국은 스타가 팀을 살려야 하는 구조였다.
여기서 한국 축구가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해진다. 감독을 또 바꾸는 것이 해답일까. 물론 이번 월드컵 결과에 대한 책임은 홍명보 감독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감독 한 명을 교체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 축구는 이미 오래전에 달라졌어야 한다.
벤투 이후 클린스만, 다시 홍명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한국 축구는 같은 고민을 반복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때마다 철학이 바뀌고,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구조에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일본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모리야스 감독을 믿는 것이 아니다. 비판이 거셌던 시기에도 장기 프로젝트를 흔들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월드컵 16강을 이끈 감독과 결별한 뒤 또 다른 방향을 선택했고, 다시 월드컵이 끝난 지금 또 감독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한·일 축구의 실력 차이보다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보여준 대회였다. 일본은 감독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했고, 한국은 시스템보다 감독 교체를 반복했다.
월드컵은 끝났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홍명보 감독의 거취만이 아니다. 다음 감독이 누가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감독이 만들어갈 축구를 얼마나 오래 믿고, 얼마나 일관되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다.
이번 월드컵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