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17일 2027년 예산안에서 50조원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국가채무와 의무지출 급증에 대응하고자 했다.
- 하지만 성과평가로 감액·통폐합 대상이 된 901개 사업 정리로는 7조7000억원 절감에 그쳐 42조원 재원 공백이 남는 실정이다.
- 교육교부금·기초연금 등 의무지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함께, 광범위한 이해관계로 인한 정치·사회적 저항이 최대 난관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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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로 확보 가능한 재원 7.7조…내년 50조 목표
결국 '의무지출 개혁' 핵심…교육·복지 개편 논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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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0조원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국가채무는 2029년 1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연금·복지·교부금 등 의무지출은 재정의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인공지능(AI)·첨단산업·저출생 대응 등 미래 투자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지만, 성과평가를 통해 확보 가능한 재원은 목표의 일부에 그친다. 교육교부금과 기초연금 등 '성역'으로 불리는 의무지출 개혁 역시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뉴스핌>은 3회에 걸쳐 50조 구조조정의 배경·대상·현실성 등을 점검하고, 국가채무 1800조원 시대를 앞둔 한국 재정의 과제를 짚어본다. [50조 구조조정] 기획시리즈 3편 |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의 재정이 구조적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세수는 늘지만 의무지출이 그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국가채무와 이자비용 역시 해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다. 재정의 절반 이상이 법률로 고정된 지출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미래에 투자할 여지는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2029년 국가채무는 1779조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2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법률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나는 의무지출 비중이 계속 확대되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 공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과거 성장기 기준으로 설계된 재정 시스템이 현재의 경제·사회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0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첨단산업·저출생 대응 등의 미래 과제에 쓸 재원을 마련하려면 경직된 기존 지출 구조를 먼저 허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목표와 현실적 달성 가능 규모 사이의 격차가 적지 않을 뿐더러, 교육교부금과 기초연금 등 경직성 지출 개혁은 정치적 난제로 여겨지는 만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 1800조 국가채무의 경고…미래 투자 공간이 사라진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29년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1303조6000억원에서 2029년 1779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8.1% 증가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이 58%를 넘어서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채무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이다. 예정처 전망에 따르면 국고채 이자지출은 올해 30조2000억원에서 2029년 41조원으로 연평균 8.0% 증가한다. 5년 사이 이자 비용만 10조8000억원 이상 불어나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올해 115조9000억원에서 2029년 125조8000억원으로 늘면서 100조원대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의 팽창은 더 큰 구조적 위협이다. 의무지출은 법률상 지급 의무가 있어 경기 상황이나 정부 정책 기조와 무관하게 자동 증가하는 지출을 뜻한다. 기초연금·건강보험·지방교부세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획예산처의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의하면, 의무지출은 지난해 365조원에서 ▲2026년 388조원 ▲2027년 415조1000억원 ▲2028년 441조3000억원 ▲2029년 465조7000억원까지 증가한다. 5년 새 105조원 이상 불어나는 것이다. 의무지출이 전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52.0%에서 2029년 56.1%로 올라, 재정의 절반 이상이 재량 조정이 불가능한 지출로 채워지게 된다.
문제는 의무지출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AI·반도체·에너지 전환·저출생 대응 등 새로운 재정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의무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재원을 배분할 수 있는 공간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결국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면 기존 지출 구조를 손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50조 목표 vs 7.7조 현실…'42조 공백' 어떻게 메우나
앞서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역대 최대 수준인 27조원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지난 2023~2026년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약 23조~27조원에 달했다. 내년 목표는 50조원으로, 예년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절감과 전체 사업 수의 10% 폐지를 목표로 제시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지출 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2027년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예산 편성 전 과정을 오롯이 주관하는 첫 시도"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올해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목표 달성 경로는 만만치 않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부처와 재정당국으로 이원화돼 있던 성과관리 제도를 '부처·민간 합동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로 일원화했다. 이를 통해 전체 평가 대상의 36%가 넘는 901개 사업을 감액·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에 구조조정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절감 효과는 7조7000억원에 그친다. 정부 목표인 50조원의 15% 수준이다. 구조조정 대상 사업을 모두 정리해도 42조원 이상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편성지침에는 성과평가 외에도 다양한 절감 경로가 명시돼 있다. 복권기금 법정배분비율을 현행 35%에서 '35% 이내'로 변경하고, 석탄·연탄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며, 농업 정책자금에 일몰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같은 소규모 과제들을 모두 합산해도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핵심은 그동안 사실상 '성역'으로 여겨졌던 대규모 의무지출 제도의 구조 개편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집행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거나 보조사업을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50조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재정 논리를 넘어 교육·복지와 직결된 정치·사회적 이슈라는 점이다. 정부로서는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부담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 교육교부금·기초연금 손댈까…'성역 개혁'의 딜레마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을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재정 체질을 바꾸는 문제로 보고 있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지난 8일 관련 토론회에서 "아이들은 줄고 있는데 돈은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라며 교육재정 배분 공식이 정률로 고정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 보고서를 근거로 교육교부금이 현금성 복지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의무지출 개혁은 필요한 복지나 사회안전망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처음 제도를 설계했을 때는 타당했지만 지금의 인구구조나 경제 여건에 맞지 않는 경직적 지출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라며 "꼭 필요한 복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며 AI 등의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원단체와 시도교육청은 교육교부금 개편이 현장 교육 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교부금의 상당 부분이 교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에 쓰이는 만큼, 연동 방식을 바꾸면 지방 소규모 학교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초연금 개편에 대해서도 노인 빈곤 대응을 후퇴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의 노인 상대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제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급 대상이나 기준을 조정하는 순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교육교부금과 기초연금 모두 이해관계자가 광범위하고 수혜층이 두터워 제도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저항이 예상된다. 역대 정부 역시 재정 효율화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사회적 반발과 정치적 부담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에는 번번이 실패해왔다.
이 위원도 "의무지출 개혁은 단순히 예산 편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속도를 내더라도 국회 입법과 사회적 논의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50조원 구조조정의 성패는 숫자상의 목표 달성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혁 논리를 만들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각 부처의 2027년 예산안 요구서를 올해 안에 취합한 뒤, 내년 9월 3일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교부금이나 기초연금 관련 제도 개편이 포함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빠르면 올 하반기 중 관련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홍근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정해야 하는 입장은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설령 악역이라고 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나라를 생각하며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며 "역대 해보지 않은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용두사미가 돼서는 안 된다. 다른 부처와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국민 다수의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