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자 결혼부터 포기
저출산 한파 부추긴 '주거비 폭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집값이 오를수록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려는 청년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청년들이 결혼 시기를 늦추거나 포기하면서, 사회 전체의 인구 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모습이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주택가격 변동이 혼인 및 출산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원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활용해 조사한 결과, 주택 매매 지수가 약 9.81% 상승한 2015~2024년 전체 출산률은 약 1.7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 합계출산율 총감소분의 약 4.34%가 여기 해당한다.
무주택 청년층에게 가파른 집값 상승은 주거 비용과 자녀 양육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강력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같은 기간 집값이 1% 상승할 때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0.64% 감소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혼인 비중 자체가 줄어들면서 발생한 출산율 하락 효과는 5.96%였다.
반대로 유주택자의 자산 증가로 인한 출산율 상승 효과는 4.24%다. 이미 자가를 마련한 유주택 가구의 경우 집값이 오르더라도 체감하는 주거 비용 상승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집값 상승이 자신의 전체적인 자산 가치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여력이 커져 추가 출산을 계획하는 등 자녀 수를 늘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
2017년 '8.2 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서울·경기 내 일부 자치구와 과천, 세종시 공동주택은 인접한 비규제지역보다 7~11%포인트(p) 비싼 값에 거래됐다. 높은 주거비 부담이 전가되면서 해당 지역의 조혼인율은 2.73% 감소했다. 20대 후반의 혼인율 하락 폭이 가장 컸으며, 30대 중후반으로 결혼 시기가 밀리는 현상 또한 두드러졌다.
출산 확률 역시 주거 안정성에 따라 극명한 양극화를 보였다. 자가 거주 가구는 집값이 1% 상승할 때 출산 확률이 1.21% 상승하는 등 뚜렷한 자산 효과를 누렸다. 5년 이상 자가를 보유한 장기 거주 가구의 출산 확률 증가 폭은 1.15%p로 단기 거주 가구보다 훨씬 컸다.
무주택 세입자는 주거비용 상승 부담으로 인해 유의미한 출산 증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처럼 비혼 출산 비중이 5%미만으로 극히 드문 사회에서는 무주택 청년층이 주거비 부담에 결혼을 늦추는 행태가 곧바로 구조적인 출산율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자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호황기에 결혼 비중 감소로 인한 출산 저하 압력이 자산효과보다 크다"며 "주거비 부담 완화 정책이 결혼과 출산율 유지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 혼인과 출산 초기 단계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핀셋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임대 주택은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핵심 주거 수단인 만큼 지역별 면적 기준과 소득 연동 임대료 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 연구위원은 "금융지원 측면에선 디딤돌이나 버팀목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소득과 자산 구간별로 차등 금리를 적용하는 등 정책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며 "무주택 기간 중심의 현행 청약 가점 제도를 자녀 수와 혼인 기간을 반영하는 구조로 개편해 출산 가구의 당첨 확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