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향 따른 일시적 수요 급증...반짝 인기 우려"
글로벌 탈플라스틱 규제 수혜...장기적 지원 필요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종이 포장재가 비닐 봉투 등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 포장재의 단가 경쟁력이 여전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종이 포장재 수요가 종이 빨대처럼 단기적 인기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업계는 탈(脫)플라스틱 추세를 고려할 때 종이 포장재 시장이 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 "제조 비용 과다, 반짝 수요 걱정"...종이 포장재 부상에도 웃지 못하는 제지업계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이 포장재에 대한 산업 현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에도 실제 매출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가장 큰 문제는 종이 포장재의 높은 단가다.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봉투 등의 가격이 치솟았지만, 아직도 종이 포장재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종이 포장재 제조는 플라스틱 대비 5배의 에너지와 20배의 물이 필요하다. 목재 펄핑(섬유 분리), 표백, 가열·건조, 코팅 등 단계별로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 반면, 플라스틱은 나프타를 녹여 압출·성형하는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업계 관계자는 "종이 포장재 발주를 문의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긴 하지만 실적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종이 포장재의 단가가 여전히 높다 보니 고객층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종이 포장재가 종이 빨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철회하면서 종이 빨대 수요가 급감한 것처럼, 중동 정세가 안정을 찾는다면 종이 포장재 인기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금 당장 종이 포장재의 수요가 커진다고 해도 반짝 인기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유가가 미국·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종이 포장재 수요는 급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언젠간 시장 커진다"...업계, 종이 포장재 기술 개발 지원 촉구
다만 제지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이 포장재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생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한솔제지는 기존 플라스틱 연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기반 2차 포장재 '프로테고 HS(Heat Sealable)' 시리즈를 출시했다. 인쇄, 가공, 충전 등 주요 패키징 공정에 대한 사전 테스트를 완료해 별도의 설비 변경 부담을 최소화하며 제품 전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무림도 브랜드 '네오포레'를 론칭하면서 종이 포장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제지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글로벌 탈플라스틱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포장폐기물규정(PPWR)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의 55% 재활용 의무화 및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제한을 포함하며, 해당 기준에 미달한 제품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포장재 재활용 여부를 중요하게 보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종이 포장재의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장기적인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종이 포장재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종이 포장재를 생산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종이 포장재를 두고 글로벌 제지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며 "국내 제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tpoems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