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부담·업황 둔화에 인수 신중론 확산…매수 희망자 '속도조절'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4월을 기점으로 다시 냉각되는 분위기다. 거래가 지연되면서 매각 대상 보험사와 매수 희망자 간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보험사는 예별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이다. 이들 모두 과거 매각이 여러 차례 무산된 이력이 있는 매물이다. 매수 희망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거래는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 전반에 '거래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예별손보에 집중되고 있다. 인수전에는 하나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JC플라워 등 3곳이 참여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예비입찰 당시보다 한층 식었다는 평가다. 실사 이후 내부 검토가 진행되면서 인수 의지가 전반적으로 약해졌고, 일부 후보는 초기부터 적극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반영하듯 일정도 늦춰지고 있다. 예별손보 실사 기간은 당초보다 일주일 연장됐고, 본입찰도 기존 일정 대비 열흘가량 미뤄졌다. 인수 후보자들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가치 산정을 정교화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예금보험공사는 본입찰에 2곳 이상이 참여할 경우 경쟁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반면 1곳만 참여할 경우 재공고 절차를 거치고, 이후에도 단독 입찰이 이어질 경우 해당 후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유효 경쟁 성립 여부가 매각 성사의 1차 관문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핵심 변수는 인수 가격이 아니라 '인수 이후 부담'이다. 예별손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정상화를 위해 1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적자금 지원이 일부 예정돼 있지만 인수 이후 추가 자금 투입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구조는 다른 매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손보 역시 경영개선권고와 경영개선계획 불승인으로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1조원 안팎으로 보지만, 인수 이후 수천억원대 추가 자본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특정 매수 희망자를 둘러싼 기대감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시각도 있다. 매각 대상 보험사들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금융사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 관련 관측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매수 희망자의 관심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실제 인수 의지와는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황도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약 12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넘게 감소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손익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규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자본 여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단순히 가격이 낮다고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금융지주의 행보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한국금융지주가 연내 보험사 인수 의사를 밝힌 만큼 가장 유력한 매수 희망자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주총 직후 질의응답에서 "연내 보험사 인수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중 어느 쪽이 시너지가 클지에 대한 방향성은 정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선별적 접근' 기조가 뚜렷하다. 한국금융지주는 생명·손해보험을 모두 열어두고 매물을 검토 중이지만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따라 매물 간 경쟁은 치열해지는 반면 협상 주도권은 매수 희망자 측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예별손보 본입찰이 시장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선별적 인수 재개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다시 무산될 경우 보험사 M&A 시장은 장기 교착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보험은 증권이나 은행과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회계와 자본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는 특정 매물을 정해 놓고 접근하기보다 전반적인 검토와 스터디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 측은 속도가 중요할 수 있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