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수개월 내 복구 불가능"…에너지 배급 우려까지
독일은 주유소 가격 규제…IEA "배급 임박할 수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2~3주 안에 끝내겠다고 재차 밝혔지만, 금융시장은 오히려 원유 공급 차질 장기화와 경기 둔화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가는 급등했고, 시장에서는 고유가에 따른 '수요 파괴'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전쟁은 앞으로 2~3주 더 이어질 것"이라며 그 기간 동안 미군이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백악관에서도 그는 "합의가 있든 없든 수주 내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 발언을 안도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한 이후 이란의 보복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이어왔다.
특히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브렌트유는 3월 한 달 동안 60% 넘게 급등했다. 이는 지난 1980년대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이다.
트럼프의 19분 연설 직후에도 유가는 더 뛰었다.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8시 20분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9.31달러로 8% 이상 상승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11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전쟁 종결 발언보다 중동으로 계속 이동 중인 미군 병력과 전투기 증강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고유가가 경기 꺾나…"수요 파괴 이미 시작"
문제는 공급 차질보다 고유가가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산업에서 수요 파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국 시장에서 휘발유와 디젤 수요가 가격 급등으로 의미 있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대표적 취약 지역으로 지목됐다. 항공업계와 아시아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이미 수요 감소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금융서비스업체 TP 아이캡(ICAP) 그룹의 스콧 셸턴 에너지 전문가는 지금까지 전쟁으로 인한 원유 및 정제유 손실 규모가 약 5억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전쟁이 2~3주 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된다면 충격을 버틸 수 있지만, 주말 휴전 시점을 넘기면 이달 중순부터 수요 파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ECB "수개월 내 복구 불가능"…에너지 배급 우려까지
시장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공급의 빠른 회복 기대를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걸프 지역에서 사라진 에너지 공급을 수개월 안에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급 차질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D 비즈니스스쿨의 지정학 전문가 사이먼 에버넷도 "분쟁은 3주를 훨씬 넘겨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고, 물리적 공급 부족은 결국 수요 파괴를 강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 단계의 혼란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 독일은 주유소 가격 규제…IEA "배급 임박할 수도"
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일부 주유소가 하루 22차례 가격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자 하루 1회 이상 가격 인상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호주는 국가 연료안보 계획을 가동해 운전자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라"고 권고했다. 일본은 석탄화력 발전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 배급이 곧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이번 유가 충격의 핵심이 단기 급등 자체보다 고유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한대로 3주 내 종료되지 않을 경우, 유가 급등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