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과 프랑스가 1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안보·경제·첨단기술 등 전방위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미·중 갈등 심화와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 양국이 '가치 기반 파트너십'을 축으로 전략적 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도쿄 영빈관에서 약 2시간 동안 회담과 워킹디너를 진행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측은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자유·민주주의·법의 지배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 희토류부터 우주, 첨단기술, 안보까지 협력 강화
이번 회담의 핵심은 경제안보다. 양국은 중국을 염두에 둔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희토류 등 중요 광물의 공동 조달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로드맵 마련에도 합의했다.
이는 중국의 수출 규제 등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위험 분산)' 전략을 공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우주 쓰레기(데브리) 제거, 로켓 발사, 위성 데이터 활용 등에서 기업 간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AI, 군민 겸용(듀얼 유스) 기술, 감염병 대응 등 첨단·신흥 분야에서도 협력 문서를 별도로 채택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차세대 고속로 개발과 핵융합 기술 협력도 포함됐다.
안보 분야에서는 자위대와 프랑스군의 공동 훈련 확대 등 방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프랑스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해외 영토와 군을 보유한 점을 고려할 때, 양국의 협력은 지역 안보 구조와 직결된다.
양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납치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 G7 앞두고 결속 강화
양국은 중동 정세, 특히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이란의 역내 긴장 고조 행위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의 조기 안정과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프랑스가 2026년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맡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양국은 G7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등으로 분열 조짐을 보이는 서방 진영의 결속을 유지하는 데에도 공조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동시에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과 프랑스가 서로를 '대안적 파트너'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프랑스는 최근 대중 정책에서 '대화·억지·위험감소(3D)' 전략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공급망 리스크 축소 노선을 견지하고 있어 양국의 접근법은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체됐던 양국 정상 외교도 이번 방문을 계기로 복원되는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3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 전 함께 벚꽃을 감상하며 친교를 다졌고,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일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기술인 '에네르기파' 포즈를 취하는 등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양자 협력을 넘어, 미·중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동 불안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일본과 프랑스가 경제안보와 안보 협력을 양축으로 한 '가치 동맹'으로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