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속지주의는 불법 이민 유인책"
보수 대법관들도 행정적 혼란 우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관들이 출생 시민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주장에 강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대법원 심리에 직접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법정을 떠나며 미국이 출생 시민권 제도를 유지할 정도로 "멍청하다"고 맹비난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한 시간가량 법정에 머물며 법무부 측의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본 뒤 자리를 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모 중 누구도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말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하급심은 수정헌법 제14조 위배를 근거로 제동을 걸었고,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왔다.
정부를 대변하는 D. 존 소어 연방 법무차관은 "자동 시민권 부여는 미국 시민권이라는 숭고한 선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이는 불법 이민을 부추기는 강력한 유인책일 뿐만 아니라, 규칙을 준수하는 이들보다 앞서 '새치기'를 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속지주의 시민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33개국이다.

그러나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된 대법관들은 정부 측 논리에 잇따라 의구심을 제기했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소어 차관이 외교관 자녀 등 아주 특수한 예외 사례를 들어 불법 체류자 전체로 범위를 넓히려는 논리를 꼬집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그토록 작고 독특한 사례들로부터 어떻게 이 거대한 집단에 이르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하며 원정 출산의 폐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제출을 요구했다.
진보 성향의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정부의 해석이 헌법 문언에 어긋난다고 직격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당신은 이 개념을 도출하기 위해 상당히 모호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근거들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 대법관들은 새로운 기준이 가져올 행정적 혼란을 우려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누구의 거주지(domicile)가 중요하다는 것이냐"고 물으며 "남편인가, 아내인가? 미혼이면 어떻게 할 것이며, 태어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일일이 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냐"고 몰아세웠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역시 부모가 아이 출생 시점에 미국에 영구적으로 거주할 의도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매년 미국에서 태어나는 약 25만 명의 아이들의 국적 향방을 결정짓게 된다.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미국의 이민 역사와 헌법 해석은 150여 년 만에 통두리째 바뀌게 된다.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법관들을 압박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번 사건의 최종 판결은 이르면 오는 6월 말 내려질 예정이며 이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 이슈를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