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60% 올라도 수익성 악화…자구책 한계 도달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전사적 비상경영을 선포한 배경에는 과거 위기 시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던 화물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급격히 확대되자 업계 1위 항공사마저 자체적인 비용 절감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부터 화물 부문 유류할증료를 장거리 노선 기준 kg당 최대 2190원을 부과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는 전월 적용된 450~510원 대비 4배 이상 오른 수치다.

화물 사업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유가와 환율 상승이다. 이번 화물 부문 유류할증료 인상 역시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인한 항공유 가격 급등세를 기존 수익 구조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사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고, 주요 비용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상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비용 부담이 급격히 확대됐다.
실제로 이달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값이 갤런당 326.71달러까지 치솟았다. 한 달 만에 12단계 상승한 것으로 2016년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환율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7년 만에 1500원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501.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고정비 급등 상황 속에서도 항공화물 운임은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 항공화물 시장은 해상 물류 차질 여파로 운임이 한 달 새 60% 이상 폭등하고 있다. 화물 예약 플랫폼 프레이토스 집계 결과 지난달 26일 기준 남아시아~유럽 노선 운임은 kg당 4.34달러로 지난달 1일보다 65.6%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운임 기조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의 실질 수익성은 오히려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운임 상승 폭보다 유가와 환율 등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때는 여객이 안 되면 화물로 메꾸는 구조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유가와 환율이 화물의 수익성마저 잠식하며 (대한항공의) 버팀목이 사라진 셈"이라며 "운임은 분명 올랐지만 운항 비용 상승분이 이를 상쇄하면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운항 효율성 저하까지 겹치며 수익성 악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공역 제한에 따른 우회 항로 이용으로 비행 거리가 늘어나면서 연료 탑재량은 증가한 반면, 기체 중량 제한으로 인해 수익원인 화물 적재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기존 물류 허브였던 두바이와 도하 공항에서의 급유 후 추가 적재 방식도 제한되면서 전체적인 운송 효율이 급감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헷지) 역량이 가장 탄탄한 대한항공마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을 기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한 바 있어 이번 위기에도 화물사업 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유가와 환율의 가파른 상승 폭이 헷지의 방어 범위를 상회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빗나갔다는 분석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변동성이 통상적인 예측치를 벗어나면서 1위 기업의 자구책마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유류세 인하나 공항 시설료 감면 같은 정부의 실질적인 경영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기업의 비용 절감만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대외 변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 역시 항공업계의 경영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물가 기조 속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지원 실효성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항공마저 비용 구조의 한계를 드러낼 만큼 대외 변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코로나 상황이 다시 닥친 것 같은 위기에 자체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유류세 인하와 공항 시설료 감면 등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세 번째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이 외에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 등도 동참해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들이 모두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