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4개월 반 만에 입법 성과…점자교과서 제도 손질
"30일 제출만으론 한계"…일반 교과서와 함께 '동시 조달' 제언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시각장애 학생과 교원이 학기 시작 전에 점자 등 접근 가능한 형식의 교과용 도서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교육청의 교과서 적기 제작·보급 책임과 발행사의 디지털 파일 제출 근거가 법제화 됐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파일을 30일 안에 내도록 하는 규정만으로는 점자교과서를 제때 보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반 교과서를 만들 때부터 점자·대체자료도 함께 준비해 같은 시기에 같은 절차로 보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교육부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이 시각장애 등 장애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를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학기 시작 전에 적기에 제작·보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법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이번 입법 논의는 지난해 11월 시각장애 학생·학부모·교사 17명이 "점자교과서가 법·제도상 교과서로 인정되지 않아 교육권과 평등권이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동안 같은 교실에서 비장애 학생이 일반 교과서로 수업을 듣는 동안, 시각장애 학생은 학기 초 교과서 없이 수업에 참여하거나 여러 권으로 나뉜 점자 분권을 수업 진도와 맞지 않게 받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점자교과서가 초·중등교육법과 교과용도서 관련 규정 어디에도 교과용 도서로 명시돼 있지 않아 제작·보급 일정이 해마다 달라지고, 수업 진도에 맞춰 도착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김정환 변호사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현행법상 교과서 범위에 점자교과서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학생이 책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교육의무 위반이자 교육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어 "점자도 언어인데, 단지 다른 형식의 언어라는 이유로 교과서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법문에 '점자교과서도 교과서'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4항은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은 장애인 학생 및 장애인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가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학기 시작 전 적시에 제작·보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제5항은 교육부 장관이 교과용 도서를 발행·제작한 자에게 점자교과서 제작 등을 위한 디지털 파일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시각장애 학생은 1614명, 시각장애 교원은 1005명으로 전국적으로 약 2600명 수준이다.
점자·확대·음성 교과서는 국립특수교육원, 사업수행기관, 시·도교육청, 발행사가 참여하는 다단계 절차를 거쳐 제작·보급된다. 발행사는 요청을 받은 뒤 통상 10~30일 이내에 디지털 파일을 제공한다.
이후 실제 점자교과서가 완성되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2025년 한 해에만 1916책, 6985부가 제작·보급됐지만, 상당수는 학기 전후 여러 차례 분권 형태로 나뉘어 제공됐다.
교육부는 개정법 시행 전인 10월 이전까지 발행사와의 협력 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시행령에 디지털 파일 형식과 제출 기한, 협력 방식 등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디지털 파일 제출 기한을 30일로 못 박는 것만으로는 적기 보급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일반 활자 교과서 개발 단계부터 점자·대체자료 제작을 연계하고 주문 시기를 앞당겨 같은 시기·경로로 조달하는 '동시 조달' 구조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아울러 편찬·검정 단계에서 장애 유형을 고려한 일정과 예산을 반영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조치 권고와 '대체 교과서' 용어 정비, 다양한 장애 유형과 매체를 포괄하는 장기 로드맵 마련도 과제로 제시됐다. 점자에 그치지 않고 접근 가능한 교과용 도서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창원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법 시행이 6개월 뒤인 만큼, 그 전에 발행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출판사로부터 교과서 디지털 파일을 조기에, 점자화에 용이한 형태로 받는 것이 보급 시기를 앞당기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진 과장은 "법에 발행사의 30일 제출 의무가 들어갔지만 민간에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며 "출판사들도 이제는 '우리 회사 교과서를 시각장애 학생도 본다'는 전제 아래 편찬 단계부터 점자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