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절반 "자살 생각해봤다"...15세부터생존 위기·트라우마 누적
연구자·현장 "지원 시작 연령 13~14세 하향, 연속 사례관리 법제화" 요구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보호 종료 아동·청소년(자립준비청년) 지원의 시작 연령을 낮추고 보호 중·퇴소 전·퇴소 후를 잇는 '연속 지원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현장·연구자들의 요구가 제기됐다. 취약 청년 지원 제도가 양적으로 크게 늘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18세 이후의 삶이 절벽이라고 느낄 만큼 사각지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자립준비 시작 연령 하향과 자립준비청년 맞춤형 지원체계 제도화 방안'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자립준비청년의 평균 보호 기간이 12년이 넘는데 이 긴 기간 동안 체계적인 자립 준비 없이 18세 보호 종료 시점에 서비스와 돈을 몰아서 주는 방식으로, 이런 구조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당사자가 서비스를 실제 자립에 활용하기도 힘들다"라고 비판했다.

아동복지법상 자립지원 대상은 시설·가정위탁 보호아동,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 청년, 18세 이전 중도퇴소 후 타 법 체계로 옮겨간 청소년 등으로 확대돼 왔다.
2019년 도입된 자립수당은 2024년까지 월 50만 원, 최장 5년으로 늘었고 자립정착금 수준도 서울은 2000만 원, 다수 시·도는 1000만 원 안팎으로 상향됐다. 전국 17개 시·도에는 자립지원전담기관도 구축됐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보호 중 자립교육 프로그램은 집단생활 시설 중심으로 설계돼 가정위탁·소규모 공동생활가정 아동은 참여가 어렵고 형식적인 강의 위주로 '실제 자립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당사자 피드백을 듣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자산 형성 제도인 '디딤씨앗통장'의 운영 방식 한계도 거론됐다. 이 연구위원은 "아동이 본인 통장이 있는지, 얼마가 적립됐는지 모른 채 퇴소 시점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통장·거래를 직접 경험하며 금융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자립 기술을 학습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만 15세부터 수립하도록 한 자립지원계획도 "종사자가 '어떻게 지원할지' 적어 넣는 수동적 서류에 그쳐, 아동·청소년의 주도적 자립계획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디딤씨앗통장과 자립정착금, 자립수당이 보호자·친인척에게 착취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100억 원 찾아주기 캠페인'을 했을 정도로 미해지·미수령 적립금이 많고 일부 가족이 통장·수당을 관리하면서 당사자는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자립수당이 이모 통장으로 들어가는데 키워준 값을 내세워 청년이 돌려 달라는 말도 못 한다는 증언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선 자립수당·통장 지급 계좌를 원칙적으로 청년 본인 명의로 하고 계좌 변경도 본인이 직접 신청하도록 하는 등 법·지침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허 조사관은 "자립준비청년 두 명 중 한 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했고 약 18%는 최근 1년 안에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며 "일반 청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원가정 학대·분리, 보호 과정의 잦은 전원과 낙인 경험이 축적된 결과"라며 "퇴소 이후 상담·치료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아동·청소년기부터 트라우마를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청년들의 시간표를 보면 15세 무렵부터 실질적인 진로 결정과 생존 위기가 동시에 시작된다"며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18세 보호 종료'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립지원 의무 개시 연령을 현행 만 15세에서 13~14세로 앞당겨 형식적 금융·주거 교육이 아니라 진로 탐색·관계 형성 등 발달 단계에 맞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이화영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은 "15세에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하더라도 18세부터 자립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답답한 시설을 나가 청소년쉼터 등에서 더 자율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면서도 "최근에는 청소년쉼터와 아동복지시설, 그 사이를 오가는 아이들 간 형평성 문제가 크게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은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개선 과제를 담았고 성평등가족부 등과 함께 제도 개선을 적극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