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남성성 넘어 공감·돌봄·관계 역량 키우는 교육 제안
"청년 공론장·전환적 남성성 교육으로 성평등 교육·정책 반영"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현행 폭력예방교육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이자 교정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어 남성을 성평등의 주체로 세우는 방향으로 교육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와 K-MEN(한국맨앤게이지네트워크), 정춘생 국회의원실은 26일 국회에서 성평등 정책 토론회 '새로운 남성성 확산을 위한 제안'을 열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 성평등 민주주의의 동료 시민이자 변화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교육·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지현 페미니즘교육연구소 연지원 대표는 "가부장제가 강요한 '강한 남성'의 환상 속에서 인정의 경로를 잃은 소년들, 성별 분업 속에서 돌봄과 친밀함을 박탈당한 남성들, 두려움과 외로움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한 채 분노만 남은 상태가 극우 서사가 파고드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폭력예방교육에 대해서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이자 교정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어, 변화하고자 하는 남성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혐오 표현 아래 깔린 공정, 안전, 소속의 욕구를 듣고 저항을 환대하면서 남성 자신에게도 이로운 '남성 해방으로서의 성평등'을 제시하는 교육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웅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총괄사업국장은 "100여개 교실에서 1500명 넘는 청소년을 만나본 결과, '남성 청소년이 문제'라기보다 현장의 여건이 너무 열악해 연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더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통계를 인용해 "2024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고, 10대 피해자는 전체의 27.8%를 차지했다"며 "딥페이크 피해는 3.3배 증가했고, 미성년 가해자는 11.7%, 자기 촬영·제작 비율은 2019년 19.1%에서 2023년 49.8%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화면과 AI 딥페이크 기술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극단적으로 벌리면서 죄책감과 공감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규범·처벌 중심 성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며, 성교육 독립 시수와 예산 확보, 관계 역량 중심 교육, 소년·남성을 위한 '전환적 남성성' 콘텐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디지털 공간의 혐오 문화와 청소년 성인지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 청소년을 성평등의 '주체'로 세우는 방향으로 교육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미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역량개발본부장은 "경직된 남성성 규범이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변화 의지를 가진 남성·청소년을 위한 정보와 경로를 기존 교육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며 "청소년을 성평등의 주체로 초대하고, 그들의 언어를 번역하며, 변화를 환대하는 새로운 교육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이 공감과 돌봄, 관계의 기술을 배우고 건강한 남성성과 성평등에 기반한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성평등이 우리 모두를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육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성평등가족부도 남성을 성평등 정책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종필 성평등부 성평등기획과장은 "남성들이 느끼는 성차별 인식과 성별 인식 격차를 다루는 부서로서, 남성을 서포터나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성평등 실현의 주체로 보고자 한다"며 "기존 여성가족부 정책의 범위를 확장해 구조적 성차별과 남성의 성평등 문제를 함께 다루겠다"고 밝혔다.
임 과장은 '청년 세대 성별 균형 문화 확산' 사업을 소개하며 "청년 공존·공감위원회를 꾸려 성차별 경험을 나누고, 성별 인식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과제를 청년 스스로 제안하고 정책화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