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기 힘든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다."
요즘 중국인 지인들과 온·오프라인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아침저녁 말이 다르고 방금 한 말조차 손바닥 뒤집듯 하다 보니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초강대국이자 글로벌 리더 국가인 미국의 지도자가 보여주는 불가측성의 언행은 지구촌 사회 공통의 근심거리가 됐다.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미·이란 전쟁은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재앙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공급망 와해로 잔뜩 기대했던 경제 회생의 불씨가 꺼지고, 대신 자산 가치 폭락과 물가 불안이 사람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내부에서도 반전(反戰) 여론이 거세다는 사실이다. 24일 글로벌 SNS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의 한 토론방에서 미국 젊은이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역사상 가장 나쁜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기자의 지인인 웨스트조지아 대학 교수는 카톡에 "학생들 사이에도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얘기가 오간다"는 글을 남겼다.
최근 한 서방 외신이 전한 여론 조사 결과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서구 사회의 불신을 한층 극명하게 드러낸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미국의 전통 우방국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각국 응답자들은 미·중 두 나라 중 미국보다 중국에 더 높은 국가 호감도를 나타냈다.

기자의 지인인 한 중국 학자는 "중국에서 같은 여론조사를 한다면 역대 미국 정권을 통틀어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트럼프 의사결정 그대로가 현재 미국의 시대정신이라면, 이는 미국의 국운이 기울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찍이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이 자신의 저서에서 예견했던 '떠오르는 중국과 저무는 미국'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국 같은 대국이 당장 쇠퇴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현재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꿈꾸는 '위대한 미국 재건'의 길을 거꾸로 걷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의 표정과 시각은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것 같다. 공급망 붕괴와 함께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미국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다른 한편으론 미국이 전쟁으로 자초하게 될 전략적 실패의 후과를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패권적 경향'을 지적하면서 '평화와 정의 수호국'으로서의 중국 이미지를 어필해 왔다. 관세전쟁에서 중국의 자유무역 다자주의가 주목을 받았던 것처럼,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고통이 커질수록 중국의 평화 메시지가 호소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 지인인 한 학자는 "이번 미·이란 전쟁은 중국이 안정적인 대국으로서의 국가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학자는 "미국의 기술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도왔던 것처럼,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패권 행사는 중국에 글로벌 리더십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미·이란 전쟁 무대에서도 거칠게 충돌하는 양상이다. 워싱턴은 전쟁으로 중동과 국제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심산인데, 중국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세계가 합심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미국이 미·이란 전쟁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사이에 시진핑의 중국은 또 다른 국제질서 주도국으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