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 등이 참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해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증진하는 대규모 전시 개최의 일환으로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날 김성희 관장은 "1990년대 데이미언 허스트, 그가 이끈 영국의 젊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세계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작가 개인으로서 현대미술사에 지워질 수 없는 이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미언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 욕망을 다루고 있다.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주제를 다룬 '천 년'이라는 데이미언의 작품을 처음 보고 그때 느낀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제가 본 현대미술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데이미언의 작품은 인간의 삶을 박스 안에 그대로 그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데이미언은 스스로도 이야기하지만 반사회적인 성향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적으로는 따뜻하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악동과 같은 짓궂은 행동을 하지만 일관성 있는 주제 의식으로 현대미술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지속해 온 작가임은 확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성희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데이미언 작가의 작품을 시기, 주제별로 조망했고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가 많은 분들의 새로운 영감의 기회로 작동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네 번째 방문했다. 이 멋진 곳에서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40년 동안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제 커리어를 큐레이터들이 잘 전시해주셨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에 따로 질의응답은 할 수가 없지만, 작품 자체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품 노트를 벽에 걸어놨으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침묵의 사치',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연작'까지 총 4부로 구성된다. 먼저 1부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에서는 작가의 초기작에 주목한다.

2부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는 거대 유리 진열장을 사용한 대형 설치 작품을 소개한다. 3부 '침묵의 사치'에서는 과학과 종교, 예술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작품을 선보이고, 마지막 4부에서는 MMCA 스튜디오에 런던에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와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사빈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주요 대표작 '천 년',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아시아에서 첫 공개된다. 또한 작가의 스튜디오를 재현했고, 미공개 최신작을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의 처음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 자신의 예술적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작가를 공부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이 페인팅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초기 페인팅 연작도 전시장에 소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사빈 연구사는 "2부에서 전시된 '천 년'은 생명의 순환을 날 것 그대로 시각화 한 작품이다.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죽음에 대한 인간의 양가적 감정인 것 같다"고 짚었다.

이 연구사는 "특히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실제로 전시가 3번 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저희가 가져오게 됐다. 대여에만 6개월이 걸렸다. 이곳으로 가져오기까지 무엇하나 쉽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목을 끄는 작품이 바로 상어의 사체를 고스란히 옮겨 온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다. 거대한 상어를 유리 수조 안에 전시해 죽음의 공포를 대면하게 작품이다.
또한 실제 도살된 소의 머리와 살아있는 파리를 함께 전시한 '천 년' 작품도 이목을 이끄는데 충분했다. 해당 작품은 주사위처럼 생긴 큐브 안에서 살아있는 파리들이 있고, 소의 머리가 있는 곳으로 파리들이 본능에 이끌려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소의 머리 위에 있는 전기 살충기로 인해 죽기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해당 소의 머리와 바닥에 있는 피는 실제이다. 해당 소의 머리는 전시 기간 동안 그대로 전시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 머리는 보존처리가 돼 부패가 되진 않는다. 파리의 경우 살아있는 파리를 지속적으로 넣어주는 작업만 하고, 전시가 끝난 후 다른 스튜디오로 옮겨질 때 새로운 소의 머리로 전시가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중의 기대도 있었지만, 그만큼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술계 이단아', '미술계 악동'이라고 불리는 만큼 여러 논란이 있었기에 국립기관에서 공공성이 아닌 흥행성에 치우친 전시를 연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이기도 했다.
이사빈 학예연구사는 "데이미언 허스트는 이미 미술사에 아이콘이 된 작가이다. 이 시점에 한국미술이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데 작가의 전체 작품을 조명하는 것이 한국미술을 위해서도, 현대미술관에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작가를 선정할 때 고민을 많이 한다. 한국 관객들에게 중요한 미술의 거장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미술사에서도 의미가 있는 전시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그 결과로 선택된 작가"라고 덧붙였다.
송수정 전시과장은 "국립기관에서 '왜 데이미언 허스트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여기서 공공성은 여러 각도에서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현대미술은 미술관이 해봐야만 하는 실험적인 실천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송 과장은 "데이미언은 우리 모두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전시하고 있는 작품 중에 진본을 얼마나 봤을까 싶었다. 현재진행형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한번 봐야 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제일 적절하고 빠른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갤러리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관은 절대 할 수 없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부터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 검토가 있었다. 론 뮤윅 전부터 착수를 했으나, 론 뮤윅에서 보여준 관람객의 반응은 이 전시를 최대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국제적인 작가의 혁신적 실험과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여 국내외적으로 의미 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오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