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납품 계약이 투자 사이클 좌우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 독립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는 산업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열리는 GTC 2026이 AI 산업의 투자 축이 이동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16일 밝혔다. 인공지능(AI) 인프라가 학습 중심 구조에서 추론(Inference),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로쓰리서치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행사 GTC가 단순한 GPU 기술 행사를 넘어 AI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2012년 GPU 기반 딥러닝 성과를 계기로 AI 컨퍼런스로 성격이 바뀐 이후 RTX, 옴니버스, 블랙웰 등 주요 기술 발표가 AI 인프라 구조 변화를 이끌어 왔으며, GTC 2026은 AI 인프라의 다음 챕터를 제시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챗봇 중심의 생성형 AI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추론 연산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AI 서비스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와 운영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어, 차세대 AI 인프라는 단순한 연산 성능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 효율을 중심으로 재설계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분야는 차세대 GPU 플랫폼 '베라 루빈'이다. 그로쓰리서치는 이 칩이 대규모 AI 학습보다 실제 서비스 구동에 필요한 추론 처리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컴퓨팅 단위처럼 활용하는 설계가 도입될 경우, 전력 효율과 운영 비용을 동시에 낮추는 방향으로 AI 인프라 구조가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구조 변화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보고서는 HBM4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구도와 새로운 메모리 저장 구조인 ICMS 도입 여부가 관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HBM4의 고속 사양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고대역폭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망 역할이 확대될 수 있으며, ICMS 구조가 확산되면 eSSD와 낸드 기반 저장 장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트워크 인프라 측면에서는 구리 기반 배선을 광으로 대체하는 CPO(Co-Packaged Optics) 기술이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AI 클러스터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구리 케이블 구조에서는 전력 소모와 신호 손실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광학 부품을 스위치 칩 패키지 내부에 통합하는 구조가 차세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연구원은 "AI 인프라 경쟁은 더 이상 GPU 성능만의 경쟁이 아니라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 효율까지 포함한 종합 시스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초대형 AI 클러스터 일정이 구체화될 경우 광통신과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공급망 전반의 투자 사이클도 함께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략이 핵심 변화로 꼽힌다. 그로쓰리서치는 엔비디아가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 '네모클로(NemoClaw)'를 공개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개발자가 특정 AI 프레임워크 위에서 서비스를 구축할수록 다른 하드웨어로 전환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형성되며, CUDA에 이어 새로운 AI 플랫폼 진입장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피지컬 AI 분야도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가 소프트웨어 서비스 영역을 넘어 로봇과 자율 시스템으로 확장되면서, 엔비디아가 로봇 제어용 AI 모델과 시뮬레이션 플랫폼, 데이터 학습·배포 환경을 하나의 기술 스택으로 통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보고서는 기술 발표보다 상용화 여부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파트너십 발표보다 실제 수주와 납품 계약, 출하 일정이 AI 산업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려면 단순히 더 많은 칩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전력 효율 개선, 네트워크 병목 해소, 추론 비용 절감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GTC 2026은 이러한 인프라 전환이 어디까지 현실화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ylee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