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8% 용량에도 잦은 교체 수요로 시장' 부상 중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로봇 업계가 휴머노이드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모터 등 핵심 부품의 중국산 채택을 늘리고 있지만, 배터리 셀만큼은 국내 기업 제품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추에이터는 불량 발생 시 갈아 끼우면 그만인 소모품이지만, 배터리는 전력 출력의 안정성과 기기 전체의 생존을 결정짓는 타협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김한결 IRS 리더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액추에이터는 가격이 국산의 절반 수준인 중국산을 주로 사용하지만, 배터리는 국산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IRS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기술창업 기업이다.

이날 공개된 IRS의 AI 기반 범용 휴머노이드 '맥시마(MAXIMA)-W1'은 제조와 건설 등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이다. 대당 가격이 1억4000만 원에 달하지만, 로봇의 21개 관절을 구성하는 액추에이터는 모두 중국산이 장착됐다. 국산 대비 가격이 절반에 불과해 수율이 낮아도 고장 시 즉시 교체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배터리 선정 기준은 완전히 달랐다. 맥시마-W1은 국내 기업인 타보스가 제작한 배터리 팩을 사용하며, 배터리 핵심인 셀은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다. 김 리더는 "배터리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전체적인 출력 계산"이라며 "모터와 액추에이터뿐만 아니라 고성능 프로세서가 소모하는 전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안정적인 출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 업계가 중국산 셀을 외면하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 차원이다. 액추에이터 1개가 고장 나는 것은 부분적 기능 상실에 그치지만, 배터리 셀의 불량은 화재나 전원 차단으로 이어져 로봇 전체가 파손되는 치명적 리스크를 초래한다. 로봇의 '근육'인 액추에이터는 소모품으로 보되, '심장'인 배터리는 품질이 검증된 K-배터리를 표준으로 삼는 이유다.
김 리더는 "휴머노이드는 정해진 용도가 없는 범용 플랫폼이라 가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아주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며 "출력과 가동 시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고려해 제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은 휴머노이드의 지능화 수준도 결정한다. 작업자의 모션을 데이터화해 로봇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전력이 불안정할 경우 데이터 값이 불안정해 학습 퀄리티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 로봇용 배터리가 단순 전력원이 아닌 데이터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기반 기술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기술적 중요도만큼이나 시장의 실질적인 수익성도 높게 평가된다. 휴머노이드는 한 대당 용량이 전기차의 8% 수준이지만, 상시 가동과 자가 교체 시스템(3분 이내) 도입으로 인해 교체용 배터리 수요가 막대하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교체 수요까지 합산할 경우 로봇용 배터리 시장이 전기차 시장의 절반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IRS는 현재 '맥시마-W1' 로봇을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포스코와 PoC(실증)를 진행 중이며, 향후 LLM(거대언어모델)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업체와 협업해 로봇의 급격한 동작 변화에도 대응 가능한 고출력 방전 제어 기술 등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한편, 현장에서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하드웨어 기반 식기 수거 로봇 등의 제품도 전시됐다. 해당 로봇 역시 에너지 밀도와 직결되는 배터리만큼은 국내 대형 셀 사의 제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삼성전자 자회사인 만큼, 삼성SDI의 배터리가 채택됐을 것으로 관측한다.
김 리더는 "부품 중 배터리가 국산인 것 외에는 센서 등 대부분 외산"이라며 "하지만 로봇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현장의 요구가 까다로울수록 K-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