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반에 '주주친화 경영' 빠르게 확산 평가
자사주 비중↑ 오너 지분↓ 대기업은 대응책 고심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전례 없는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상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재계 전반에서 '주주가치 중심 경영'이 빠르게 확산하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자사주 비중이 크고 오너 지분이 낮은 HD현대 등 일부 대기업의 경우 경영권 방어 장치가 마땅치 않아 자사주 소각 규모와 시점 등을 놓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에만 16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보유중인 자사주 총 1억540만주 중 약 8700만주에 해당한다. SK그룹의 지주사 (주)SK도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자사주 1469만주, 5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놨다.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로 내년 1월 초까지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와 LG 등 주요 그룹 역시 보유 자사주의 전량 소각을 계획하고 이를 이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4년 보유 자사주 3% 전량 소각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지난해 4월 1차분 약 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다. 현대차는 또 오는 4월 말까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연내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G는 보유 중인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중 절반가량을 지난해 9월에 소각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내 잔여 자사주(302만9581주) 전량도 모두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포스코홀딩스도 올해 전체 주식의 2% 수준(약 6351억원)의 자사주를 연내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한화도 전체 주식의 5.9% 수준인 445만주, 560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SK증권이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48곳, 규모는 7조원에 달한다.
재계가 역대급 자사주 소각에 나선 이유는 법 개정 때문이다. 지난 6일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 신규 매입한 자사주는 1년 내 소각해야 하고,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는 법 시행일로부터 1년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재계 전반에 '주주친화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 취지에 재계가 선제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평가다.
다만 자사주 비중이 크고 오너 지분이 낮은 대기업의 경우 향후 경영권 분쟁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 강도와 시점 등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백기사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HD현대다. HD현대가 보유한 자사주는 832만4655주로 전체의 약 10.5% 비중을 차지한다. 정기선 회장의 HD현대 지분은 6.12%에 불과해 자사주 전량 매각 시 자사주를 통한 우호지분 확보가 어려워져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HD현대 외에 자사주 비율이 10%를 웃도는 대기업은 롯데지주 27.5%, SK 24.8%, 두산 17.8%, LS 12.5% 등이다.
앞서 경제단체들은 "포이즈필 등이 없는 한국에선 자사주가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었다"며 "소각 의무화 후에는 적대적 M&A와 행동주의 펀드에 노출이 커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0% 이상이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은 40% 이하인 기업 ▲자사주 비중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큰 기업 ▲자사주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지분이 낮고 그룹 핵심 자산이 글로벌 밸류에이션 대비 저평가 논란이 있는 기업의 경우 행동주의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자산 재평가 명분으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인수합병(M&A) 등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는 의무 소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향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