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17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로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을 녹음해 국제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고, 세 번째 앨범으로 영국 권위지 그라모폰의 '올해의 음반'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지난해 5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3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정상에 선 스물 여섯 살 박수예가 고국 무대에 선다.
그 우승으로부터 약 10개월. 이제 박수예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의 무대에 선다. 오는 3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262회 정기연주회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이다. 콩쿠르 결선을 함께한 바로 그 곡,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박수예는 4일 뉴스핌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우승 이후의 기간에 대해 "숨 가쁘게 흘러가면서도 제 음악을 다시 정돈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무대에 설 때마다 '콩쿠르 우승자'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다 보니 그만큼 한 음 한 음에 더 많은 고민이 실렸습니다. 동시에 제 음악을 기다려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온 그는, 이제 그 여정의 한장을 한국 무대에서 매듭짓는다.
같은 곡을 다시 올리는 감회는 달라졌다. "콩쿠르 결승 무대에서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이번엔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관객과 어떻게 나눌 수 있을 지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부담보다는 감사함과 설렘이 더 큰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라며 무대에서 서는 심정을 밝혔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흔히 '압도적인 테크닉과 내밀한 감정의 균형'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박수예는 이 둘을 굳이 동시에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테크닉적인 부분은 최대한 몸에 완전히 흡수될 때까지 반복해두고, 무대에 올라서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감정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결국 고난도의 테크닉은 내밀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접근법은 단순한 연습 방법론이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그의 철학이다.

이번 공연의 첫 순서에는 에스토니아 작곡가 에르키-스벤 튀르의 '템페스트의 주문'이 한국 초연으로 오른다. 시벨리우스와 같은 북유럽 음악의 계보로 묶이는 작곡가지만, 박수예에게는 이번 무대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이름이다. "새롭게 만나게 된 작곡가라서 굉장히 그의 음악이 궁금합니다. 리허설 때 주의 깊게 감상할 예정"이라며 솔직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휘봉은 에스토니아 국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올라리 엘츠가 잡는다. "북유럽 음악에 대한 공감대가 분명한 지휘자라서, 음악의 흐름과 에너지가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서로를 믿고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랍니다." 에스토니아 지휘자와 핀란드·에스토니아 작품, 그리고 한국인 협연자. 무대 위의 북유럽 결은 그렇게 완성된다. 공연 후반부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으로 채워진다.
해외 투어를 이어온 연주자에게 고향 무대의 온도를 물었다. 예상과 다른 답이 돌아왔다. "해외 무대보다 한국에서의 연주가 더 긴장됩니다. 제가 가장 잘 알고, 또 저를 잘 아시는 분들 앞에 서는 무대이기에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가장 친숙한 자리가 가장 긴장되는 자리라는 역설. 그 긴장이 오히려 무대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요즘 몰두하는 음악으로는 슈만을 언급하며 시벨리우스와의 차이를 이렇게 짚었다. "슈만은 감정의 변화가 솔직하고 내면적인 작곡가라서, 연주할수록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자연과 거리감을 통해 큰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한 사람은 내면을 열고, 다른 한 사람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두 세계를 모두 품고 있는 것이 지금의 박수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하나의 여정으로 본다면 어디쯤이냐는 물음에, 박수예의 답은 단호하면서도 겸손했다.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정은 아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음악을 연주하고 또 배우며 살아갑니다."
음악을 막 시작했을 때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네가 좋아하는 길을 계속 가면, 분명 멋진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어." '조금씩 쌓이는 경험과 믿음이 결국 큰 기쁨과 성장을 가져올 거라는 희망을 어린 날의 자신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오는 8월에는 여섯 번째 앨범 '망명의 메아리'를 내놓는다. "물리적인 망명 외에도,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을 음악으로 담은 앨범입니다. 낯선 곳에 머물며 생기는 고독, 그리움,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내면의 목소리가 여러 작품을 통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는 "기록이 되고, 여운이 남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수예는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 대학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finevie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