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 비상...제조 원가 상승·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10% 넘게 급등하고, 전세계 에너지·물류 대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직접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본격화될 경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시 해상운임 급등 가능성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이번 중동 사태가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비상 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국내 정유사와 해운, 항공사들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영향 점검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원유 수송로이자 전략적 요충지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지만 전면 봉쇄로 이어지진 않았다. 2010년대 미국 등 서방의 대이란 제재 때도 봉쇄 우려가 나왔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고,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로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가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적으로 봉쇄되지 않더라도 민간 선박 피격 보도가 나오고 이란 정부가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대책을 마련중"이라며 "당분간 에너지 및 물류시장의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산업계 전반 비상...제조 원가 상승·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
국내 산업계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상 운임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에 제조 원가 상승은 물론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 경쟁력 및 실적 악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국내 정유사들과 석유화학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장부상 원유 가치가 올라 실적이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급등은 예외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요 위축과 원유 조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5% 오르면 원유 도입 비용도 5% 오른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성이 낮은 만큼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락하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기초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해운 및 항공업계도 연료비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연료 가격이 수익성에 직결되는 구조상, 전쟁 장기화 시 영업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 해운사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단일 항로 의존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체 항로 확보, 선박 안전 강화, 보험 및 운임 리스크 관리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위기 상황에 대응할 계획이다.
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를 대비해 오만의 살랄라항,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항 등 인근 대체 항구에 기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컨테이너를 이들 항구에서 하역한 뒤 철도, 트럭, 소형 컨테이너선 등을 통해 목적지로 운송하는 복합운송 체계도 구축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대체 항만에 하역 후 육상 운송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