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국전력이 올 시즌 제대로 된 '복덩이'를 품에 안았다.
한국전력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홈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이후 세 세트를 연달아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세트 스코어 3-2(18-25, 18-25, 27-25, 25-23, 15-9)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외국인 공격수 쉐론 베논에반스(등록명 베논)가 있었다. 경기 초반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은 흐름이었다. 베논은 1세트 공격 성공률이 18%까지 떨어질 정도로 상대 블로킹에 고전했고, 1·2세트 내내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가 벼랑 끝으로 몰린 3세트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베논은 공격 타이밍과 코스 선택에서 점차 해답을 찾기 시작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결국 베논은 26득점, 공격 성공률 48.98%를 기록하며 대역전극의 선봉장으로 우뚝 섰다.
사이드에서 베논이 해결사로 빛났다면, 중앙에서는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 무사웰 칸(등록명 무사웰)이 힘을 보탰다. 무사웰 역시 초반에는 다소 리듬을 타지 못했지만, 3세트 이후 세터 하승우와의 호흡이 살아나며 중앙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그는 블로킹과 속공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10점을 보태 팀 승리에 힘을 실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베논은 전반과 후반이 확연히 달라진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코트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이전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지만, 그게 뜻대로 안 될 때도 있다"라며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3세트 들어가기 전에 이제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특히 서브에서는 '잃을 거 없으니 더 세게 때리자'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들어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무사웰 역시 경기 초반과 후반의 차이를 인정했다. 그는 "1세트 때는 솔직히 리듬이 많이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기복이 있었다"라며 "그래서 코트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생각했고, 3세트에 다시 들어가 보니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베논은 불과 며칠 전인 지난 25일 올스타전에서 열린 남자부 스파이크 서브 콘테스트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속 123㎞의 강서브를 꽂아 넣으며 '서브킹'에 등극했고, 상금 1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눈길을 끈 건 상금 사용 계획이었다. 베논은 주저 없이 구단 버스 기사에게 상금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버스 기사님께 드리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인 반면 뒤에서 묵묵히 우리를 위해 일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 버스 기사님이 정말 성실하게 일하신다. 항상 불평 없이 선수단을 위해 움직여 주시는 분이라 꼭 드리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보통 상금을 받으면 동료 선수들과 식사를 하거나 회식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베논은 단호했다. 그는 "버스 기사님도 우리 팀의 동료다"라고 말하며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한편, 지난 6일 OK저축은행전에서 V-리그 데뷔전을 치른 무사웰은 어느덧 한국 무대에 적응해 가고 있다. 그가 느낀 V-리그의 첫인상에 대해 묻자, 무사웰은 망설임 없이 현대캐피탈을 언급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이 가장 강한 팀인 것 같다"라며 "다른 팀들은 우리가 잘하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대는 그중에서도 확실히 돋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블로커의 시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중앙 라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현대캐피탈이 이름을 올렸다. 무사웰은 "손 모양이 좋고, 손의 위치 선정이 굉장히 뛰어나다"라며 "그래서 현대의 미들 블로커들은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주전 세터 하승우(1995년생)와 함께 2004년생의 젊은 세터 김주영에게도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눈에 두 세터는 어떻게 보일까.

베논은 "하승우는 확실히 완성도가 높은 세터다. 손 모양이 깔끔하고 볼 스피드가 빨라 공격 타이밍을 잡기 쉽다"라며 "김주영은 피지컬과 운동 신경이 좋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한다면 잠재력이 충분히 폭발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경험 면에서는 하승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현재 시점에서는 하승우가 김주영보다 더 안정적인 세터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무사웰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하승우는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가 느껴진다"라며 "김주영은 타고난 피지컬에서 나오는 감각이 있다. 매일 꾸준히 훈련한다면 굉장히 좋은 세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wcn05002@newspim.com












